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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기어와 안젤리나 졸리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리차드 기어와 안젤리나 졸리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을 보도하고 있는 언론들은 29일(현지시간) 일제히 할리우드 영화배우 샤론 스톤의 돌발모금 기사를 실었다.

미국의 <뉴욕타임즈> 에서 영국의 <선>, 그리고 한국의 <오마이뉴스>까지. 샤론 스톤이 아프리카 빈곤 퇴치를 위한 회의장에 청중으로 앉아있다가 "우리도 당장 돈을 걷어 아프리카를 돕자"고 '아름다운 선동'을 해 단 2분만에 10만 달러를 모았다는 이야기였다.

샤론 스톤이 만들어낸 그 돌발상황이 현장에 있던 <오마이뉴스> 기자의 사진과 기사로 한국에 전해지자, 일부 네티즌은 이런 질문을 했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왜 골치 아픈 이야기를 논하는 포럼장에 갔지? 샤론 스톤은 그렇다 치고 돌발상황 현장에서 박수를 보내고 있었던 또 다른 할리우드 스타 리처드 기어와 안젤리나 졸리는 또 왜 다보스포럼에 참석했지?

사실 그날 그 포럼장에서 샤론 스톤보다 먼저 취재기자들의 카메라 세례를 받은 스타는 리처드 기어와 안젤리나 졸리였다. 두 스타는 아프리카의 빈곤퇴치를 논할 토론회가 시작되기 10분 전부터 청중석에 착석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두 스타는 샤론 스톤처럼 다보스에서 일을 벌이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스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민해왔다고 한다.

다보스포럼 주최측에 따르면 이번에 초청된 스타들은 사회의 공공이익을 위해 기여한 이들로 한정됐다. 리처드 기어는 인도의 에이즈환자 구호를 위한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이, 안젤리나 졸리의 경우는 유엔고등난민위원회의 친선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점이 참작됐다고 한다.

리차드 기어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인지도라는 자산을 지니고 있다"면서 "이 자산을 기업, 언론, 정부, NGO 등과 협력해 활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은 딱딱하고 어려운 이슈가 있을 때 그것을 대중들에게 좀 더 친숙하고, 쉽고, 흥미롭게 전할 수 있는 장점이 스타들에게 있다고 보기 때문에 우리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28일 다보스 포럼 토론회에 참여한 할리우드 인기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
28일 다보스 포럼 토론회에 참여한 할리우드 인기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 ⓒ 오마이뉴스
록 스타 보노는 좀 더 직설적이다. 그는 한 포럼에서 "우리의 역할이란 사람들이 선한 일을 할 때는 박수를 유도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초라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들이 포럼에 초청된 것은 다보스 포럼 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샤론 스톤의 돌발모금이 전세계적 뉴스가 되자 <뉴욕타임즈>는 "스타파워가 다보스에서 먹히고 있다"는 제목까지 달았다. 이런 현상을 다보스 포럼 주최측은 어떻게 생각할까?

개막식 사회를 봤던 캐롤라인 루켄스마이어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양면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샤론 스톤의 돌발모금을 <뉴욕타임즈>를 비롯한 유력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면 지난 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연설보다 더 큰 주목을 받은 것이다. 스타들이 포럼을 풍성하게 하고 홍보에 도움이 되는 측면은 분명 있는 것 같다"면서도 "너무 그들에게만 주목을 하는 것은 우려스런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녀는 이런 현상이 뉴스와 오락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있는 최근 미디어의 경향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약간은 딱딱하고 공식적인 분위기의 다보스 포럼에 할리우드 스타들의 존재가 활기를 불어 넣고 있다는 것은 참석자들이 모두 인정하고 있지만 일부는 이들이 존재가 필요 이상의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다.

스위스 테트라 팩사의 니콜라스 쉬라이버 사장 역시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다보스 포럼이 원래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이 모여 경계를 넘는 대화와 토론을 벌이는 플랫폼으로서 장점을 지니고 있어 스타들의 참여는 바람직스러운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지만 다보스 커뮤니티로서는 이방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 지나치게 부각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즉석 모금이 대성공을 거두자 샤론 스톤이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즉석 모금이 대성공을 거두자 샤론 스톤이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젤리나 졸리 역시 이런 우려를 잘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이런 자리에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자신의 능력을 분명히 입증할 필요가 있다"면서 "스타들이 무언가 역할을 하기 원한다면 평소 해당 이슈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원래 정치, 경제인과 NGO 인사들이 중심인 다보스 포럼에 스타들의 존재가 너무 부각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번 '돌발사태'는 다보스 측이 왜 할리우드 스타들을 포럼에 참여시켰는지 그 이유를 잘 보여주었다. 스타 한명의 참여가 어떤 유명인사보다 더 막강한 청중 동원력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샤론 스톤이 주목을 받은 '빈곤 퇴치를 위한 기금모금'은 콜럼비아 대학의 제프리 삭스 교수가 기획하고 영국 재무장관 고든 브라운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국제사회의 광범한 동의를 얻는 과정에 있었지만, 28일 탄자니아의 음카파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있었던 토론회가 끝난 후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은 것은 샤론 스톤의 깜짝 모금 사건이었다.

기존 참석자들의 반응이야 어떻든 이번 모금 사건으로 다보스 측이 전례가 없는 대대적인 홍보효과를 거둔 것이 분명한 만큼 향후 다보스에는 더욱 많은 스타들이 얼굴을 내밀어 그들의 스타파워를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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