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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즐겨먹는 콩나물국밥입니다.
제가 즐겨먹는 콩나물국밥입니다. ⓒ 박희우
아침길이 바쁩니다. 너무 늦게 일어났습니다. 저는 서두릅니다.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 입습니다. 가스레인지를 켜고 어제 저녁에 아내가 끓여놓은 콩나물국을 데웁니다. 아침에는 콩나물국이 제일입니다. 만들기도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묵은 김장김치와 멸치를 넣고 푹푹 끓이다가 콩나물을 넣기만 하면 됩니다.

저는 콩나물국에 밥을 말았습니다. 한 숟갈 떠서 입에 넣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맛을 느낄 수가 없습니다. 입이 텁텁합니다. 밥맛이 없습니다. 그래도 먹어야 합니다. 한술이라도 뜨면 그만큼 속이 편해집니다. 저는 꾸역꾸역 밥숟갈을 입에 밀어넣습니다.

오늘 아내는 집에 없습니다. 오늘만이 아닙니다. 벌써 3일째 집에 없습니다. 작은 아이 때문입니다. 작은아이가 ‘뇌수막염’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그제는 제가 병원에서 잤습니다. 저는 어제 밤에도 병원에서 자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마음대로 되질 않습니다.

우리 작은아이가 입원해 있는 병실은 2인 1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같이 있는 다른 아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잠을 잔 그제는 아이의 아빠가 잤습니다. 같은 남자라서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아니었습니다. 아이의 엄마가 잔다고 했습니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저는 아내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큰아이 '새하'와 작은아이 '산하'입니다.
큰아이 '새하'와 작은아이 '산하'입니다. ⓒ 박희우
“여보, 오늘은 아이 엄마가 잔다고 하네.”
“그럼 할 수 없지요. 제가 곧 갈게요.”

저는 콩나물국밥을 먹다말고 주위를 둘러봅니다. 아내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진공청소기, 텔레비전, 냉장고, 아이들 장난감, 각종 주방용품 등등. 지금 아내는 지쳐있을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내는 온종일 병원에서 지내야합니다.

어디 아내뿐이겠습니까. 큰아이도 고생이 심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녀석은 혼자서 집을 지켜야합니다. 병원에 가면 작은아이한테 ‘뇌수막염’을 옮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였습니다. 작은아이는 기분이 좋은 모양입니다. 책도 읽고 그림을 그리기도 합니다. 그때 병실 문이 열립니다. 우르르 사람들이 들어옵니다. 같이 입원해 있는 아이의 친척들입니다. 이모라는 여자가 샌드위치를 사왔습니다. 아이의 삼촌은 아이를 번쩍 들어옵니다.

저는 바짝 긴장합니다. 우리 아이는 먹는 걸 최대한 자제해야합니다. 저는 어렵게 작은아이에게 말합니다.

“산하야, 음식을 많이 먹으면 그만큼 늦게 퇴원해야한단다.”

작은아이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먹고 싶다는 말도 하지 않습니다. 적이 안심이 됩니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가 울먹이기 시작합니다. 눈물이 베갯잇에 떨어집니다. 순간 제 콧등이 시큰합니다.

“산하야, 며칠만 참으면 집에 간단다. 그때 아빠가 맛있는 것 많이 사줄게.”

아이가 울음을 그칩니다. 제 마음이 미어집니다. 저는 아이에게 휴대폰을 줍니다. 녀석은 휴대폰으로 제 엄마에게 전화 하기를 좋아합니다.

“엄마, 왜 안 와. 조금 있다고 온다고. 알았어. 기다릴게.”

아이가 제게 휴대폰을 줍니다. 이번에는 아이가 제게 말합니다.

저희 집에서 본 대암산 전경입니다.
저희 집에서 본 대암산 전경입니다. ⓒ 박희우
“아빠, 집에 가고 싶다. 언니가 보고 싶어. 아빠, 나 배고프지 않아. 빨리 나아서 집에 갈 거야. 그래야 내 친구 ‘혜원’이도 볼 수 있잖아.”

그릇에는 아직도 콩나물국밥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저는 시계를 봅니다. 7시 50분입니다. 그때였습니다. 휴대폰이 울립니다.

“계장님, 아파트 아랩니다. 천천히 내려오십시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저는 급히 숟갈을 놓습니다. 안방으로 뛰어갑니다. 큰아이가 아직도 자고 있습니다. 저는 큰아이를 한번 안아줍니다. 꿈속에서 그러는지 녀석이 작은 소리로 말합니다.

“아빠, 잘 다녀오세요.”

저는 아파트 문을 나섭니다. 대암산 정상이 잔설에 쌓여있습니다. 뿌연 안개가 도시에 나지막하게 깔리는 게, 온통 회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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