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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마음의 거울'이라는 말처럼, 나는 '자기 나라의 거울은 국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시적인 말을 하려는 게 아니라 사실이라고 강하게 느낀다. 언어에는 문화의 느낌, 냄새, 표현, 사고방식 등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다.

언어는 문화의 본질이다

일본 식민지 때 일본 사람들은 그걸 잘 알았기 때문에 한국말을 없애려 했지만 성공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한국 사람들이 한국말을 하는 한, 대한민국은 없어지지 않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어는 한국이 일본에 종속되지 못하도록 중대한 역할을 했다. 그런데 요즘 나는 이렇게 중요한 한국어를 한국에서 그다지 중요하게 여긴다고 생각지 않는다.

현대 사회는 지구촌 시대라 한다. 운송, 통신 수단의 발달 덕분에 사람들은 쉽게 해외여행도 할 수 있고 아주 먼 나라 사람과 국내 전화하듯이 연락할 수 있으며, 경제적 문화적으로도 모든 나라와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세계적으로 제일 많이 쓰이는 언어인 영어를 잘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욕구다. 많은 한국 사람들은 영어를 잘 하기 위해서 유학을 가거나 기러기 아빠가 되어 아주 큰 돈을 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때로는 영어가 중요할 수도 있지만 2004년에 들은 얘기 중 서울시가 영어를 공식어로 하려 한다는데 이건 좀 너무하지 않나 싶다. 서울을 자주 싱가폴하고 비교하지만, 서울은 싱가폴이 아닌 데다가 경제를 위해서만 그런 생각을 한다면 그 사람에게는 언어가 아주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데 장기적으로 보면 언어는 경제보다 더 중요하다. 요즘 보통 사람들은 이야기를 할 때 엄청나게 많은 영어를 섞어 쓴다. 문제는 많은 상황에 맞는 한국말이 이미 존재해도 그 말 대신 영어를 쓴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와이프/wife (아내, 집사람), 아이디어/idea (생각), 프린트하다/print (인쇄하다). 그리고 아파트나 빌라 이름 역시, 골드빌/Goldvill(금도시), Korean standard house (한국형 표준 집?), Richvill(부자 도시?), We’ve/위브(…?).

그건 단지 우스운 정도가 아니라 우스꽝스럽다. 만약 한국말로 '부자 도시'라는 이름의 아파트에서 살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아무튼 영어의 인기가 너무 심하다보니 엉터리로 쓸 때도 많은 법이다.

며칠 전 텔레비전에서 한 유명한 평론가가 이런 식으로 말을 했다.

"ㅇㅇ을 원트(want), 원한다…."

이게 도대체 웬 말인가 ?

"원한다는 것을 원한다?, 원한다, 원한다?, 뭘~ 원한다?'

음…. 한국 속담 중에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라는 말은 바로 이 상황에 맞는 것 같다. 국민들이 한국말을 바르게 쓰기를 원한다면 지식인들부터 그렇게 해야 한다.

나는 영어를 많이 섞어 쓰는 것은 지식이 많다는 것보다 반대로 잘난 척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는 미국의 영향이 아주 크다. 경제, 문화, 언어, 정치적으로…. 그런데 한국이 그런 점들을 조화롭게 발전 시키려면 한국적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에서 몇 년 동안 살았던 불어를 잘 하는 미국 작가 폴 오스터(Paul Auster)는 네덜란드 여행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외국여행을 할 때 보통 그 나라의 언어를 잘 몰라서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생기고 이국적일 수 있지만 암스테르담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영어를 엄청 잘 해서 이방인이 될 수 없었기 때문에 내 휴가를 완전히 망쳐버렸다.'

내가 암스테르담에서 살았을 때(1996-1998) 네덜란드 말을 공부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네덜란드 친구들에게 알려주자 그 친구들은 거의 다 "왜 우리 말을 공부해? 우리는 영어를 잘 하는 데다가 우리 말은 거의 우리 나라에서만 쓸 수 있는 말이어서 시간 낭비야"라고 했다.

난 자기 나라 말에 대해서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영어를 잘 못하는 우리 프랑스 사람들은 프랑스어를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여기기 때문에 네덜란드에서 살기 전까지는 자기 모국어에 대해서 이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

그렇다면 한국은?

내가 서양 사람처럼 보여서 한국 사람들은 보통 나에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 반드시 영어로 한다. 그래서 가끔, 아주 가끔, 어떤 사람이 나에게 그냥 한국말로 이야기를 하면 내가 얼마나 기쁜지….

내가 이년 전에 한국에 왔을 때 어떤 서류가 필요해서 서울 프랑스 대사관에 간 적이 있다. 일을 마친 후 한국에 사는 프랑스 사람들을 위한 여러 소책자들을 들고 집으로 왔다. 그 책자에는 여러 내용이 있었는데 그 중에 한 문장이 더 눈에 띄었다.

'한국어를 반드시 알 필요는 없지만 영어는 필요할 수 있다.'

물론 프랑스 공식 기관에서 이런 말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왜 이런 말을 했을까 하고 반문한다면? 사실 한국 사람이 외국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한국말을 조금씩만 했더라면 외국 사람들도 자기가 한국말을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한국 사람들이 영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좋지만 외국 사람도 한국말을 적극적으로 공부하게 해야 한다.

오랫동안 한국은 다른 나라로부터(중국, 일본, 미국)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요즘은 반대로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까지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새로운 현상이지만 한국이 강해졌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외국사람들이 한국문화와 한국말을 공부하고 한국과 한국사람들을 더 좋아하게 될 거라고 진심으로 생각한다.

국어는 아주 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은 이미 존재하는 한국말을 영어로 대신 쓰지 말고 알맞는 한국말들을 쓰기를 바란다. 그리고 만일 적절한 말이 없다면 새로 만드는 노력도 해야 한다.

"한국어 캠페인 (음~) 시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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