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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이 확정되기도 전에 금산군이 군인공제회에 사업권을 넘기기로 약속한 협약서
계획이 확정되기도 전에 금산군이 군인공제회에 사업권을 넘기기로 약속한 협약서 ⓒ 심규상
금산군이 70억원대에 이르는 고가의 분뇨 및 축산폐수처리시설 사업을 벌이면서 타당성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특정업체에 사업권을 넘기고 기계장비를 사주기로 협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나 특혜시비가 일고 있다.

금산군은 지난 2002년 3월 군인공제회 공우개발사업소와 분뇨처리시설보강 및 축산폐수공공처리시설 설치사업과 관련한 협약서를 체결했다. 이 협약서는 군이 공우개발사업소가 독점판매권을 갖고 있는 독일 S&P사의 공법을 채택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군은 공우개발사업소에 '기술사업에 필요한 부지와 건물 제공하고 기계설비 비용만 성공급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또 공우개발사업소는 공사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기계장비를 미리 주문제작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금산군의 사정으로 시설공사 계약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 군인공제회측에 기계설비 대금 등 손해를 배상하도록 명시하는 등 협약서의 대부분은 금산군 측에 불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

게다가 군이 이같은 협약을 체결할 때는 분뇨처리 및 축산폐수처리사업에 대한 기본계획 설계마저 나오지 않은 때이다. 뿐만아니라 군인공제회 측이 제시한 B.R.D처리공법(독일 S사)은 국내에서는 현재까지 축산폐수처리에 설치된 사례가 없다.

금산군은 이처럼 사실상 수의계약에 다름없는 협약을 체결한 이후인 2003년 사전조사를 벌였고 2004년에 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군인공제회측은 이 협약서를 근거로 독일에서 관련 기계설비 자재를 들여와 현재 원주공장에 보관하고 있다.

금산군은 지난 해 4월부터 최근까지 3차례에 걸쳐 충남도에 군인공제회와 체결한 BRD공법을 주 내용으로 한 설치승인요청을 했지만 매번 승인이 반려됐다.

충남도는 반려 및 재보완 지시서를 통해 사용하고자 하는 공법이 다른 공법에 비해 환경성과 경제성 등에서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등이 명확하지 않는 등 기본계획이 미흡하다고 밝혔다. 즉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특정한 수처리 방식으로 미리 결론을 내놓고 이 방식의 타당성을 설명해 들어가는 논리를 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금산군은 기계장비 등 사업권을 특정업체에 넘긴 상태에서 사업승인이 나지 않자 전전긍긍하고 있다.

군인공제회가 홈페이지를 통해 독점사용권한을 갖고 있다며 B.R.D공법을 사용한 시설을홍보하고 있다.
군인공제회가 홈페이지를 통해 독점사용권한을 갖고 있다며 B.R.D공법을 사용한 시설을홍보하고 있다. ⓒ 군인공제회 홈페이지
금산군은 이같은 고가 사업을 기본계획이 확정되기도 전에 특정업체에 넘긴 이유에 대해 “이 공법을 사용한 기술이 성공(신기술 지정)할 경우 기계설비 장치비의 2~3%에 해당하는 대가를 공동기술 개발료 형태로 받기로 협약서에 명시했다"며 "따라서 불리한 협약은 아니다”고 말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협약 체결 당시부터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나 BRD 공법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당시 담당 계장이 모든 것을 추진해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당시 협약은 군측을 대표해 최근 공금횡령 혐의로 구속된 김행기 금산군수가, 군인공제회를 대표해 공우개발사업소 사장이 각각 대표서명했다.

군내 다른 공무원들은 “기계장비 하나만도 수 십억원에 달하는 고가의 사업을 사업방식이 확정되기도 전에 사실상 수의계약 형태로 특정업체에 넘긴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금산참여연대 관계자도 "사업방식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특정업체에 공개입찰도 하지 않고 엄청난 이권이 걸린 사업권을 넘겨준 것은 명백한 특혜"라며 "금산군이 이같은 불공정 협약을 체결한 이유와 비위 행위 여부 등에 대해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분뇨처리시설 보강 및 축산폐수 처리시설 사업은 사업비 68억 9000만원을 들여 금산읍 신대리에 축산폐수 40톤, 분뇨 40톤 등 80톤(1일)을 처리하는 시설을 갖추는 것으로 200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금산군은 현재 타당성 조사와 실시설계를 끝내고 충남도에 승인 신청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축산폐수 공공처리시설은?
국고 3500억여원 투입

축산폐수 공공처리시설 설치사업은 시-군별 신고규모 이하 소규모 축산농가에서 그대로 방출되는 가축분뇨를 처리해 주기 위해 환경부 주도로 시행하고 있고 있다.

지난 1991년부터 지난 해까지 4849억원(국고 3558억원)이 투입돼 전국에서 모두 75개 공공처리시설이 설치 또는 운영중이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타당성 조사 및 민원해결 등에 대한 사전점검을 철저히 하지 못해 공사가 지연되는 사례가 많다. 또 몇몇 처리시설은 상시 방류수 기준이 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시설관리 노후화나 부적절한 운영으로 처리성능이 저하된 경우도 있다.

그러나 금산군처럼 계획수립도 하기 전에 사실상 수의계약 형태로 특정업체에게 사업권을 넘기기로 협약을 체결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유사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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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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