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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밥 열매
까치밥 열매 ⓒ 한성수
어릴 때 우리는 이 열매를 까치밥이라고도 했는데, 입에다 넣으면 약간 단맛은 있는데, 까끌까끌 해서 먹지는 못했습니다.

우리는 고개에 당도해서 잠시 앉아서 물을 마시고, 오징어를 질겅질겅 씹으며 휴식을 취합니다. 왼쪽으로 올라가야 정상인데 등산로가 너무 질퍽거려서, 아이들은 올라가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우리는 함안 쪽으로 난 임도를 따라 걷습니다. 길바닥에는 제법 많은 눈이 쌓여 있고, 응달이어서인지 바람도 제법 쌀쌀합니다. 혹시 진달래라도 피어 있을까 둘러보지만 진달래꽃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다른 나무들과는 달리 오리나무의 색깔이 초록입니다.

새싹의 움이 튼 오리나무
새싹의 움이 튼 오리나무 ⓒ 한성수
아! 오리나무 가지에 새싹이 움트고 있습니다. 내가 사진 찍는 것을 본 아들이, 무슨 나무인지 묻습니다.

“응, 이 나무는 오리나무라고 하는데, 베어서 주로 땔감으로 사용했단다. 우리가 아는 ‘방귀 뀐다. 뽕나무’, ‘십리 절반, 오리나무’할 때의 바로 그 오리나무란다. 그 노래는 아마 옛날사람들이 오리마다 거리를 표시하기 위해서 심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새싹이 움텄으니, 이제 봄이 멀지 않았나 보다. ”

임도에는 계곡에서 내려온 물이 꽁꽁 얼어 있어, 오리나무와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여전히 겨울인 얼음
여전히 겨울인 얼음 ⓒ 한성수
임도가 끝나는 고갯마루에서 정상까지는 0.5㎞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등산로 주변에는 큰 키의 진달래 나무가 지천으로 널려 있습니다. 길은 질퍽거리고 미끄럽지만, 한발씩 오를수록 눈앞을 가리는 장애물이 없어지고 탁 트여, 눈이 시원해 집니다. 정상부분에는 헬기장이 있고 용지봉이라는 푯말이 있습니다.

해발 640m인 이 봉우리의 동쪽은 창원시, 북서쪽은 함안군, 남서쪽은 마산시로 정상에서 3개시군이 만난다고 합니다. 나는 천주산과 이웃해 있는 작대산 자락에서 나서 자라다가 천주산 기슭에 있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금까지 이 일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하산을 해야 합니다. 마누라는 다리를 삐끗해서 내 등을 의지해서 겨우 걷고 있습니다. 딸아이는 제동생과 손을 잡고 앞장서 걸으면서, 산자락에 있는 소계동 제 이모에게 통닭을 시켜두라고 전화를 합니다. 아들은 여태껏 아껴 두었던 초콜릿을 슬며시 제 어머니에게 건넵니다.

우리는 진달래꽃이 만발한 봄날에, 다시 이 곳을 찾자고 굳게 약속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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