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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를 실어 나르는 부처
파도를 실어 나르는 부처 ⓒ 김강임
흔히 사람들은 제주도를 일컬어 ‘삼다의 고향’이라 부른다. 제주를 의미하는 ‘삼다’란 바람, 여자, 돌로 바람 많고 여자 많고 돌이 많은 고장을 의미한다.

어느 곳에 가든지 발길에 부딪히는 것이 돌이다. 그리고 그 돌은 어느 곳에 있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다르다. 주춧돌에서부터 돌담, 그리고 세상에 아무 쓸모없이 버려져 있는 돌까지, 돌의 의미는 천태만상이다.

제주여행을 해 본 사람들이라면 느끼겠지만, 제주에는 가는 곳마다 돌과 마주친다. 제주 돌담에서부터 돌문화공원, 그리고 돌탑 등 언뜻 보면 세상에 쓸모없는 것이 돌이지만, 돌 만큼 아주 쓸모 있는 것도 없을 것이다. 즉, 쓰임새에 따라 아주 높은 진가를 발휘하기도 한다.

세화해안도로의 돌탑공원
세화해안도로의 돌탑공원 ⓒ 김강임
제주시에서 동쪽으로 12번 도로를 타고 50분정도 가다 보면 세화 해안도로로 통하는 길이 있다. 이 세화해안도로는 해안선 주변의 아름다움이 진국이다. 계절마다 색깔을 달리하는 요술쟁이바다를 보기위해 사람들은 더디 가는 길을 택한다.

그 해안도로를 달리노라면 행여 길을 떠나는 사람들이 심심해할까 봐, 철새들이 먼저와 바다를 지키고 있다. 띄엄띄엄 바다와 조화를 이루는 조형물들이 인간이 억지로 만든 예술이라면 수평선 너머에서 몰고 온 하얀 파도를 실어 나르는 돌탑공원은 누군가가 만든 작품 같다.

연륜있는 노부부처럼...
연륜있는 노부부처럼... ⓒ 김강임
세화해안도로 돌탑공원이라야 공원지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입장료를 받는 것도 아니다. 그저 바다를 배경으로 돌탑공원 갓길에 차를 세우고, 사진 한 장 찍고 가는 사람, 바다 구경을 나가는 사람, 심호흡을 하는 사람, 그리고 바닷가에 내려가 무수히 많은 돌중에 하나를 골라 돌무덤을 쌓고 가는 사람들이 전부다.

어찌 보면 무명의 휴게소라고나 할까? 돌탑공원 서면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서 해방되는 기분이다. 꺼이꺼이 울러대는 겨울철새소리와 세파에 시달려도 말이 없이 돌의 조화. 누가 이 공간을 돌탑공원이라고 이름 지었는지 모르겠다.

갑돌이와 갑순이처럼
갑돌이와 갑순이처럼 ⓒ 김강임
여행길에서 들떠있기 쉬운 사람들에게 삶의 의미를 느끼게 하는 것일까? 돌탑공원에 서 있는 돌 하나하나에는 저마다의 의미가 있다.

하늘을 치솟듯 머리를 틀고 부처님처럼 앉아 있는 돌의 형상 앞에 서면 저절로 합장을 하게 된다 또한 다정하게 서 있는 노 부부 앞에 서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돌의 형상에 따라 내 마음도 변하는 변덕스러움, 이것이 바로 사람 사는 모습이 아닐는지.

마치 부처님의 좌대인양 모습을 하고 있는 돌, 그 위에 살며시 손을 들이댄다. 그리고 구멍이 숭숭 뚫린 얼굴모습의 돌에는 마음대로 눈과 코, 입을 그린다.

고려청자같기도 하고...
고려청자같기도 하고... ⓒ 김강임
돌에 무슨 색깔이 있겠냐마는, 비취색의 청자 모습을 한 돌도 있다. 고려청자 같은 청자모양을 한 돌의 형상은 고고함을 준다. 자연그대로를 간직한 문양에 그 의미를 붙이는 자유 그리고 청자에 나름대로 이름을 지어 보는 것까지.

노인과 바다를 연상했다.
노인과 바다를 연상했다. ⓒ 김강임
묵묵히 서 있는 노파를 보니 ‘노인과 바다’를 연상했다. 그리고 그 노파의 머리위에 누군가 올려놓은 아주 작은 돌멩이를 보며 뭔가 의미를 부여한다. 왜 이렇게 세상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면 좋을 것은 나름대로 생각하고 평가하고 자신의 잣대로 상상하는 것일까?

소망을 담아 돌무덤을 쌓아보고
소망을 담아 돌무덤을 쌓아보고 ⓒ 김강임
발길을 돌려 바닷가로 내려가면 행인들이 쌓아놓은 돌무덤과 만날 수 있다. 이름 모를 사람들의 소망, 정성, 메시지가 웅성거리는 돌무덤을 파도가 어디론가 실어 나른다. 이 돌탑공원에서는 못난이는 못난이대로, 잘난 이는 잘난 대로, 동글동글한 돌은 동글동글 한 대로, 모가 난 돌은 모난 대로 다 쓸모가 있다. 그러나 세상의 이치는 어떤가? 못난이는 기가 죽고, 목소리 작은 사람은 희생당하는 것이 현실이니 말이다.

바다 풍경과 어우러진 돌탑
바다 풍경과 어우러진 돌탑 ⓒ 김강임
지나가는 행인에게 잠시 삶의 의미를 던져 주는 세화해안도로 돌탑공원. 수호신처럼 바다를 지키는 돌탑공원에서 잠시 여정을 풀어보면 산행 중에 초콜릿을 한 잎 깨물어 보는 것처럼 에너지가 솟는다. 이곳에서는 돌의 형상을 모두 가슴속에 담아 가는 것보다는, 각양각색의 돌을 바라보며 반성문을 써 보고, 돌 하나에 소망을 담아 해와 별과 달, 그리고 바다를 향해 돌무덤을 쌓아 보면 어떨까?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 제주시- 동쪽 12번도로- 조천- 함덕- 세화- 세화해안도로- 돌탑공원으로 50분 정도가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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