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아프리카 3개국 의원외교를 마치고 귀국한 김덕룡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회의에서 당직 개편 후속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아프리카 3개국 의원외교를 마치고 귀국한 김덕룡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회의에서 당직 개편 후속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2주간 아프리카 의회 시찰 외유를 마치고 돌아온 김덕룡 원내대표의 입국을 계기로 한나라당 내 노선투쟁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16일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나라당은 개혁적 중도보수로 가야 한다"고 못박았다.

김 원내대표는 "소수당의 한계를 지닌 채 지난 연말 4대 입법을 막다보니 당의 방향에 혼란이 생겼다, (한나라당) 내부를 보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원내대표와 동행한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개혁적 중도보수의 길로 가야 한다"고 전제한 뒤, "그 동안 한나라당의 지지도가 추락했다, 원내대표의 걱정이 많았다"며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하며 DR측에 힘을 실어주었다.

소장파의 리더격인 남경필 수석부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당명개정과 선진화방안 등 당 쇄신 작업을 놓고 김덕룡-소장파를 중심으로 반박근혜-영남보수 연합전선이 형성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지난 연말 4자회담 과정에서 박근혜 대표와의 불협화음, 그리고 영남 보수중진들로부터 사퇴압력을 받아왔다. 동시에 소장파는 4대 법안협상을 거치면서 당이 우경화된 중심에는 박근혜 대표가 있었다고 판단, 당직과의 거리를 두고 박 대표와의 거리를 유지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김덕룡 원내대표는 자신의 거취와 관련 오는 5월까지의 임기를 마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고, 남경필 수석부대표 역시 아프리카로 떠나기 전 기자들에게 밝힌 사퇴의사를 번복했다.

지난해 7월 9일 국회기자실에서 대표최고위원선거 출마를 선언하는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 이날 기자회견에는 남경필, 정병국 의원등 수요모임 회원들이 함께 했다.
지난해 7월 9일 국회기자실에서 대표최고위원선거 출마를 선언하는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 이날 기자회견에는 남경필, 정병국 의원등 수요모임 회원들이 함께 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남경필 "4대 법안 당론 재조정 필요하다"

남 수석부대표는 17일 원내대표 회의를 브리핑한 뒤, 신상발언을 통해 "그만두는 것이 옳지 않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생각이 바뀌었다"며 "애초 당직을 맡으며 개혁적 중도보수로서 호랑이 굴에 들어가 호랑이를 잡겠다고 했으나 그렇지 못한 모습을 보인 것이 사실"이라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이어 남 수석부대표는 "원내대책을 세우는 과정에서 생각이 차이가 많아 고민했지만 좀더 힘을 내서 당의 개혁적인 중도보수화에 힘을 싣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원내대표를 모시고 앞으로 일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김무성 신임사무총장이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한나라당에 젊은 바람이 불어닥치도록 당을 확 바꾸겠다, 박 대표도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 남 수석부대표는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

특히 남 수석부대표가 당 우경화를 막는데 적극 나설 뜻을 밝힌 것을 두고, 소장파의 노선투쟁 선언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아울러 남 수석부대표는 2월 재협상을 앞두고 있는 4대 법안(국보법, 사학법, 과거사법, 방송법)과 관련 사견임을 전제로 "당론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남 수석부대표는 "가령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경우 개방형 이사제 도입 반대가 당 전체의 의지가 아니"라며 "지난번에는 당 소속 교육위원들이 결정한 것"이라고 전향적인 자세를 주문했다. 한나라당의 노선투쟁이 결국 4대 법안의 당론 결정 과정에서 분출되지 않겠냐는 것이 남 수석 부대표의 생각이다.

관련해 남 수석부대표는 박 대표를 겨냥 "말로는 변화 요구를 받아들이는 듯 하지만 실천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았다"며 지난 4대 법안 처리과정에서 보인 박 대표의 협상 태도를 문제 삼았다.

또한 4대 입법이 제기되었을 초기, 한나라당이 '무조건 철회'라는 강경한 입장을 보인 것과 관련 남 수석부대표는 "이를 조정하기 위한 논쟁이 필요했으나 하지 못해 결국 우경화 이미지만 강조되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남 수석부대표는 "연초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눈에 띄게 빠졌다"고 우려한 뒤 "결국 국민이 바라는 것은 강경보수가 아니라 개혁적 중도보수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한나라당 우경화는 집권에 도움이 안된다"고 못박았다.

지난해 11월 한나라당 확대원내대책회의장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남경필 수석원내부대표와 원희룡 최고위원.
지난해 11월 한나라당 확대원내대책회의장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남경필 수석원내부대표와 원희룡 최고위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원희룡, 남경필, 정병국 의원 등이 주축이 된 새정치수요모임은 오는 22일 미국을 방문, 24일부터 사흘간 국무부와 국방부 관계자 등 주요 인사들을 만나 미 정부의 대북정책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수요모임 소속 의원들은 미 관계자들을 접촉하는 공식 일정 외에 당 쇄신 방향과 관련 자체 세미나를 준비하고 있다. 남경필 수석부대표는 "미국 방문중에 잡힌 세미나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격론을 벌인 뒤 수요모임의 원칙과 입장을 정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 핵심 당직자는 "소장파의 노선투쟁 의지가 강경해 보인다"며 "반영남 전선을 긋는데 있어 DR이 소장파의 리더로 나설지 여부는 2월초 예정된 '한나라당 선진화 대토론회(가제)'를 거치면서 가시화되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한나라당은 내달 초 당 정체성 및 4대 법안 관련 대대적인 토론회(연찬회)를 열고 당 노선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남경필 수석부대표는 "한나라당이 집권세력이 될 수 있느냐를 결정할 굉장히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그에 따라 당명 개정의 입장도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DR, 소장파 리더로 나서나

한편 한나라당은 오는 20일 의원총회를 열고 △박세일 정책위의장 및 6개 정조위원장 인준 △당 선진화 프로그램 관련 논의 △ 국회 수도이전특위에서 논의할 당론 확정 등을 놓고 토론을 벌인다.

당명개정과 관련 각 계파에서 시기 등을 문제삼아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원내대표단은 "당명개정은 당이 환골탈태한 후 그 결과물로서 이뤄질 수 있는 것"이라며 "당의 노선과 4대 법안 등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내용을 갖춘 뒤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와 관련 유승민 대표 비서실장은 "대표가 여의도연구소와 함께 추진중인 선진화 방안 중 당명개정이 가장 수면 위에 올라와 있는데 그렇지 않다"며 이르면 1월말 당명 개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입장에서 한발 뒤로 물러섰다.

당명 개정에 대해서는 오는 19일 박근혜 대표의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시기 등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원내대표단회의에서 김덕룡 원내대표가 원내대표단회의에서 김무성 신임사무총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17일 원내대표단회의에서 김덕룡 원내대표가 원내대표단회의에서 김무성 신임사무총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상배 "범보수세력 결집 필요" - 정병국 "과거 정치로의 회귀"
자유포럼 vs 수요모임 노선투쟁... 아직은 물밑 신경전?

▲ 본회의장에서 김용갑, 이방호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는 이상배 의원(가운데).
ⓒ오마이뉴스 이종호

영남권 보수중진들이 주축인 '자유포럼'에서 회장을 맡고 있는 이상배(경북 상주) 의원이 "범보수세력의 결집을 위해 한나라당이 발벗고 나서야 한다"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의원은 16일 자신의 블로그(blog.naver.com/leesangbae17.do)를 통해 당명개정과 관련 "식당 간판 바꾸듯 이름표만 바꾸어 단다고 될 일이 아니"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민주당, 자민련, 뉴라이트는 물론 밖에서 지지를 받고 있는 세력, 나라를 지키고 1만 달러 성장을 위해 일한 세력들을 모두 영입하고 끌어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수요모임의 회장 정병국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원칙 없이 수만 늘리는 것은 소용이 없다"며 "한나라당의 보수기반은 개혁적·합리적 중도보수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못박았다.

정 의원은 이어 "명확히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제세력들이 모이는 것은 과거 정치로의 회귀에 불과하다"며 뉴라이트에 대해서는 "전문가 그룹의 보수운동으로 내버려둬야 한다, 정치권과 결탁하는 것은 그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끝으로 정 의원은 당 개혁과 관련, "이벤트가 아닌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고, 당대표의 리더십은 조정과 통합에 있다"고 말하며 박 대표를 겨냥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