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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아소
살면서 참 많은 것들을 지니고 산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건 이사를 할 때다. 짐을 싼다고 집안의 물건이란 물건을 죄다 꺼내놓은 적이 있는데 얼마나 많던지 깜짝 놀랐다. 사놓고 한번도 쓰지 않은 것들은 왜 그리 많은지, 원. 죽을 때는 하나도 못가져가는데 왜 쌓아놓고 사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버리자고 작정하고 버릴 것을 추려냈는데… 결론은 실패였다. 놔두면 쓸모가 있는데 하는 생각에 버리고자 하는 결단은 흐지부지 되어버리고, 다시 그것들을 싸안고 살게 됐다.

그렇다고 나중에 그것들을 다시 꺼내서 쓰느냐고? 천만에 말씀이다. 그런 것들이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산다. 다시 그런 것들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게 되는 때는 이삿짐을 싸게 되는 경우다. 사람이 사는데 참으로 많은 것들을 갖고 사는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이것도 다 욕심인데 싶기도 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버리지 못하고 다시 그것들은 이삿짐 속으로 들어가고, 집의 어느 구석엔가 처박힌 채 잊혀진 존재가 되고 만다.

그런데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찾아서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건 야마자키 에리코의 <자연주의 절약생활> 덕분이다.

야마자키 에리코의 <자연주의 절약생활>은 그리 특별한 책은 아니다. 자연주의를 실천하면서 소박하고 단순하게 살면 돈도 절약되고, 생활의 품도 넉넉해진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을 뿐이다. 필요 없이 사용하지 않고 갖고만 있는 물건은 과감하게 버리거나 남에게 주어버리고, 최소한의 것만 지니고 살라고 한다. 그러면 집안도 넓어지고, 수납공간도 넉넉해진단다.

문제는 소박하고 단순하게 사는 게 말하기는 쉬운데 실천이 어렵다는데 있다. 소비가 미덕인양 물질이 넘쳐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박하고 단순하게 사는 건 일종의 수양일 수도 있다. 도를 닦는 일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티브이를 보면 날이면 날마다 새로운 물건들이 등장한다. 먹거리부터 시작해서 옷, 핸드폰, 카메라, 티브이, 신발, 승용차 등등. 일일이 늘어놓기도 쉽지 않을 정도다. 티브이 광고를 넋놓고 앉아서 보면 가슴 속 저 밑에서부터 구매욕구가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한다. 사먹어봐야 할 것 같고, 신어봐야 할 것 같고, 사러 가야 할 것 같은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런데 소박하고 단순하게 살라고? 그렇게 살면 어떤 결과가 오는데?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소박하고 단순하게 산 덕분에 35년이 걸려서 갚을 수 있는 주택융자금을 5년만에 갚았다고 한다. 남편은 평범한 직장인이고, 저자는 전업주부다. 당연히 남편은 고액연봉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소박하고 단순하고 알뜰하게 가계를 꾸려나갔고, 그 덕에 융자금을 빨리 갚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만하면 소박하고 단순하게 살만 하지 않을까? 말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오늘부터 에리코의 안내에 따라 소박하고 단순한 생활을 당장 실천해보자. 어떤 결과가 나를 기다리는지 궁금하다.


우리시대의 고수들
- 글 조용헌/사진 김홍희 <방외지사(方外之士)>


ⓒ 정신세계원
제목이 너무 거창해서 처음에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그런데 자세히 뜯어읽으니 '지사(之士)가 눈에 들어온다. 책의 뒷면을 읽으니 그 의미가 확연하게 다가온다. 방(方)은 테두리, 경계선, 고정관념, 조직사회를 의미한단다. 그래서 방외(方外)는 고정관념과 경계선 너머를 가리킨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방외지사는 테두리나 경계선 너머에서 살고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저자에 따르면 '살고 싶은 대로 사는 사람'이란다.

하지만 '살고 싶은 대로 사는 사람'이라고 해서 아무 것도 안하고 제멋대로 산다고 생각하면 이만저만한 오해가 아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산다고 하는 게 더 맞을 게다.

1·2권으로 되어있는 이 책은 저자가 13명의 방외지사를 만난 이야기를 풀어낸다. 만만치 않은 입담(?)으로 저자는 흔히 볼 수 없는 아주 특별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읽다보면 저자의 내공이 만만치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의 그 내공 덕에 나도 '방외지사'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열망을 끌어안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아무 생각 없이 덥석 읽었다가는 후유증에 심하게 시달릴 수도 있겠다.

'죽기 전에 살고 싶은 대로 한번 살아보자'고 스스로 20년간의 공무원 생활을 접고 고향집으로 돌아온 박태후씨.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강산을 떠도는 이원규 시인, 품격 있는 대저택에서 '백수의 제왕'으로 군림하면서 사는 처사 강기욱씨. 이들은 그래도 현실에 발을 내리고 사는 축에 속해 그렇게 살만도 하겠다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 정신세계원
하지만 듣기에도 낯선 산중무예 기천문 2대 문주인 무림 고수 박사규씨의 이야기에 다다르면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이렇게 사는 사람이 다 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무림 고수라니? 영화나 무협소설 속의 주인공도 아닌데 계룡산에서 무예를 닦으면서 살고 있다고? 입산수도 할 사주를 타고난 사람이라서 그렇단다.

또 한 사람이 있다. 중국 화산파 23대 장문으로 등극한 여자 신선 곽종인씨. 평생을 신선수업에 매진했다고 한다. 것도 중국의 화산까지 찾아가 스승을 만나 심신을 수련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책을 읽다가 인간계의 경지를 넘어 선계(仙界)까지 다가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손성구씨는 '차 맛을 감별하는 품평사'다. 차잎 냄새만 맡아도 원산지를 안다고 하니, 어떻게 해야 그런 경지에 다다를 수 있는 궁금하기 이를 데 없다. 차에 입문한지 20년이라는데 아무나 차를 20년 마신다고 고수가 되는 것은 아닐 터.

역술로 '입신양명'했다는 박청화씨 덕분에 역술로도 '입신양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저자는 이 분야의 고수들을 만나러 다니느라 '벤츠' 한 대 값을 족히 날렸다고 하니 저자 역시 이 분야의 고수가 아닐까, 궁금해진다. 역술인에 대한 이야기는 읽고 또 읽어도 재미있다. 어떻게 사람의 운명을 알고 짚어낼까? 궁금하고 또 궁금할 뿐이다.

세상은 걸어다닐 만하다며 전국의 산하를 두발로 걷는 낭인 서정일씨 또한 방외지사임에는 분명하다. 그는 산만을 걸어다닌 게 아니라 한국의 강도 대부분 걸었단다. 실상사 앞에서 평생 '발우'만 만들어온 지리산 터줏대감 김을생씨나 뗏목 전문가인 윤명철씨, 소목장 이정곤씨도 이 시대의 대다수의 사람들과 거리가 있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저자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엮으면서 어느 정도 과장이 섞여들어갔을지는 모르나, 보통의 사람들과 다른 삶을 선택해서 그 길을 평생 간다는 건 쉽지 않은 일임은 분명하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가 마음을 끌어당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자연주의 절약생활 - 소박하고 단순하게 살아라

야미자키 에리코 지음, 이근아 옮김, 이아소(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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