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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뮤지컬을 본 경험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그리고 나는 뮤지컬을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혜택 받은 자,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뮤지컬, 그것은 문화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매력적인 음악과 춤이 있고 눈물을 혹은 웃음을 자아내는 감동적인 연기와 스토리가 있고 눈을 뗄 수 없는 시각적 만족을 주는 멋진 무대와 특수효과, 의상이 있는 뮤지컬은 정말로 종합 예술이라고 표현하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감성세대와 뮤지컬이 만났던 날

뮤지컬 열풍이라고 까지 불린 지난해의 뮤지컬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은 다양한 요소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감성세대를 만났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뮤지컬 자체가 오페라를 대중화 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시작된 만큼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뮤지컬이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요즘 '감성세대'라고 일컬어지는 대중에게는 특히 더 성공적일 수 있다. '감성세대'는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요소를 중요시한다. 라디오보다는 TV나 컴퓨터가 익숙한 그들에게 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필요했고, 뮤지컬은 그 흐름에 맞춰 지난 한해를 보낸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또한, 감성세대가 상품 자체만큼이나 브랜드 가치를 중요시 여기는 것과도 맞아 떨어진다. 뮤지컬 공연의 질이나 가격, 한정성 등은 영화나 다른 문화코드보다 뮤지컬에게 더 많은 심리적 하이퀄리티 (high quality)를 부여했다. 그리고 이것은 똑같아 보이더라도 시장의 운동화보다는 나이키운동화를 사려고 들고, 백화점에 가는 사람들이 늘면서 문을 닫는 재래시장이 늘어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관객들을 뮤지컬 공연장으로 가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뮤지컬은 단지 시대와 세대를 잘 타고난 탓에 유행하고 있는 것일까? 그러면 이 열풍은 곧 사그라지고 말 거품인가? 먼저 대답은 '아니오'다. 뮤지컬 열풍은 지난해에 이어 을유년을 수놓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코리아웨이 42번가, 2005년 뮤지컬이 사는 곳

뮤지컬 공연은 쉼 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단순히 흥행성 외래뮤지컬을 가져다 공연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창작 뮤지컬을 위한 노력도 지속되고 뮤지컬의 대표곡을 공연하는 뮤지컬콘서트도 예정되어 있는가 하면 뮤지컬로 공연된 작품의 영화화도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산의 뮤지컬들에 비해 창작뮤지컬이 상품성이 없고, 학예회 같다는 의견들로 제작이 적은 게 사실 이였다. 하지만 '소나기', '마리아 마리아' 등이 창작뮤지컬에 대한 논의를 싹틔웠고 95년 선보인 '명성황후'는 올해로 공연 10년째를 맞이 하는 등 창작뮤지컬에 빛이 보여 왔다.

이러한 흐름을 이은 듯 창작뮤지컬 활성화를 위해 LG아트센터, KYYK뮤지컬과 공동으로 CJ엔터테이먼트가 개최한 '창작뮤지컬워크숍쇼케이스2005 (www.musicalshowcase.co.kr)' 는 공모를 통해 극본과 작품, 작곡 부문으로 나눠 선정한 후 16주 동안 워크숍을 통해 작품을 제작, 쇼케이스를 선보이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현재 1차 합격자를 발표한 상태이고 2005년 3월 28일까지 1,2차 워크숍을 거친 후 4월 1일 첫 쇼케이스를 가질 예정이다.

또한 순수를 보여주는 '하드 락 카페'와 상업성 짙은 '클럽 파라다이스' 사이에서 일어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창작 뮤지컬인 '하드 락 카페'는 제작투자사 쇼이스트와 함께 이를 영화화하기로 했다고 밝혀 뮤지컬의 가치를 더욱 높여 줄 것으로 예상된다.

다가오는 10일, 11일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내로라하는 국내 뮤지컬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여 뮤지컬의 대표곡들을 통해 작품의 감동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뮤지컬 콘서트 '올 댓 뮤지컬'이 열린다.

이렇게 지루할 틈 없이 이어지는 뮤지컬 관련 뉴스들은 뮤지컬 마니아들을 더욱 들뜨게 만든다. 그리고 을유년의 뮤지컬을 우리는 낙관해도 좋을 것 같다.

뭡니까 이게, 비싼 티켓 나빠요

그럼 정말로 마음 편히 먹고 낙관적으로 바라보고만 있어도 되는 걸까? 물론 희망적인 시각으로 낙관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지나친 낙관은 오히려 독이 된다. 우리는 언제라도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티켓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95%가 7만원이 넘는 공연 입장권 가격이 부담스럽다고 대답했다. 물론 입장권 가격이 이유 없이 비싼 것은 아니다. 한 무대를 위해 수없이 노력하고 땀 흘리는 스태프와 배우들을 생각하고 감동적인 공연을 보고 난다면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하지만 말이 7만원이지 서민들에게는 분명 사치라고 불릴 가격이다.

이것은 대형무대에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해 공연함에도 불구하고 한정된 공연 횟수로 한 공연 당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입장료의 가격이 치솟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1000석 안팎의 뮤지컬 전용극장설립이 절실하다. 중·소극장 공연 확대를 통해 대중적 공연문화인 뮤지컬을 진정으로 대중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뮤지컬이 지닌 장점인 대중성의 실현을 위해서 불가피한 사항이다.

또한 뮤지컬 전용관 설립은 단순히 저렴한 가격으로 인해 서민층만이 혜택을 받는 것이 아니라 대중성이라는 가치를 가진 뮤지컬 자체가 그 의미를 더 깊게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임을 알아야 한다.

2005년 을유년은 지난해의 뮤지컬 열풍을 바탕으로 뮤지컬을 굴뚝 없는 산업으로 각광받는 문화산업의 핵심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중요한 해이다. 뮤지컬에 대한 많은 관심과 연구를 통해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대표곡 'This Is The Moment (지금 이순간)' 의 가사처럼 "지금 내겐 확신만 있을 뿐 남은 건 이제 승리 뿐" 인 뮤지컬의 한 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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