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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보급의 일천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이용 인구가 3000만명이 넘은 지 이미 오래다. 중고생의 경우 99%가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청소년들에게 인터넷은 이미 생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소년개발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 920명의 응답자 중 66%가 '거의 매일'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 사용 목적에 대한 질문에서는 '의사소통'이 가장 높게 나왔고 다음으로 취미 여가 생활, 인터넷 게임, 생활 정보 순이었다.

남학생의 21%는 음란물을 자주 본다고 답했다. 그리고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문서 작성 비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반면, 게임 이용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들 인터넷을 '정보의 바다', '정보의 보고(寶庫)'라고 한다. 그 까닭은 언제 어디서든지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 역시 잘못된, 유용하지 못한 정보들이 많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이번 연예인 ‘X파일’ 유포나 지난 날 ‘O양, B양 비디오’ 유포, 사이버 테러, 개인 신상의 비방, 한글 파괴 그리고 욕설 등 역기능 또한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다.

특히 인터넷을 매개로 한 범죄가 잇따르고 유해 사이트가 청소년의 정서를 해치는가 하면 익명을 이용한 악의적 비방과 모욕적인 글을 유포,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등 사회적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산하 명예훼손․성폭력 분쟁 조정 센터에는 1주일에 평균 100-120건의 상담이 접수되고 있다. 이중 70-80%가 명예 훼손이나 모욕을 당해 피해 구제 방법을 묻는 사람들이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된 것은 그 동안 '인터넷 윤리 교육'이 정보화 역기능에 의해 초래되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물론 교육 기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교육의 대부분이 정보통신 기술 습득에만 치중한 나머지 정작 중요한 윤리 교육이나 가치관 교육을 등한시 해온 때문이다.

청소년들이 피기도 전에 음란 사이트에 심취, 왜곡된 성의식을 갖고 인터넷에 중독되어 청소년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따라서 인터넷 윤리 교육 강화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지상과제다.

물론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몇몇 유관 학회가 주관이 되어 정보통신 윤리교재를 개발하고 금년부터 전국 7개 대학의 교양 과정에서 '정보통신윤리' 과목을 채택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공동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국가적인 사회 운동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첫째 가정에서 부모들이 철저히 지도해야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초중고교는 물론 대학에서 정규 과목으로 채택하고 초중고교의 경우 창의 재량, CA(특별활동), 교과 재량 시간을 통해 가르쳐야 한다.

둘째, 청소년들에게 정보의 효율성과 가치 판단 기준을 가르쳐 주고 효율적인 정보활용 방안에 대한 일정한 규칙과 지침을 마련해 활용토록 해야 한다.

셋째, 학부모, 교사 등 성인들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적절한 교재도 개발하여 보급해야 한다.

넷째, 기성세대 입장에서 청소년들을 무조건 규제하고 명령을 내리기보다 기성세대 스스로 청소년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세대간 격차를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섯째, 이용자 스스로 사이버 공간에서 자신의 삶을 건전하고 아름답게 이끌 수 있는 지혜와 예절을 갖추도록 끊임없이 자기 성찰이 있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중앙일보> 1월 27일자에 기고한 칼럼의 원본 글입니다. 

이윤배 기자는 조선대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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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저는 중앙 주요 일간지 및 지방지에 많은 칼럼을 써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존의 신문들의 오만함과 횡포를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인터넷 신문이란 매체를 통해 보다 폭넓게 이런 일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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