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법의 제정은 단기적으로는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북한 주민들의 권리의식과 연대의식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는 등 북한 인권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단 북한인권법뿐만 아니라 외부의 ‘충격’이 있어야 북한 인권이 개선될 것인가. 이는 지금 북한 사회가 정말 변화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에 따라 이 문제의 답도 상당 부분 달라진다.
요시다 야스히고 오사카대 교수는 “북한은 중국 베트남과 같은 경제개혁이 진행 중이며, 따라서 경제적으로 고립시킬 것이 아니라 자신감을 갖고 개혁 개방할 수 있도록 남한 및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그러므로 인권보다 인적 교류를 더 중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방 국가, 북한 변화에 부정적인 시각 많아
이와 대척점에 선 것은‘북한 정권 교체론’이었다.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적극적 개입을 요구하는 국회 결의안을 제출하기도 한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은 북한 인권문제 해결의 전제이자 지름길은 김정일 정권의 소멸이라고 못 박았다.
“북한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북한이 핵위협을 하는데도 계속 지원할 수는 없지 않은가. 대북지원이 독재 탄압 구조를 더 공고히 할 수 있다. 김정일 정권이 소멸되는 것이 획기적인 인권 개선과 국제지원 증대의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길이 될 것이다.”
북한이 진짜 변하고 있는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은 대체로 서방 국가들 사이에서는 공통적이다. 주한 영국대사관의 주디스 고프 정무참사관은 “북한 정부는 ‘비합리적 변명’은 안 통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면서 영국 정부는 북한 인권에 대한 ‘건설적 개입’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북한 인권 현실이라는 ‘현상’을 보기 전에 그 같은 결과를 가져온 구조적 원인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는 반박이 뒤따랐다.
“북한 역사의 특수성을 이해해야 한다. 현재 북한은 한국전쟁으로인한 분단의 역사를 먼저 인식하는 전제에서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크리스틴 안 팀장)
다만 ‘개입’의 내용을 떠나서 북한 인권 개선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는 대체로 공감이 이뤄졌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긍정적인 영향력’ 행사가 중요하다.”(문타폰)
“국제인권규범에 기초를 둔 (국제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이완희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 아태지역 대표대행)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와 협력체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이금순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연구센터 소장)
북한 인권문제의 최대 현안 중 하나인 ‘탈북자’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라는 부분에서도 새로운 시각이 제시됐다. 당 차원에서 중국 현지 조사를 한 바 있는 최규엽 위원은 “탈북자는 체제 이탈자가 아닌 경제유민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탈북자로 부르든, 유민으로 부르든 간에 그 숫자를 추산하는 것에서도 편차가 컸다.
최규엽 위원과 개인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하고 발제문만 보내온 양쳉밍 중국 인권연구협회 사무총장은 이를 3만 명으로 본 반면에 카린 리 위원은 30만 명으로 추정했다.
이날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어떤 주장을 폈든, 어떤 입장을 취했든 간에 한 가지 분명히 일치했던 점이 있다면 그건 북한사회의 정확한 현실에 대해 누구도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휴먼라이트워치의 탐 말리노프스키 국장은 “우리는 80~90개 국가를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북한은 그 중에서 특히 독특한 나라”라고 털어놓았다.
“외부세계의 존재를 차단하는 데 성공한 거의 유일한 국가라는 점에서 매우 복잡한 대상이다.”
카린 리 위원도 “북한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가운데 북한 인권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와 관련된 사태들을 이해하기 위해 신문보도와 소문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로 비슷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려진 것에 비해 그 ‘밖’에서 훨씬 더 많은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곳이 바로 북한이라는 것이다.
현상에 대한 인식, 그 원인에 대한 상이한 해석은 자연스럽게 그 해법에서도 상반된 갈래로 나뉘었다. 즉 ‘붕괴’냐, ‘공존’이냐다.
“체제를 상호 인정하는 게 필요하다”(최규엽 위원)는 입장에 맞서 “김정일 정권의 소멸이 인권 개선의 지름길”(공성진 의원)이라는 정권교체론이 제기됐다.
신중하되 적극적인 정부 역할 필요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을 주문한 점에서는 비슷했지만 초점은 달랐다. 정봉주 열린우리당 의원은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이 우려된다고 전제하고 “정부의 조용한 외교정책으로 탈북자 문제가 악용되고 방치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즉, 남북한의 주도적 역할을 강화하면서 북한 인권이 정치적 측면뿐만 아니라 생존권적 시각에서 다뤄질 수 있도록 신중하되 적극적인 역할을 펼치라는 것이다.
반면 공성진 의원은 “우리 정부가 조용한 외교라는 허명과 허구 아래 소극적으로 임하지 말고 대북 압박을 해야 한다”는 강공책을 주장했다. 이 같은 공방에 대해 이성훈 포럼 아시아 사무총장은 ‘다각적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인권의 보편성을 추구하면서도 북한의 개별성, 양자의 상호보완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나절에 걸친 토론이었지만 심포지엄이 끝난 뒤에도 토론자와 방청객 모두 할 말이 많이 남은 듯 아쉬운 표정이 엿보였다. 그만큼 국제적 주목과 논의에도 불구하고 북한 인권 문제는 아직도 ‘입구’에서 격렬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는 현실의 방증으로도 비쳤다. 아직은 ‘출구’까지의 거리가 꽤 멀어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국가인권위원회가 발간하는 월간 <인권> 1월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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