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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지암리조트가 들어설 산40-1번지 일대. 곤지암리조트가 진행하는 수목원 공사 안내판이 서 있다.
곤지암리조트가 들어설 산40-1번지 일대. 곤지암리조트가 진행하는 수목원 공사 안내판이 서 있다. ⓒ 오마이뉴스 박수원

"이 곳에 스키장만 들어서면 아마 지금보다 땅 값이 몇 배는 오를 겁니다. 기대 심리 때문에 요즘은 매물조차 나오지 않고 있어요."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도웅리 일대가 (주)곤지암리조트(대표이사 이경수) 개발로 인한 기대 심리로 들썩이고 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자는 들뜬 지역 분위기를 계속해 이렇게 설명했다.

"지금 곤지암리조트로 올라가는 도로 주변은 가격이 올라서 70만원 내외로 거래되지만 조만간 200만원으로 가격이 또 뛸 겁니다. 그리고 스키장이 들어서는 시점에서는 재차 가격이 오를 거고요."

곤지암리조트는 스키 슬로프 8면과 리프트, 눈썰매장, 문화체육센타, 콘도미니엄 등으로 구성된 레저타운이다. 스키장이 들어서는 광주시 도척면 도웅리 산40-1는 (주)곤지암레저(대표이사 이규홍)가 운영하는 곤지암 컨트리클럽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곤지암리조트는 어떤 회사인가?

(주)곤지암리조트는 93년 다화산업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해 2000년에 현재 이름으로 변경했다. LG그룹에서 분가한 GS그룹 허씨 일가가 계열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회사다.

이경수(58) 대표이사는 LG건설의 전신인 럭키개발 출신으로 LG건설 상무이사와 LG그룹 회장실 전략사업개발단 전무이사, LG에너지 전무이사를 역임한 LG맨이다. 이와 함께 알토 허승효(61) 회장이 곤지암리조트 이사로 등재돼 있다. 허승효 회장은 LG그룹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과 동업관계였던 고 허만정씨의 6남이다.

곤지암리조트는 고 허만정씨의 5남인 허완구(69) 회장과 6남인 허승효 알토 회장이 각각 37%와 15%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고 허만정씨의 손자인 삼양통상 허남각(67) 회장과 삼양인터내셔널 허광수(59) 회장이 17%와 2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4명이 90%가량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들 4명은 GS그룹 오너들과 형제들로 그룹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GS그룹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특수관계인이다.
곤지암 컨트리클럽 주소가 '도척면 도웅리 산41번지'라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이는 곤지암리조트가 만든 도면에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골프장과 스키장이 나란히 붙어있다.

도웅리1리의 한 주민은 "스키장 공사 때문에 큰 길을 낸다고 들었다"며 주변 상황을 설명했다.

곤지암리조트는 경기도의 최종 허가만을 남겨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기도 광주가 지역구인 한나라당 박혁규 의원과 김용규 광주시장이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지만 않았다면 곤지암리조트 개발은 장애물 없이 진행될 사업이다. 그러나 두 정치인 구속으로 곤지암리조트는 예상치 못한 벽에 부딪치게 됐다.

이에 대해 광주시청 관계자는 "환경부 승인은 마쳤지만 광주시청 내에서 부서간 협의 중에 있다"면서, "그 협의가 끝나야 경기도에 승인을 요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역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시장이 구속됐기 때문에 일이 지체되는 것이지, 사실 경기도 승인만 남았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벽에 부딪힌 곤지암리조트

곤지암리조트 모형도. 곤지암컨트리클럽과 리조트가 붙어있다.
곤지암리조트 모형도. 곤지암컨트리클럽과 리조트가 붙어있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한나라당 박혁규 의원과 김용규 광주시장은 모두 '수질오염총량제' 시행을 앞두고, 건설사들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수질오염총량제는 지자체별로 할당된 한도 내에서 오염물질 배출 총량을 규제하는 제도로 목표 수질을 달성하는 개발은 제한적으로 허용해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004년 7월 지자체 가운데 광주시가 처음으로 이 제도를 도입했다.

경기도 광주시는 팔당상수원이기 때문에 개발에 상당한 제한을 받았다. 당시 지역에서는 수질오염총량제가 도입되면 개발 제한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왜냐하면 외형적으로는 광주시가 수질오염총량제를 통해 오염량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것 같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 제도를 방패막이 삼아 개발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실제 광주시는 수질오염총량제를 시행하면서 23개 지역사업을 발표했다.

환경부에서는 수질오염총량제가 환경 보호를 위한 의미있는 제도라고 설명하지만, 한편에서는 수도권 각 지자체들이 개발 사업에 힘을 쏟고 있는 현실에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박혁규-김용규 구속 사건에서 보듯 수질오염총량제를 뚫고 사업권을 따내기 위한 싸움이 벌어지게 되고 그 과정에서 로비라는 무리수를 두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광주시가 시행하는 수질오염총량제의 가장 큰 수혜자는 LG그룹과 GS그룹이 관련된 곤지암리조트다. LG그룹은 구씨와 허씨가 함께 경영권을 행사하다가 지난해 허씨가 GS그룹(정유, 건설, 유통 등)을 만들어 분리돼 나왔다. 곤지암리조트는 외형적으로 두 그룹과 무관해 보이지만 GS그룹 허씨 일가가 계열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회사다.

특히 곤지암리조트가 추진되는 토지의 약 80%는 <오마이뉴스>확인 결과 허씨와 구씨 일가들의 땅으로 확인됐다. 곤지암리조트가 들어설 32만평 가운데 허씨와 구씨 일가가 소유한 땅은 25만평 가량 된다.

기업들이 자체 개발사업을 진행하기에 앞서 사업부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미리 개인 명의로 땅을 확보한 뒤, 나중에 사업 진척과정에 따라 법인 앞으로 명의를 변경하는 통상적인 과정을 보여주는 셈이다.

그러나 곤지암리조트는 사업이 추진될 토지의 80%가 허씨와 구씨 땅이라는 지적에 대해 "사업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회사가 토지를 무조건 매입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느냐"면서,"개인들이 토지를 매입하게 된 경위는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GS그룹 역시 곤지암리조트와 그룹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GS그룹 관계자는 "곤지암리조트는 개인적으로 추진하는 일로 알고 있다"면서, "그 분들이 GS그룹 내부 경영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확인할 방법도, 알 수 있는 방법도 없다"고 설명했다.

환경부 반대에 10년 넘게 사업 지체

박혁규-김용규 뇌물 파문 이후 많은 사람들은 곤지암리조트에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수질오염총량제 시행을 앞두고 건축허가 물량을 배정받기 위해 중견 건설업체가 로비를 했는데, 사업비만 해도 1000억원에 이르고 규모가 훨씬 큰 곤지암리조트에서 과연 가만히 있었겠느냐는 것이다. 땅으로 인한 개발 이익도 막대한 상황이라 의심은 커져만 갔다.

광주시는 지난해 7월 수질오염총량제 시행 직후 곤지암리조트 개발사업을 승인했다. 곤지암리조트쪽에서는 자신들이 수질오염총량제의 최대 수혜자란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난 10월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현장. 열린우리당 장복심 의원은 "LG가 추진하는 곤지암리조트는 39만 9000평 규모의 대규모 사업인데다 팔당상수원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 1권역에 위치하고 있어 환경정책기본법이나 수도권정비계획법상 허용해서는 안되는 사업"이라면서, "광주시가 지난 7월5일 환경부로부터 승인받은 오염총량관리계획에 따라 23개 지역개발 사업을 승인했고, 이중 곤지암스키리조트 등 3개 민간사업이 총사업면적의 67.2%나 차지하고 있다"면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장복심 의원은 그 근거로 환경부가 1998년 6월 13일 곤지암스키장의 국토이용계획 변경가능 여부를 묻는 경기도 질의에 답한 내용을 소개했다. 당시 환경부는 "무방류시스템을 도입하더라도 오염물질 발생증가가 불가피하고, 산림의 수원함량능력 및 오염정화능력 감소가 불가피하므로 (곤지암스키장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환경부는 실제로 95년부터 줄기차게 곤지암리조트 사업을 반대해왔다. 이 곳이 팔당상수원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1권역 인데다 스키장이 들어설 경우 오염을 피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곤지암리조트 허가를 위해 경기도와 광주시, 환경부 사이에 수십차례의 관련 공문이 오고 갔지만 환경부는 요지부동이었다.

곤지암리조트 사업은 국토이용변경계획안과 환경영향평가 협의에서 번번히 '불가' 판정을 받아야 했다. 그런데 환경부가 추진하는 수질오염총량제가 시행되면서 분위기를 바꿨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입체적인 환경보호를 위해 수질오염총량제는 꼭 필요한 제도"라면서, "지자체가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지, 제도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왜 대검 중수부가 나섰나

대검 중수부가 위치한 대검찰청 10층. 대검 중수부의 움직임에 재계와 정치권이 주목하고 있다.
대검 중수부가 위치한 대검찰청 10층. 대검 중수부의 움직임에 재계와 정치권이 주목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유창재
곤지암리조트는 LG쪽에서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추진한 숙원 사업이다. 사업비만해도 1000억원에 이르며 LG그룹 오너 일가가 1989년 부터 땅을 매입하기 시작했을 정도로 오랫동안 공들인 일이다. 그러나 매번 좌절됐다.

한 지역 인사는 "LG쪽에서는 10년 동안 사업을 추진하면서 상당히 답답했을 것"이라면서, "사업 승인을 받기 위해서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을 찾아 적극적으로 움직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어찌됐든 박혁규-김용규 뇌물 비리는 권력형 비리를 잡는다는 대검 중수부가 지휘하고 있다. 대검 중수부 관계자는 "비리가 있다는 첩보가 들어온 다른 곳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수질오염총량제와 관련된 자료를 모두 수집해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곤지암리조트도 예외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경우에 따라서는 뇌물 비리가 다른 정치인에게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계나 정치권이 이 사건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애초 한나라당 박혁규 의원은 검찰 출두를 앞두고 "당과 협의하겠다"고 말했지만, 한나라당은 이 사건에 대해서 일절 함구하고 있다. 안상수 인천시장이 검찰 조사를 받자 '야당 탄압'이라고 당당하게 나섰던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검찰내에서는 "경제 여건을 감안해 곤지암리조트에 대해서는 조사를 접었다"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지만 아직 섣불리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수질오염총량제로 10년 동안 지체됐던 곤지암리조트 사업이 승인을 앞두고 있다는 점과 이 사업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광주시장과 지역구 국회의원이 뇌물 비리로 구속되는 등 사건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LG가 10년 넘게 공들여 추진한 곤지암리조트가 과연 비리 장애물 앞에 좌초될지, 아니면 예정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는 대검 중수부의 판단에 달려있다.

정치권과 재계가 대검 중수부의 움직임을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곤지암리조트 예정지 약 80%, 허씨-구씨 소유

곤지암리조트가 추진되는 곳은 광주시 도척면 도웅리 산 40-1 번지 일대. 이 지역 토지 소유자의 약 80%는 허씨와 구씨의 땅으로 확인됐다.

곤지암리조트가 경기도 광주시에 개발허가를 받을 당시 제출한 토지소유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32만평 가운데 25만평 정도가 허씨와 구씨 땅인 것으로 밝혀졌다.

대표지번인 도척면 도웅리 산40-1의 13만 8000여평 경우는 곤지암리조트 이사인 알토 허승효 회장이 소유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도웅리 산39번지 5만 6000여평은 LG그룹 구자경 명예회장의 사위인 대한펄프 최병민(53) 회장이 소유하고 있다.

큰 땅 덩어리 가운데 하나인 도웅리 37번지 2만 5000여평은 구자경 회장의 2남이자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56) 희성그룹 회장이 소유하고 있었으며, 산37번지 1만 4000여평은 구자경 회장의 4남인 구본식(48) 희성전자 사장이 가지고 있다.

희성그룹은 전자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로 LG전자와 관련이 있다. 이와 함께 산25-1번지 1만 1000여평은 LG상사 구자극(59) 부회장이 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LG벤처투자 구자두(73) 회장, LG상사 구자극(59)부회장, LG상사 구본걸(48) 부사장등이 이 일대의 땅을 89년부터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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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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