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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피아노는 부자들의 상징이었고, 피아노를 배운다는 건 배우는 아이들의 특권이면서 가까이 갈 수 없는 '꿈'이었다. 엄마, 아빠를 아무리 졸라도 다닐 수 없었던 곳이 피아노 학원이었고 '피아노' 건반을 만져봤다는 것만으로도 자랑이었다.
'학원'이라는 곳 자체가 보통의 아이들이 다니기엔 조금 먼 곳이던 시대를 내가 지나온 건지, 아니면 우리가 살았던 형편이나 환경이 학원을 다니기엔 부족했던 건지 잘은 모르겠다.
과외금지라는 이유로 학원 다니는 것 자체가 허락되지 않았던 것도 같고, 굳이 학원을 다녀야 할 필요도 없었던 것도 같고, 중고등학교땐 밤 7시까지 자율학습을 한 탓에 학원갈 시간이 없었던 것도 같다. 중고등학교 3학년때는 밤 9시, 10시까지 학교에서 자율학습을 했으니….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내가 초등학교(그때는 '국민학교'였지만)와 중고등학교를 다닐 즈음엔 피아노 학원은 너무 멀고 먼 곳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 반에 한두 명씩은 있던 '피아노를 칠 줄 아는 아이'는 음악시간에 선생님 대신 풍금과 피아노 앞에서 반주를 하는 특권(?)을 누렸다는 사실이다.
그런 기억 때문이었을까? 한글을 제대로 익혀야 피아노 학습을 할 수 있다는 피아노 선생님과의 상담 후 아이가 7살에 접어들면서부터 피아노 학원에 보내기 시작했다. 아이가 피아노를 칠 줄 알았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으로 보낸 것인데, 다행히 아이는 재미를 붙였다.
아이가 처음 '비행기'라는 동요로 나간 피아노 연주대회에서 상장을 받아 왔을 땐 피아니스트가 될 수 있겠다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설레기도 했다. 처음엔 서툰 손놀림으로 건반을 누르던 아이가 이젠 제법 능숙하게 피아노를 다룬다. 건반을 하나씩 눌러가며 간신히 동요의 멜로디만을 치던 아이가 어느 순간 반주를 넣기 시작하더니 이젠 제법 동요 한 곡을 능숙하게 칠 줄 안다.
가끔 학원에 다니기 싫은 내색도 보이고, 피아노 학원에 가기보다 친구들과 놀고 싶어 하는 때도 있지만, 한 해를 지나면서 학원에서 갖는 발표회장에서 아이를 보면 많이 자라고 실력이 많이 늘었구나 싶어 반가운 마음이 든다.
지난 11일 화순 신혼예식장에서 열린 아이의 학원 발표회 역시 아이의 훌쩍 자란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자유자재로 피아노를 다루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도 피아노가 치고 싶었는데, 나도 피아노를 칠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과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발표회장에 모인 아이들은 예쁜 드레스를 입고 곱게 단장한 채 저마다 연습한 곡들을 친구들과 엄마아빠 그리고 가족들 앞에서 발표했다. 물론 이제 갓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해 서툰 솜씨로 건반을 두드리는 아이도 있고, 제 또래 아이들보다 훨씬 멋들어진 솜씨를 보이는 아이들도 있었다.
혜준이 역시 수줍은 표정으로 무대에 올라가 학원에서 집에서 연습한 소나티네를 발표했다. 지난해 발표회 때보다 많이 나아진 것 같았다.
중학교에 진학해 시간이 없어 학원을 그만두는 친구들도 있지만 내년에는 훨씬 나아진 아이들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유진 원장 선생님의 인사와 함께 아이들의 화려한 발표회는 막을 내렸다.
아이들에게 무대에 올라 자기만을 바라보는 관중들 앞에서 연주한 이번 연주회가 아름다운 기억으로 오래오래 남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