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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구두쇠의 대명사로 알려진 자린고비. 그러나 그가 많은 선행을 베푼 인물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그는 굴비를 천정에 매달아 놓고 반찬 삼아 한 번씩 쳐다볼 정도로 반찬값을 아꼈다. 신발이 닳는다고 벗어서 들고 다니고, 옷이 닳을까봐 뒷짐을 지고 다녔다는 일화가 있다.

이렇게 검소한 생활을 하며 아낀 돈을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사용하곤 했다. 그래서 그의 고향이라고 알려진 충주시 신니면 수원이라는 곳에는 그를 기리는 묘비가 세워져 있단다.

요즘도 김밥 한 줄 두 줄 판 할머니가 거액의 장학금을 기탁하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자린고비의 대명사가 돼버린 다음 카페 '짠돌이클럽'도 마찬가지다.

회원들은 예성이 병원비 1천만원을 모으는 것으로 연말 송년회를 대신 했다. 1140g의 미숙아로 태어나 6번의 대수술을 받은 예성이는 짠돌이 클럽의 회원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다. 1월 12일 현재 769만4567원이 모인 상태. 남아시아 지진 재난 후원 및 자원봉사신청도 공지사항에 올라있다.

▲ 다음 카페 짠돌이 대문에 있는 '동남아시아 대재앙 후원' 배너가 인상적이다.
짠돌이 습관은 꿈을 이루는 유용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아는 후배 중 한 명은 오랫동안 백수생활을 했던 적이 있다. 당시 후배는 부인에게 일을 맡기고 자신은 1년 동안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매일 그가 들고 나간 돈은 1천원. 가서 컵라면 하나 사먹고 커피 한 잔 마시는 값이었다. 버스값 아끼기 위해 도서관까지 걸어 다니고, 걸어 다니는 동안 공부하기 위해 수첩에 빼곡이 공부할 분량을 적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수첩이 10개가 넘는다. 결국 그 후배는 반 년만에 시험에 합격해 지금은 직장에 잘 다니고 있다.

친구 중에도 유난히 구두쇠 짓을 했던 이가 있다. 하얗게 실이 드러난 청바지 부분에 청색 매직을 칠해서 다니고, 너덜너덜해진 양복바지 밑단에 스테이플러를 찍어서 입고 다녔다. 물론 이 친구는 동기생 중 가장 먼저 자신의 집을 장만했고, 아버지에게는 사업용 차까지 한 대 구입해 드렸다.

짠돌이클럽 운영자 ‘대왕소금’ 이대표씨도 절약이 자신의 인생을 바꿨다고 이야기한다. <한국의 e 짠돌이>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록돼 있다.

"나의 인생을 달라지게 한 이 '절약'이란 것이 어찌나 신비롭고도 강력한 힘을 갖고 있었던지… 회사와 집을 노선대로 빙글빙글 도는 마을버스 마냥 왔다 갔다 하기 바빴던 주위 직장동료들도 하나 둘 꿈을 갖기 시작했고, 그 꿈을 위해 절약생활을 하더란 말이지.

…단지 저녁식사 값을 아끼기 위해서였다고 보여지지 않는 나의 열렬한 업무수행능력에 반한 윗상사들은 나의 능력을 후하게 쳐줬고, 연봉 협상 때 유리하게 작용을 하더란 말일세."


▲ 짠돌이 카페에서는 자신의 '소금기'를 측정할 수 있다.
ⓒ 짠돌이카페
지나치게 아끼는 것은 때론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 지나친 스트레스 때문에 과소비로 연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짠돌이클럽 회원 ‘랍밴덤’은 연재 칼럼에 "그날은 안 쓰는데 성공했지만, 그 날의 역효과로 인해 우울증이나 충동구매를 불러온다면 차라리 약간의 소비가 더 도움이 된다"는 글을 남겼다.

짠돌이클럽 운영자 이대표씨도 "맹목적으로 안 쓰기만 하는 것은 짠돌이가 아니라 쫌생이"라며 자신들이 생각하는 절약과 다르다고 이야기한다.

구두쇠들 중에는 의외로 인생을 재미나게 사는 이들이 많다. 삶을 빠듯하게 조절하는 데서 오는 긴장감 때문일까. 아니면 뚜렷한 목표가 있기 때문일까. 삶이 심심하고 지루하다면 한 번 절약을 실천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그렇게 아낀 돈을 쓸 계획을 세운다면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않겠는가.

아래에 짠돌이들의 절약비법을 정리한다. 삶에 긴장감도 불어넣고 생활비도 한 번 줄여보시길. 내용은 '짠돌이클럽' 게시판을 참고했다.

재활용이 절약 비법

용돈기입장도 아까운 사람에게는 달력이 대안이다. 집에 걸어두는 큰 달력에 오늘 쓴 돈과 번 돈을 같이 써 둔다. 쓴 돈은 빨간색, 번 돈은 파란색으로 구분한다. 쉽게 구분되고, 기입장 비용을 줄이니 일석이조.

집안 청소할 때 세제는 필요없다. 감자 껍질과 녹차 찌꺼기만 있으면 된다. 감자 껍질은 싱크대나 주전자, 물병에 생긴 물때를 없애는데 좋다. 주전자 안에 물을 가득 붓고 감자 껍질을 넣은 뒤 삶는 게 깨끗해지는 비법. 쓰레기통에 녹차잎을 넣어두면 퀴퀴한 냄새가 사라진다. 흰 수건이나 셔츠, 양말을 끓인 물에 레몬과 함께 넣으면 하얗게 표백된다.

칫솔 하나로 평생 쓰는 방법도 있다. 팔팔 끓는 물에 칫솔 머리만 2~3초 정도 넣은 뒤 바로 뺀다. 두 손가락을 얼음물에 넣어 감각을 마비시킨 후 손가락으로 칫솔모를 한 곳에 모아준다. 그리고 얼음물에 칫솔 머리를 넣어 담금질한다(칫솔은 좋은 것을 써야 한다는 반론이 있었으나 치아는 칫솔보다 칫솔질이 더 중요하다는 재반론이 있었음).

일회용 면도기는 못쓰는 쿠킹호일을 이용해 수명을 늘린다. 면도날을 쿠킹호일로 여러 번 문지르면 다시 날이 날카로워지고 윤기도 난다.

공책이나 연습장을 쓰다 보면 꼭 몇 장이 남는다. 남은 종이를 잘라서 연습장으로 만들어 활용한다.

▲ 지난 여름 시작한 '한달 10만원으로 생활하기' 코너에는 거의 3만 건에 이르는 생생한 체험기가 올라오고 있다.
ⓒ 짠돌이카페
조금 번거로우면 비용이 줄어든다

통장이나 도장을 잃어버려 재발급받는 경우 수수료를 물게 된다. 그런데 물지 않는 방법이 있다. 은행 가서 새 계좌를 만든 뒤 인터넷뱅킹을 신청하는 것. 그리곤 인터넷뱅킹으로 원 계좌의 돈을 모두 새 계좌로 옮긴다. 원래 쓰던 계좌는 해지하거나 무통장 인터넷 예금으로 바꾼다.

컴퓨터 모니터를 끄면 전기가 상당히 절약되는 것은 이제 너무 흔한 상식이 됐다. 모니터 끄기보다 더 절약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시작' 버튼을 누른 뒤 '컴퓨터끄기'를 누른다. 그곳에서 '대기모드'를 선택하면 전기세가 50%나 줄어든다.

휴대폰도 사용하는 요령이 있다. 통화 끝나고 난 뒤 종료나 취소버튼을 누르고 원래 화면으로 돌아오기 전에 휴대폰을 닫으면 안된다. 이 행동에 따라서 10원에서 80원 정도의 부가요금이 들기 때문이다.

농협 ATM 기기에서 수수료를 물지 않는 비법. 만원씩 뽑으면 된다.

무료로 영화 보는 방법도 있다. 적십자에서 헌혈을 하고 CGV 영화표를 받는 것. 단 1장만 주기 때문에 두 명이 볼 생각이면 두 명 모두 피를 뽑아야 한다.

문화생활을 즐겨라

사람들과 어울리면 선물을 준비할 때가 많다. 선물을 할 때 절약을 생각하면 오히려 좋은 선물이 만들어진다. 시장 가서 1천원 하는 컵에 1천원 하는 초콜릿을 넣고, 1천원 미만의 휴대폰 고리를 넣는다. 그리고 3백원 가량 하는 투명비닐로 포장한다. 안 입는 작은 옷 밑을 꿰매고 안에다가 빵과 과자 잔뜩 넣어서 선물하는 방법도 있다.

영화도 얼마든지 싸게 볼 수 있다. 우선 조조할인을 노리면 대폭 비용이 줄어든다. 그리고 주위에 핸드폰을 갖고 있지만 할인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의 카드(KTF, TTL)를 적극 활용하라.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영화티켓으로 할인하는 음식점을 고르면 된다.

인터넷은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곳을 파악하면 된다. 동사무소, 은행, 극장 등 무료 인터넷 목록을 만들어보면 굳이 PC방 갈 필요가 없다.

마지막으로 '50만원 안 부러운 5천원 데이트' 방법을 소개한다. 아침 출근 차비 750원, 남은 정액권 요금 100원으로 애인이 기다리는 부천으로 이동, 학교 앞 분식점에서 김치볶음밥 하나 시켜 둘이서 식사, 그리고 카페 정모 모임에 참석해서 영화 관람과 커피 한 잔. 이렇게 쓴 데이트 비용은 4750원에 불과했다. 이 글은 이대표씨의 체험담이다.

"무조건 안쓰는 건 쫌생이"
짠돌이클럽 운영자 이대표씨

▲ 짠돌이클럽 운영자 이대표씨(자료사진)
ⓒ김진석
오전에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짠돌이클럽 이대표씨에게 전화가 걸려 왔기 때문이다. 만나기로 한 약속을 늦추었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동안 절약을 위해 절대 전화를 먼저 걸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의외라고 생각했다.

이씨는 사정이 생기고 양해를 구해야 할 일이 생기면 먼저 전화를 거는 게 당연한 게 아니냐며 오히려 반문한다. 아마 잘못된 고정관념이 있었나 보다. 걸려온 전화였지만 시간 사정상 전화 인터뷰를 시도했다. 다음은 대화 내용 전문이다.

- 재작년에 나온 '한국의 e 짠돌이'란 책이 꽤 많은 관심을 끌었다. 올해 다음 책을 낼 계획이 있나.
"올해는 없다. 올해는 카페 게시판을 통해 실생활 경제 정보 교류를 활발히 할 것이다. 전문가들을 통해서 집중 재테크에 대한 실제 교육도 시키고, 부동산 등에 대한 이론 실무 교육도 시킬 것이다. 창업 쪽에 대해서도 지원할 계획이다."

- 짠돌이 클럽 카페에는 절약 비법뿐만 아니라 주식, 부동산 등 다양한 재테크 정보가 나와 있다. 단순히 절약만 주장하는 것은 아닌가 보다.
"당연하다. 절약은 기본이다. 기본에 충실하며 다양한 재테크 수단을 연구하는 것은 필요하다. 우리는 무조건 소비를 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필요한 곳에 제대로 쓰자는 게 우리가 가진 철학이다."

- 사회활동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쓰나미 피해 지역에 대한 구호활동을 카페 제일 위에 홍보하고 있던데. 회원들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가.
"우리 카페에 공지사항을 올려놓았고, 관련 사이트에 바로 접속되게 했다. 그런데 관련 단체에서 우리 카페에서 지원한 자원봉사자가 너무 많아서 다 받을 수 없다는 연락이 왔다. 예전부터 시민단체와 활동을 많이 해왔다."

- 예성이라는 어린이를 돕자고 올린 공지문에 700만원이 넘는 성금이 모인 것을 보고 놀랐다.
"수술비가 3천만원이 드는데 1천만원이 모자라다고 해서 우리가 성금을 모으기로 했다. 1천만원은 모일 것 같은데, 앞으로 통원치료비가 추가로 들 것 같다. 외부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 가정은 경제가 완전히 파탄났을 것이다."(이대표씨는 통원치료비에 대해 네티즌들이 도움을 주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 봉사활동에 대한 특별한 철학이 있는 것 같다. 회원들도 봉사에 대해 적극적이고.
"내가 항상 회원들에게 강조하는 말이 있다. 내가 먹고살만 하면 미래에 투자하라는 거다. 미래는 우리 주변 고객들에게 투자하라는 말이다. 그 고객은 바로 우리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이다."

- 모범적인 자리고비상을 간단히 정의한다면.
"죽으나 사나 무조건 안 쓰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쓸 곳과 안쓸 곳을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 마디로 소비의 미덕을 아는 사람이다. 오로지 안 쓰기만 하는 사람은 쫌생이다. 사람들이 불필요한 것을 줄이고 제대로 소비했다면 신용카드 불량자가 그렇게 많이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신에게 맞는 소비습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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