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책꽂이에서 16년 전에 읽었던 잡지를 뽑아 들었다. 그때 한창 논란이 있었던 문예운동론 논쟁에서 그래도 잘 정리된 잡지라고 생각했던 <노동문학>이라는 책이었다.
그때 필진들을 보면 지금도 유명한 작가들이 대부분 포진해 있었다. 김지하, 신경림, 정도상, 도종환, 이문구, 고은 등 그때나 지금이나 내로라하는 민족문학 작가들이 나오고 눈에 띄는 정치인 두명이 나왔다.
오늘 이야기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 정치인들의 정체성 문제다. 한명은 지금 대통령으로 지내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이고 또 한명은 복지부 장관을 하고 있는 김근태 장관이다. 이 두 사람은 그 시절 그래도 우리 운동 진영을 대표하는 진보적인 인사로 이런 문예잡지에서 대표성을 띨 정도로 유명한 인사들이었다.
노무현 대통형은 그때 청문회 스타로 개혁적인 국회의원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고 김근태 장관은 민주운동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이들 두 사람이 이 잡지에서 쓴 칼럼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김근태 장관은 부시 방한 반대 시위 이야기를 쓰고 "군사정권 지원하는 부시 방한 반대" "광주 사태 방조한 미국은 사죄하라" "미국은 핵무기를 철거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미대사관에 행진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이냐고 반문한다.
이 잡지에서 김근태 장관의 칼럼의 주 요지는, 우리 보고 들쥐라고 말하는 위컴과 우리를 들쥐로 고정 시키는 집단들이 있는데 민중을 억누르고, 빼앗는 정치 군부, 특권적 관료집단이 그들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일제 치하에서 자치를 구걸하고 민족개조론을 주장했던 반 민족세력의 후예인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은 '중간 평가를 불신임으로'라는 글을 썼다. 중간평가를 5공비리의 청산과 광주 학살 책임자의 처벌이라는 범국민적인 요구를 수용할 수 없는 노태우 정권에 대한 불신임 투쟁이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것만이 노정권의 쿠데타적 발상을 막고 5공 광주 문제를 해결하고, 민중 생존권과 민주적인 권리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이라고 했다.
위 글을 보면서 현재 돌아가는 정치 상황을 비교해 보았다. 과연 16년 전에 이처럼 치열하게 투쟁하고 민중과 민족의 올바른 길을 위해 선봉에 섰던 이 두 사람이 잡은 정권이 지금 어떻게 가고 있는지 되돌아 보았다.
먼저 과거사 문제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 친일 문제를 해결하고 개혁, 정치 개혁은 어떻게 나아가고 있는가 되물어 보지 않을 수 가 없다. 또한 전 인류의 과거 박물관에나 있을 법한 국가보안법은 또한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가?
96일째 죽음을 무릅쓰고 단식하는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정토회관으로 거쳐를 옮겼다고 한다. 종교·시민사회단체들은 30일날 기자회견을 갖고 스님의 거처를 옮김을 밝히고 나서 지율 스님을 살려달라는 내용으로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지율 스님의 요구는 단 하나라고 했다. 부실한 환경 평가를 제대로 해달라는 것이었다. 토목공사는 진행하되 발파 공사를 3개월 보류하고 그 기간 동안 환경영향 공동조사를 해달라는 제안을 정부는 아직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근태 장관은 옛날 16년전에 잡지에 기고했던 그런 초심으로 돌아가 우리들이 원하는 정치개혁, 친일 문제, 국가보안법 등 우리들의 정체성에 관련된 일들을 임기 내에 해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