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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준 교육부총리가 지난 7일 저녁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합동브리핑실에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기준 교육부총리가 지난 7일 저녁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합동브리핑실에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청와대에서 지난 1월3일 오후 교육부총리 등에 대한 인사추천회의가 열리기 전에 민정수석 산하의 공직기강비서관실(오정희 비서관)은 "이기준씨가 교육부총리가 되기에는 부적격"이라는 보고서를 올렸으나 인사추천회의를 주재한 김우식 비서실장과 주무수석인 박정규 민정수석은 회의에서 이를 무시하고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예상된다.

따라서 이 '부적격 판정' 보고서가 왜 무시되었는지에 대한 청와대의 자체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그 결과에 따라서는 박정규 민정수석은 물론 김우식 비서실장까지 이에 대한 책임을 면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한 관계자는 9일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는 교육부총리 후보로 추천된 이기준씨가 서울대 총장 재직시의 부도덕한 행위 등이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교육부총리에 부적격' 의견으로 상부에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정규 민정수석이 "3일 동안 30명의 장관 후보를 검증하느라 이기준 교육부총리 후보에 대해 충분히 검증할만한 시간이 없었다"고 해명한 것에 대해 "이기준씨의 경우 전에도 장관 후보 등으로 추천된 적이 있어 업데이트된 존안자료 등이 충분히 있었고, 그래서 언론이 새로 폭로한 것을 모르는 상태에서도 이미 '부적격'으로 의견을 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오정희 공직기강비서관도 9일 오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서울대 총장 재임시 이미 공개된 검증결과를 토대로 총장 퇴진사유 자체가 교육부장관 임용에 부담이 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은 맞다"면서 "그러나 인사추천회의에서는 그보다는 그분의 교육개혁과 추진력을 높이 산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민정수석실 사정에 밝은 또 다른 여권의 관계자도 "공직기강비서실에서 '부적격 의견'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런데 왜 직속상관인 박정규 민정수석이나 김우식 비서실장이 그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사추천회의 의장인 김우식 비서실장의 주재 하에 3일 오후에 열린 청와대 인사추천회의에서 박정규 민정수석은 공직기강 비서실의 부적격 의견에도 불구하고 이기준씨에 대해 이렇다할 반대 의견이나 재고 의견을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종 인사권자인 노 대통령 또한 인사추천회의에서 3배수로 천거한 교육부총리 후보 중에서 이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이기준 전 총장을 교육부총리로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평소에 참여정부의 인사 시스템과 관련 "인사는 인사수석실이 1심에 해당하고, 민정수석실은 2심, 대통령이 3심이다"라고 말해왔다. 따라서 이번의 경우 인사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채 1심부터 3심까지 모두 '구멍'이 난 셈이다.

약 1시간 가량 열린 이날 인사추천회의에는 김우식 비서실장, 김병준 정책실장, 박정규 민정수석, 정찬용 인사수석, 이병완 홍보수석 등 관련 수석 외에도 이해찬 국무총리도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만약 공직기강 비서실의 '부적격 의견'이 상부에서 무시됐다면 안이한 정신자세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고의적 무시가 있었는지에 대해 즉각 자체조사나 감사원의 직무감사가 이뤄져야할 중대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기준 전 부총리의 장남이 지난 80년대에 연세대 화공과에 편법으로 입학한 것이 확인됨에 따라 이씨와 '40년 지기'로 당시 화공과 학과장이었던 김우식 비서실장의 도의적 책임과 인책론이 다시 제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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