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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폭탄 폭발 장면
핵폭탄 폭발 장면 ⓒ 미국과학자협회
누가 NPT를 위협하는가?

흔히 NPT는 대표적인 불평등 조약으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인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의 핵무기 보유는 '한시적으로' 인정한 반면에, 다른 회원국들의 핵무기 개발은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핵국가의 핵무기 개발은 금지한 반면에, 핵보유국은 비핵국가에 핵무기 사용 및 사용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는 소극적 안전보장(NSA)을 제공하고 평화적 핵활동은 지원하기로 함으로써 NPT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NPT가 5대 핵강국들의 핵무기 보유를 '한시적으로' 인정했다고 해서 NPT를 불평등한 조약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NPT의 근간은 비핵국가의 핵무기 개발을 금지한다는 '비확산'(non-proliferation)과 함께 핵보유국의 '핵무기 폐기'(disarmament)도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NPT 6조에서는 전면적인 핵무기 폐기를 위한 협상 및 조약 체결을 명시하고 있고, 1995년에 NPT의 무기한 연장을 합의할 때도 핵보유국의 핵폐기는 의무 사항으로 명시되었다. 또한 2000년 회의에서는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13개의 핵폐기 실행 단계에 합의하기도 했다.

이를 종합해볼 때, NPT의 불평등성은 내용 그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미국 등 핵보유국들이 자신들의 의무 사항은 이행하지 않으면서 비핵국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는데 NPT를 활용하는 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 생소했던 NPT가 알려지게 된 계기는 역시 북한 핵문제와 깊은 연관이 있다. 북한은 1993년 3월 미국의 대북한 적대정책과 NPT의 이행기구인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편파성을 문제삼으면서 NPT 탈퇴를 선언한 바 있다. 북한의 이러한 조치는 미국의 강력한 반발과 맞물려 1차 한반도 위기를 가져오기도 했다. 1차 위기는 1994년 제네바 합의를 통해 봉합되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대북 강경책이 노골화되고 이에 맞서 북한이 2004년 1월 또 다시 NPT 탈퇴를 선언하고 핵카드를 다시 꺼내 듦으로써 2차 한반도 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이 두 차례에 걸쳐 NPT 탈퇴를 선언함에 따라 북핵 문제는 지난 10년간 NPT 회의의 최대 이슈가 되어왔다. 188개 회원국 가운데 이 조약에서 탈퇴해 핵무기 개발을 시도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가 바로 북한이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미국은 북한이 NPT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는 주범이라고 비난해왔다.

핵문제가 북미관계의 산물로 비춰지기를 꺼려하는 미국으로서는 국제군비통제조약 가운데 최대 회원국을 확보하고 있는 NPT야말로 북핵 문제를 '국제화'시킬 수 있는 유력한 근거로 보고 있는 것이다.

물론 북한이 NPT를 탈퇴해 핵무기 개발에 성공하는 최초의 사례를 만들 경우, NPT는 커다란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그러나 NPT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는 최대 주범은 미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2000년 검토회의에서 합의된 13개항의 실행 단계 이행 수준을 확인해보면 확연하게 드러난다. 더구나 부시 행정부는 이 합의문이 "과거의 문건"이라며 변화된 안보 환경을 반영한 새로운 합의문을 요구하고 있어, 13개 합의 사항은 사문화될 위기에 처해 있다.

핵무기 폐기를 위한 13개의 합의 사항 가운데 대표적인 것들로는 포괄핵실험금지조약(CTBT) 서명, 핵실험 중단, 핵 폐기 절차 및 기구 구성을 위한 협상 개시, 탄도미사일방어(ABM) 조약 보존 등이 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클린턴 행정부 때 서명한 CTBT 비준안을 의회에 상정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고, 핵실험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며,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을 위해 ABM 조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더구나 NPT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비핵국가에 대한 소극적 안전보장(NSA)을 철회한 상황이고, 북한 등 적대 국가의 지하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새로운 핵무기 개발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다.

NGO뿐만 아니라, IAEA 관계자들조차도 "NPT를 가장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5월 1일, 최대 규모의 반핵 시위 열릴 듯

부시 행정부는 NPT 이외에도 국제조약을 무력화시켜온 것으로 유명하다. 온실가스의 25%를 배출하고 있으면서도 기후협약을 탈퇴해 "지구 환경 파괴의 주범"이라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는가 하면, 9·11 테러 직후 생물무기 위협을 한껏 강조해오면서도 정작 자국의 바이오 산업의 보호를 이유로 생물무기금지협약(BWC) 검증체제 구축을 반대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불법전쟁"으로 규정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아들 비리를 앞세워 아난을 축출하려 했다가 역풍을 맞기도 했고,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와 관련해 미국과 다른 목소리를 낸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의 교체를 희망했다가 국제사회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엘바라데이는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무총장에 단독 출마해 연임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처럼 9·11 테러를 구실로 일방주의와 군사패권주의를 추구해온 부시 행정부는 그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반면에, 국제사회의 반발과 저항은 날로 커지고 있다. 1기 부시 행정부 때에는 9·11 테러를 당한 미국의 포효 앞에서 국제사회가 숨죽여왔다면, 앞으로는 호락호락 당하지 않겠다는 결의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상징하듯 전세계의 반핵평화운동 단체들은 NPT 회의 개막일 하루 전에, 냉전 해체 이후 최대 규모의 반핵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 5월 1일 뉴욕에서 열릴 예정인 반핵 시위에는 전세계의 수백개 단체가 참가를 결의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의 핵 정책이 맞선 반핵 전선이 형성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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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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