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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와 함께 25년간 살아온 이인석(51)씨
기차와 함께 25년간 살아온 이인석(51)씨 ⓒ 윤형권
설을 맞아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되었다. 고향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행렬을 마치 연어의 귀소본능에 비유하기도 한다. 자가용으로 혹은 버스나 기차를 타고 고향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은 이미 고향에 가 있다.

수천만의 사람들이 저마다 고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을 때, 이들을 위해 고향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일터를 가본다.

8일 오후 4시55분 논산역 열차운용실

“25년간 기차와 함께 근무한 이래로 명절이면 아예 제사도 없고 친구도 못 만납니다. 남들은 명절이면 처갓집에 가지만 우리는 그런 세월 없었어요”라고 말하는 논산역 열차운용실 이인석(51) 차장. 이 차장은 고향이 논산에서 가까운 부적면이다. 그러나 명절날 차례에 참여한 적이 없다. 명절에는 늘 비상근무이기 때문이다.

올 설에 논산역을 통과하는 하행선 임시열차만 해도 24편이 늘어나 평소의 2배인 48편으로 왕복 96편을 관리한다. 논산역 열차운용실에는 김기주(42) 과장과 배헌귀(45) 과장 등 6명이 24시간 맞교대를 한다. 그나마 철도공사로 전환되면서 4월부터는 3교대로 근무해 올 추석에는 차례를 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논산역 열차운용실 김기주씨
논산역 열차운용실 김기주씨 ⓒ 윤형권

2월 8일 오후 6시 30분, 논산시 부창동 대림아파트 입구 득안대로 네거리

이곳은 서울에서 천안, 공주를 거쳐 논산으로 들어오는 입구라서 귀성차량들이 많다. 논산경찰서 교통지도계 소속 이영걸(21), 오현석(21) 의경은 귀성차량들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거리에 있다. 대천이 고향인 이영걸 의경은 논산훈련소를 거쳐서 근무한 지 8개월째다. “고향에 가서 친구들도 만나고 싶지만, 국민의 의무를 다하는 지금의 이 순간이 보람 있습니다”라며 힘주어 말한다.

논산경찰서 교통지도계 이영걸·오현석 의경
논산경찰서 교통지도계 이영걸·오현석 의경 ⓒ 윤형권

이 의경의 동료인 오현석(21) 의경은 고향이 논산에서 가까운 대전이다. 한양대학교 토목공학과 1학년을 마치고 의무경찰로 근무하고 있다.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 제 또래 아이들 보면 고향에 가고 싶지만, 대한민국의 젊은이로서 의무를 다하고 있는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2월 8일 오후 7시 30분, 논산 금호고속버스터미널

서울로 향하는 고속버스가 한 대 들어선다. 오후 7시 30분에 논산을 출발해 서울에 도착하면 밤 10시. “서울에서 이 차를 기다리고 있을 승객들을 생각하면서 달려갑니다.” “집에요?” “오늘 내일도 집엔 못 들어갑니다.”

고속버스 기사인 윤인규씨
고속버스 기사인 윤인규씨 ⓒ 윤형권

버스운전기사 윤인규씨는 졸지에 <오마이뉴스>에 나오게 되었다며 싱글벙글하면서 포즈를 취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전국 방방곡곡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동한다. 그리고 이들을 위해 고향을 찾지 못하고 일하는 이들이 있다. 고향을 찾은 이들의 기쁨 뒤엔 보이지 않는 이들의 노고가 있음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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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깎는다는 것은 마음을 다듬는 것"이라는 화두에 천칙하여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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