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성주 참외농사꾼 박동근 황희숙 부부의 새해를 맞이한 환한 미소
성주 참외농사꾼 박동근 황희숙 부부의 새해를 맞이한 환한 미소 ⓒ 박도
"샛노란 열매를 딸 때는 얼매나 기분 좋은지..."

영하의 추운 날씨임에도 온 들판이 비닐하우스로 떠오르는 아침 햇살에 눈부시다. 예사 농가에는 한창 긴 겨울잠에 빠져있을 때인데도 이곳사람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다가올 새봄에 수확을 준비하는 농사꾼들이다.

원래 경북 성주군은 수박 생산단지로 이름을 날리다가 1960년대부터는 참외 생산단지로 바뀌었다. 다른 고장에서는 씨앗을 뿌릴 때 이곳 성주 참외단지에서는 샛노란 참외가 쏟아져 나와 온 국민들에게 풋풋하고 상큼 달콤한 과일을 맛보인다.

온 들판이 비닐하우스로 가득 찬 성주군 초정면 참외단지.
온 들판이 비닐하우스로 가득 찬 성주군 초정면 참외단지. ⓒ 박도
지난해 11월 하순에 파종한 참외모종을 이제 곧 비닐하우스에다가 옮겨 심어야 하기에 그 준비로 요즘 이른 새벽부터 바쁜 박동근(50) 황희숙(48) 부부를 비닐하우스에서 만났다.

- 예로부터 농사꾼들은 겨울철에는 신선이라고 편히 지내는데?
“우리 마을에는 아이라예. 그야말로 옛날이야기라예. 우리 마을사람들은 겨울이 더 바빠예. 추석 지낸 후부터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지예.”

- 참외농사력을 들려주십시오.
“11월 하순에 파종을 해서 요즘 한창 비닐하우스에다가 옮겨 심은 뒤 4월 중순에 수확할 예정이라예.”

비닐하우스 한 동의 길이가 자그마치 100m는 돼 보였다. 평균 한 동의 넓이가 200평으로 당신들은 자그마치 19개 동 3800평의 참외농사를 짓고 있다고 했다.

- 유독 성주지방이 참외농사가 잘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성주지방의 기후가 비교적 따뜻한 편이고, 토질이 참외농사에 알맞기 때문이라예. 그라고 수십 년 동안 이어온 기술 축적이라예.”

성주 참외를 본받아 다른 지방에서도 참외농사를 짓고 있지만 참외의 당도나 색깔, 신선도에서 아직은 이곳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면서 당신의 참외농사 이력은 30년이 넘는다고 했다.

농사꾼 부부가 침외모종에 덮어줄 비닐을 펼치고 있다
농사꾼 부부가 침외모종에 덮어줄 비닐을 펼치고 있다 ⓒ 박도
- 애로사항은 무엇입니까?
“농자재 값이 해마다 참외 값보다 더 오르는 거라예. 올해 비닐 값은 지난해보다 30%는 더 올랐다 아입니까”

- 지난해 농가 수입은?
“5000만원 정도 되었는데 농자재 값 지(제)하고 나면 순 수입은 얼마 되지 않을 거라예. 우리 식구 인건비 정도일 겁니다.”

이곳 사람들은 하루 종일 비닐하우스에서 일하기에 대부분 직업병을 앓는다고 한다. 관절염과 기관지병으로 대구시내 병원의 관절염 환자 가운데 태반은 성주 사람이라고 할 만큼 골병드는 농사라고 했다.

- 참외농사 보람을 말씀해 주십시오.
“힘은 마이(많이) 들어도 샛노란 열매를 딸 때는 얼매나 기분 좋은지 모릅니다. 그 놈들이 제대로 시세를 받을 때는 아주 기분 좋지예.”

한 동이 200평이나 되는 비닐하우스, 길이가 100미터나 될 듯하다
한 동이 200평이나 되는 비닐하우스, 길이가 100미터나 될 듯하다 ⓒ 박도
당신들은 농사만 지으면 유통은 농협에서 다 해결해 준다고 했다. 최근에는 자동개폐기 시설이 되어서(정부보조 50%) 더 과학적인 영농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여태 가격안정이 되지 않아서 농사를 지으면서도 늘 불안하다고 했다.

대담 내내 이들 부부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힘은 들지만 ‘수확의 기쁨’을 말하는 이들에게서 순박한 농사꾼의 어진 마음을 읽었다. 이제 곧 비닐하우스에 모종을 옮겨 심을 거라는데 굳이 모종 장에는 가지 않았다.

찬 날씨에 참외모종이 감기라도 든다면, 외지사람이 병충해라도 옮긴다면 이들 부부의 일년 농사는 망치기 때문이었다.

“올 봄 참외 날 때 꼭 오이소. 맛 보여드리지예.”
“예. 꼭 오겠습니다.”

그렇게 대답하는 게 인사 같아서 빈말 같은 말을 드리고, 이들 착한 부부가 '땀을 흘린 만큼의 기쁨'을 얻기 빌면서 그곳을 떠났다.

새해 아침 햇살에 눈부신 성주 참외단지의 비닐하우스들
새해 아침 햇살에 눈부신 성주 참외단지의 비닐하우스들 ⓒ 박도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