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628m의 팔각산은 경상북도 영덕군 달산면 옥계리에 있는 산이다. 팔각산이란 이름 그대로 여덟 개의 봉우리가 뾰쪽하게 정상으로 이어져 있으며 정상에 서면 주위 경관이 한 눈에 들어오는 아기자기한 산으로 알려져 있다.
팔각산은 높은 산도 아니고 산행시간도 짧아 당일로 가볍게 오르기에 알맞은 산이지만 어린 아이들이나 노약자가 오를 때는 조심해야 한다.
산행시간은 보통 왕복 4시간이면 가능하지만, 산세가 험하고 등산로가 가팔라 얕잡아 보면 위험한 산이 될 수도 있다.
겨울엔 아이젠과 보온 장갑을 반드시 챙겨서 산을 올라야 한다.
산행보다 술 잔을 먼저
지난해 12월 셋째 주, 직장 동료들과 팔각산을 올랐다. 원래는 태백산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동료 몇이 급한 볼일로 하여 참석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부득이 인근의 팔각산을 찾게 되었다. 이른 아침부터 잔뜩 찌푸리던 하늘은 근방이라도 무언가를 쏟아 부을 것처럼 차가웠다.
차에서 내리자 쌀쌀한 몸을 녹이자며 동료 중 하나가 술병을 꺼내더니 산행도 시작하기 전에 한 모금씩 술을 나눠 먹는다. 말리는 사람이 없는 걸 보면 산꾼 들이 아니라고들 하겠지만 일행 중엔 히말라야 고봉을 여러 개 등정한 사람도 있고 주말마다 산에 미치듯 다니는 이도 한 둘이 아닌 건 사실이다.
찬바람에 먹는 과메기와 소주 한 잔은 그야말로 별미 중 별미다. 꺼내기 무섭게 소주 몇 병이 나가 떨어진다. 대낮에 먹는 술은 취기가 빠르다. 취기가 느껴지는지 그제야 산을 오르자며 하나 둘 일어선다.
등산로 초입은 108개의 철 계단으로 시작한다. 등산로 초입이 잘 정리되어 있어 출발하는 맛이 상큼하게 느껴지지만 108계단을 오르기 시작하면 그리 만만한 산은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다.
가빠른 능선을 20여분 오르고 한 숨을 돌리니 주위 경관이 목에까지 차올라 감탄이 절로 나오게 마련이다. 정상이 바로 앞에서 손끝에 걸려 잡힐 것 같다.
산세가 작아 명성이 없다는 걸 안타까워하며 정상인 팔봉을 향해 발길을 재촉했다.
두어 시간 올랐을까? 에게, 벌써 정상이다. 산에 오르면 먹어달라고 조 과장이 보낸 양주 한 병으로 한 해 무사함을 감사하며 건배를 외쳤다.
포항에서 왔다는 아줌마도 과메기 맛 좀 보자며 체면 불사하고 한 쌈 잔뜩 싼다. 꿀 떡 먹듯 입 속으로 꼴깍 넘기는 맛에 인심하나 겁나게 좋아지고 말았다. “과메기만 먹을 수 없잖아요, 한잔해요.”
내려오는 길은 능선길과 계곡길이 있다. 이 말고도 두어 개 다른 코스가 나 있기는 하지만 여름에 적합한 산행 코스다.
오고 가는 한 해는 우리 모두에게 어떤 의미를 가져다주는 것인가? 올 한해도 이렇게 건강하게 마무리 할 수 있다는 감사함과 오는 한 해에도 새로운 희망을 꿈꿀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지금 이 땅 위에 명백히 살아 있다는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