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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저희 가게는 홈페이지가 있습니다. 이 홈페이지는 가게를 시작할 때부터 함께 했습니다. 홈페이지를 통해 주문을 받거나, 다른 무언가를 팔기 위해 만든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희 가게는 매일 메뉴가 바뀌기 때문에 1주일에 한 번씩 전단을 배포합니다. 그러나 모든 사무실에 다 들어가지 못하기도 하고, 사무실 밀집지역이기 때문에 홈페이지를 통한 접근이 더 수월할 거란 생각에서 만들었습니다.

가게를 개업하고는 주로 지인들의 인사말들이 방명록에 있었고, 가끔 저희 가게에서 식사를 하신 분들의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불만사항들도 있었습니다. 처음 불만이 올라왔을 때는 얼굴이 발개지고 부끄러워 고개를 들기 힘들었습니다. 나중에 I.P 를 보니 중복된 곳에서 계속 올리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불만 사항인 줄 알았는데, I.P 가 같은 것을 보니 다른 의심이 들기도 했습니다.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면서 가게홈페이지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실제적인 매상에는 그다지 영향을 주지 않으나 홍콩에서도 글을 남기는 분이 계시니 마음만은 참으로 든든합니다. 일천한 글을 많은 분들이 읽는다는 생각에 부끄러움이 앞서기도 하지만, 기사를 하나 적고 나면 내심 기다려지기도 합니다. 정식 기사로 채택이 되지 않거나 많은 편집이 있고 나면 실망도 하기 마련입니다.

가게를 실제 이용하시는 분들은 홈페이지에서 메뉴를 확인하기 위해 접속합니다. 미처 전단이 안 간 곳도 있고, 저희가 배달하는 지역이 아닌 곳에 계시는 분들이 메뉴를 확인합니다. 조금씩 친해지면 글들을 읽으시고, 자신들의 이야기도 적어달라는 농도 건네곤 합니다. 업데이트가 늦어지면 "식단 안 바꾸셨데요"하면서 메뉴를 확인하거나 직접 전화를 걸기도 합니다.

지난주에 새로 짠 식단을 홈페이지에 올리려고 하니 첫 화면에 뜨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검정색 바탕에 영어로 무슨 글이 떴고, 자신들에게 메일을 보내라는 글이 있었습니다. 서버 이용기간은 1년이니 만료가 되려면 아직 남았는데, 서버 관리회사에서 보냈을 리는 없고 컴퓨터를 잘 모르는 저는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니 처음에 떴던 글귀들은 사라지고 아예 접속 자체가 안되기도 했습니다.

급기야 이제는 'hacked'라는 글자만 덩그러니 대문에 뜹니다.

홈페이지를 만들어준 선배에게 연락을 하니 해킹당했다고 합니다. 가게 홈페이지만 해킹 당한 것이 아니라, 서버 관리 회사 전체가 해킹당했다고 합니다. 다른 자료들을 없앤 것은 아니고, 첫화면만 뜨지 않게 한 거랍니다.

회사에 전화를 하니, 아마도 엄청난 양의 전화를 받았을 것 같은 담당자들의 목소리는 피곤함과 당혹감이 묻어나왔습니다. 현재 좀더 안전한 서버로 이동중이고 조만간에 복귀가 된답니다.

홈페이지를 만들어 준 선배의 도움으로 다른 메뉴들을 확인해보니 멀썽했습니다. 썼던 글들은 오마이뉴스에도 있으니 다시 찾을 수 있지만, 방명록의 경우는 소중한 글들이 많기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제가 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있어 복원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안타까웠는데, 다행입니다.

홈페이지가 정상화 되려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전단을 좀더 열심히 뿌리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은 없는 듯합니다. 서버회사에서 복원시켜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요. 처음에는 화도 나고 당황스러워서 말도 빨리 했는데, 막상 전화를 끊고 나니 안쓰러운 마음이 듭니다. 아마 지금도 밤샘 작업을 하고 있을 테니깐요.

덧붙이는 글 | 해킹당한 관계로 저희 가게 홈페이지에는 올리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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