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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책의 표지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책의 표지 ⓒ 박미향
"엄마, 우유 먹을래요" 라고 똘똘이의 외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똘똘이는 우리집 막내의 애칭입니다. 그 소리가 들리나 싶더니만 이내 흰 우유가 바닥에 쏟아졌습니다. 그것도 잠시, 이번에는 책상 서랍에서 휴대폰을 들고 와 이것저것 마구 누릅니다. 이런 때면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그런데 우연히 본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원제 Love You Forever 글: 로버트 먼치, 그림: 안토니 루이스) 라는 책에도 같은 상황이 그려져 있습니다.

때때로 어머니는 한숨 지며 이렇게 말합니다.

“ 이 아이 때문에 내가 미쳐버릴 것만 같아.”

하지만 밤이 되어 두 살짜리 꼬마가 잠들고 나면 어머니는 살며시 아기가 잠든 침대 머리맡으로 다가갑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노래를 부릅니다.

ⓒ 박미향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어떤 일이 닥쳐도
내가 살아 있는 한
너는 늘 나의 귀여운 아기


본문의 5~6쪽에 나타난 내용은 결혼 후 첫아이가 태어나고 이어서 동생들을 보게되면서 몇 해를 반복한 제 세월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눈시울이 조금 붉어지며 어느덧 '아~ 나도 이랬는데...'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똘똘이가 신생아일 때 하던 딸꾹질이며 설치던 잠투정이 떠올라 잠시 빙그레 웃었습니다.

책 속의 아기는 엄마 시계를 변기 속에 넣고 물을 내립니다. 그러던 아기가 목욕을 싫어하는 9살 아이로 자랍니다. 어느덧 엄마가 이해하기 어려운 음악과 옷을 좋아하는 십대 청소년이 되었습니다. 짧은 내용에 책장은 잘 넘어가는데 책을 읽으면서 점차 내 어머니, 시골에 계신 친정 어머니가 생각나 똘똘이에게 읽어주던 목속리가 잠겨 책읽기가 수월하지 않습니다.

ⓒ 박미향
그러다가 우느라 거의 책을 읽지 못했습니다. 엄마가 울고 있으니 똘똘이가 이상했나 봅니다. 그래도 눈물이 계속 흐릅니다. 왜 눈물이 나는지 스스로도 이상합니다. 그러면서 왜 시골에 계신 부모님 생각이 그리도 나는지…. 아이가 커간다는 것이, 부모가 된다는 것이, 부모님의 머리에 흰머리가 늘어난다 것이 마음을 뒤흔듭니다.

이 책을 읽노라면 세월이 흐른 후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그런데 지금은 개구쟁이 막내가 일으키는 자잘한 집안사고에 힘겹습니다.

책에서 이윽고 엄마는 할머니가 되고 아이는 장성한 아들이 되어 어머니를 안아주고 있습니다. 이 페이지에서 눈물이 가장 많이 솟구쳤는데 조그만 손으로 똘똘이가 열심히 눈물을 닦아주었습니다.

아들이 할머니가 된 엄마를 안아준 그날 밤, 자기 집으로 돌아와 한참 동안 창 밖을 바라보며 서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방으로 들어가 막 태어난 딸아이를 품에 안고 포근하게, 부드럽게 다독거리기 시작합니다.

'자장 자장 자장 자장'

그리고 아기를 안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어떤 일이 닥쳐도
내가 살아 있는 한
너는 늘 나의 귀여운 아기 (본문 p.29-31에서)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위민넷 기자회원클럽에도 송고하였습니다.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로버트 먼치 글, 안토니 루이스 그림, 김숙 옮김, 북뱅크(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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