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대중적인 글과 긍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아마도 수많은 소설 속에서 빛을 발하는 그녀만의 매력이 아닐까. 내용이 다소 트렌디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지만 어쩐지 그래도 밉지가 않다.
12편의 아기자기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 이 작품들은 행복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며 또 그리 높은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를 말하고 있다.
내가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행복은 돈이 아니라는 철학 같은 걸 이야기할 정도로 고고하지도 않지만, 돈이 없으면 불행하다고 할 정도로 철이 없지도 않다. 행복의 기준을 조금 낮추면 되는 것이다. 거품 경제의 절정기에 독신시절을 구가했고 거품경제가 무너짐과 동시에 결혼을 한 여자이다. 그 정도의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서야 어떻게 하겠는가.
- <행복의 기준은 무엇일까> 중에서
이 진리는 이 작품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분명 행복함을 느끼게 할 것이다. 고단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한 줄기 광명이 아닐지.
이 책은 전체적으로 파스텔 톤을 띠며 밝고 재치가 넘친다. 신문이 오지 않는 일요일에 벌어진 열두건의 대형 사건. 오해와 갈등, 미움과 원망이 뒤섞인 복잡한 사연과 사건. 그렇다. 열두편 모두 토요일 또는 일요일을 시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전쟁 같은 한 주를 보내고 쉬는 토요일 또는 '새로운 전쟁(다음 주)'을 앞둔 일요일 저녁 그리고 30~40대의 남성의 이야기이다.
형식과 소재만으로 이미 평범하지 않음을 암시하고 있다. 첫 작품 <꼼꼼남과 털털녀>는 너무 꼼꼼한 남자가 여러 사랑을 거쳐 정반대 털털한 여자와의 러브스토리를 그리고 있다.
<초밥 드세요>는 초라한 주머니 사정 때문에 아들의 여섯번째 생일날에 백화점에서 활극에 가까운 다툼을 벌인 부부. 어리숙한 사람들을 섭외해 최고급 음식점에서 골탕 먹이는 짓궂은 방송 프로그램에 얼떨결에 출연한 후 부부 이야기다.
< September 1981 >에서 서른일곱번째 생일을 맞아 가족과 수영장에 가기로 한 날 아침, 주인공 ‘나’는 성에 대한 호기심과 불투명한 앞날로 불안해 하던 열아홉번째 생일 파티를 회상한다. 결혼 생활 10년에 샐러리맨 생활 15년. 나는 지난 세월이 행복했는지 불행했는지 한마디로 답하라면 행복 쪽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씁쓸함을 지우지는 못한다.
이외에도 5월의 <카네이션>, 6월의 <오우토키의 연인>으로 이어져 졸업을 앞둔 3월의 <졸업 홈런>까지 일년 열두달, 봄·여름·가을·겨울이 그 배경이다. 닮은 듯하면서도 전혀 다른 다양한 스타일의 단편들이 빚어내고 있다.
"오랜만에 가족이 한자리에 모인 일요일 저녁, 조금 쑥쓰러워진 아버지가 일요일에는 석간이 오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응? 석간이 어디 갔지...?'하고 중얼거립니다. 그런 아버지들의 마음에 작은 응원을 보내고 싶습니다. 현실의 석간이 힘겹고 슬픈 뉴스로 채워져 있기 때문에 더욱 미소지을 수 있는 작은 동화 같은 이야기들을 모은 것입니다."
작가의 말처럼 이 작품은 우리 현 시대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조용히 곁에서 응원해 주는 작은 응원가이자 세상을 살 만하다고 느끼게 해주는 행복의 씨앗이다.
작품 전체가 가볍고 식상한 내용들이지만 읽다 보면 어느새 내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있음을, 행복함을 느끼고 있음을, 우리는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도 한번 신문이 오지 않은 일요일, 그리고 다음날 새벽에 우리에게 배달되는 신문에서 밝고 행복한 뉴스만을 볼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해 보는 것은 어떨지.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한번쯤 읽어 보길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