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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언집 <신현림의 희망블루스> 표지
ⓒ 휴먼&북스
절망에 잠겨 있는 사람들에게 권할 만한 희망의 잠언 99가지와 엮은이의 메시지가 각각 담겨 있는 따뜻한 잠언집이 지난해 12월에 나왔네요. <신현림의 희망 블루스>. 시인 겸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신현림씨가 과거에 시집 <세기말 블루스>를 내었기 때문에 그 느낌이 더 새롭습니다.

'삶이 힘들더라도 매일의 사소한 행복과 마음의 풍요로움을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지' 생각해 보았던 신씨는, '시와 소설, 음악, 영화, 만화 등 여러 분야를 총망라해 고대에서 현대, 유·무명 가릴 것 없이 자신의 삶을 비춰볼 수 있고, 희망과 용기를 주며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좋은 글'을 찾아보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던 모양입니다. 지난 '시인과의 사색' 인터뷰 때 만남의 시간을 맞추기 위하여 이동통신으로 몇 차례 전화하였을 때, 그녀가 두세 번인가 도서관에 가 있던 이유를 알 듯도 하였습니다.

이 책은 '사랑을 위한 희망블루스' '인생을 위한 희망블루스' '행복을 위한 희망블루스', 이렇게 3장으로 엮어져 있습니다. 먼저 '사랑을 위한 희망블루스' 가운데 두 가지를 들추어보면 이렇답니다.

현대적인 생활 방식에서 우리가 신경써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인간적인 친밀한 접촉과 관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고속화된 사회는 이런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기회를 앗아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고 그들에게 사랑받기를 좋아합니다. - <신현림의 희망블루스> 16쪽에서

에크낙 이스워런의 <마음의 속도를 늦추어라>에서 인용한 이 잠언 옆쪽에는, 실제로 경제적 고난을 겪었던 신씨의 갚진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오래전 저희 집은 콩가루 집안이었죠. 이후 IMF가 터지며 짊어지게 된 빚더미. 그동안 괴로움이 주렁주렁 포도알이었고, 아직도 갚을 빚이 많지만, 고난이 나쁜 쪽으로만 흘러가진 않았습니다. 식구들은 더욱 검소해지고 똘똘 뭉치게 됐죠. 의리와 정도 아주 깊어졌고, 지난 주말에는 30년 만에 두 번째 가족 여행도 다녀왔답니다. 찾은 곳은 강원도 휴양림이었어요. 두 시간 동안 머문 동해의 바닷가. (중략)
자연 속에선 뭐든 다 신비롭고 가족이나 연인들의 정은 더 두터워지기 마련이죠. (중략) 푸른 빛을 띠며 사뿐 날아오르는 게 뭔가 했네요. '반딧불이'였어요. 정(情)이란 반딧불이가 저마다 마음속에서 나와 춤추는 듯했답니다. -<신현림의 희망블루스> 17쪽에서


'사랑을 위한 희망블루스'에서 한 꼭지 더 예를 들어봅니다.

(전략)
비가 부르는 노래의 높고 낮음을
나는 같이 따라 부를 수가 없지만
비는 비끼리 만나야 서로 젖는다고
당신은 눈부시게 내게 알려준다.
-<신현림의 희망블루스> 20쪽에서


이 글은 마종기 시집 <보이는 것을 바라는 것은 희망이 아니므로>에 수록된 시 '비는 비끼리 만나야 서로 젖는다고'의 일부입니다. 이 시 옆쪽에는 신씨의 이런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전략) 그래요, 비가 비끼리 만나 더 크게 울 듯이 누구든 자기와 같은 코드의 사람을 만나면 기뻐 울겠죠. 비가 내리면 가뭄에 목 타던 나무와 풀도 엉엉 울 겁니다. 그대도 울 것 같다구요? 그럼, 저도 같이 울게요. -<신현림의 희망블루스> 21쪽에서

'인생을 위한 희망블루스'에도 사람의 삶에 도움을 주는 잠언과 메시지가 가득 담겨 있네요. 마지막 장인 '행복을 위한 희망블루스' 가운데 신씨의 마지막 메시지가 가슴에 특히 와닿습니다.

(전략) 제 시집의 다른 시에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나무를 보면 나무를 닮고/모두 자신이 바라보는 걸 닮아간다'는 시구가 있습니다. 살면서 깨우친 절실함이죠. 비관적이면 인생은 비극적으로 흘러가고, 희망을 바라보면 희망이 오더군요. 순정한 사랑을 꿈꾸는 분, 언젠가 그 사랑이 올 겁니다. (이하생략) -<신현림의 희망블루스> 231쪽에서

이 책은 바로 '힘들고 슬픈 일이 있어도 영원히 계속되진 않는다는 것, 그래서 인생은 희망적인 것'이라는 큰 교훈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갑자기 작업실의 한쪽 벽면으로 눈이 갔습니다. 내가 하루하루 주거지 경매 최고장에 시달리며 하루 한 끼니조차 때우기 어렵던 시절에 붓으로 써서 붙여놓았던 옛 성현의 명언이 눈에 띕니다.

飄風不終朝 驟雨不終日(표풍부종조 취우부종일). '바람이 불거나 비가 와도 계속되지는 않는다'는 말이니, '고난은 계속되지 않는다'는 깊은 뜻을 담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이라서, '표지 디자인이 참 좋지만 붉은 색조였으면 더 따뜻했을 걸' 하는 생각을 해보았지요. 그러나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추운 겨울이 길어도 한 계절일 뿐, 곧 따뜻하고 찬란한 봄이 찾아올 테니까요. 이 책의 표지는 벌써부터 봄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던 거겠죠?

덧붙이는 글 | <신현림의 희망블루스> 신현림 엮고 씀/2004년 12월 22일 Human & Books 펴냄/하드커버 4×6판 232쪽/값 8500원


신현림의 희망 블루스

신현림 지음, 휴먼앤북스(Human&Books)(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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