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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권영길 민주노동당(창원을) 의원이 10년 전 '제3자개입금지'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의원직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 권 의원은 오는 14일 2심 결심공판과 28일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는데,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확정될 경우 의원직을 잃게 된다.

이에 대해 여야 의원들조차 "'제3자개입금지' 조항은 이미 사문화된 악법이고 사회가 변했는데 이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반발하고 있다. 권 의원실의 한 보좌관도 "누구라고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상당수 많은 의원들이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결심공판에서는 사건 당시 노동부장관이었던 남재희 전 장관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남 전 장관은 권 의원측 증인신청 요구를 받아들였는데, 이날 공판에서 권 의원한테 유리한 증언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94년 위반했지만 관련조항 97년 삭제...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관건

권 의원이 재판을 받고 있는 사건은 10년 전인 1994년, 민주노총의 전신인 전국노동조합대표자회의(전노대) 공동대표로 있을 때와 관련된 것이다. 당시 그는 지하철노조 파업집회에 참석해 지지연설을 했다가 노동쟁의조정법(제3자 개입 금지) 위반 혐의을 받았다.

또한 권 의원은 파업집회를 연세대 안에서 열고 거리행진을 벌였다는 이유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대학 건물 야간 침입),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권 의원의 혐의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제3자개입금지 조항으로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이다. 제3자개입금지 조항은 대표적인 노동탄압 독소조항으로 비판을 받아오다 지난 97년 삭제됐다. 행위가 발생할 당시에는 처벌 법규가 있었지만, 재판 과정에서 없어질 경우 어떻게 판단해야 하느냐가 이번 재판의 관건인 셈이다.

권 의원 쪽은 "'제3자개입금지' 조항이 사라지고 시간도 더 많이 지나서 1심 때보다는 사회적 분위기나 민주노동당에 대한 판단도 달라졌기 때문에 금고형까지 나오질 않을 것이라 기대한다"면서도 "실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권 의원은 작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제3자개입금지' 조항과 관련 "죽은 법이 산 자를 심판한다"며 "이를 불법적이라고 재판을 한다는 것은 아직도 한국이 노동문제와 인권에 대해서 후진국이라는 것을 국제사회에 스스로 알리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여야 의원들 반발 "권 의원의 의정활동은 계속되어야 한다"

'제3자 개입금지'란?

노동쟁의조정법의 '제3자개입금지' 조항은 1980년 전두환 신군부의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당시 노동법을 개정할 때 신설했다.

이 조항은 "직접 근로관계를 맺고 있는 근로자나 노동조합을 제외하고는 노조 설립·가입·탈퇴 및 사용자와의 단체교섭에 관해 관계 당사자를 조종·선동·방해하거나 개입하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외부 노조의 개입을 금지해 노조를 탄압하는 대표적인 근거로 악용되어왔다.

'제3자개입금지' 조항은 97년 삭제됐지만 개입 조건을 엄격히 제한해 노동계와 시민단체들로부터 "기존 조항을 또 다른 독소조항으로 대체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권영길 의원실 한 보좌관은 "의원들은 대체로 선거사범도 아니고 10년이나 지난 사건 때문에 의원직을 잃어야 한다는 사실에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이고, '제3자 개입금지'의 경우 이미 폐지된 조항인데도 지금 와서 문제를 삼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실제 이목희 열린우리당 의원도 "'제3자개입금지' 조항은 전두환 신 군부의 국가보위입법회의가 만든 시대의 악법"이라며 "민주노총이 만들어지던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인데 재판부가 공소를 기각하고 권 의원이 의정활동을 잘 할 수 있도록 결론나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의원 역시 지난 81년 6월 '제3자개입금지' 조항 위반으로 옥고를 치른 바 있다.

고진화 한나라당 의원 역시 "일단 너무 오래 전 일이고 그 이후로 민주화가 진전되는 등 사회가 변화했다"며 "대통령 후보도 하신 분이고 지역구민에 의해 국회의원으로 뽑힌 분인 만큼 재판부가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권영길 "전 근대적 노동악법 조항 적용한 유죄판결 인정할 수 없어"

현재 권 의원은 아시아 태평양의원포럼 (APPF) 13차 총회 참석차 지난 6일 베트남으로 출국했고 14일 오전 6시께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오후 재판에 출석할 계획이다. 천영세 의원단대표, 심상정 의원단수석부대표 등 민주노동당 의원들도 이날 함께 재판을 지켜볼 예정이다.

권 의원에 대한 변론은 이덕우 변호사(민주노동당 선관위원장)을 중심으로 박원순·이석태·조용환 변호사 등이 맡고 있다. 1심 변론 때는 고영구 국정원장과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2심 공판부터는 빠졌다.

권 의원은 지난 2001년 3월 1심에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전 근대적 노동악법 조항을 적용한 유죄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며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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