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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는 서울을 '한성'이라고 한다. 아마 조선시대부터 불리던 지명을 자국의 편의대로 지금껏 사용하는 듯하다. 어쩌면 소위 조선보다 상국으로서의 향수를 못 잊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가운데 최근 우리가 중국에서 사용하는 한성이라는 지명 대신 '서우얼'이라는 지명을 쓰기로 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중국과 한국의 문화는 엄연히 다르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동질성이 있음을 부인 할 수 없다. 중국과 종속 관계는 아니지만 정치,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서우얼' 표기에 대한 중국인의 견해를 잠시 옮겨 보고 싶었다. 물론 필자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의견을 내놓을 만큼 박학하지도 않고 또 왈가 왈부 하기도 싫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해서 중국인들이 왈가 왈부하는 것도 반갑지만은 않다.

서울을 어떻게 표기 하느냐는 한국의 문제이며 중국인의 문제가 아니지만 중국인의 뇌리에 "야! 한국인들은 이름 하나 지어도 참 잘 짓는다"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잘 지어진 도시 이름이 한국의 휴대폰 만큼이나 중요한 마케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쉬움을 떨칠 수가 없다.

한국의 대표 적자산업 중 하나가 관광산업이다. 중국이나 대만 그리고 일부 동남아 국가의 국민들 사이에 한국을 좀 과장하면 유토피아쯤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걸 여행이나 매스컴을 통해서 알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몇 배의 관광 수지 적자를 오랜 기간 계속하고 있다. 내 생각으로는 적어도 중국인들에게 호감을 주는, 그래서 더욱 가고 싶은 도시 이미지를 이름으로 주는 데는 실패한 것 같다.

알다시피 중국인들은 발음 문제에 있어 과민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8이 몇 개 들어간 전화번호가 몇 억에 팔렸고, 자동차 번호판이 몇 천 만원에 팔렸다는 기사를 여러 번 보았다.

'서우얼'에서 수도를 뜻하는 '首'의 발음은 중국어로 팔다(售). 혹은 들짐승(獸)의 발음과 같으며 얼은 아들(儿)의 발음과 같다. 즉 글자에서 중국인이 느끼는 뉘앙스는 '아들을 팔다'와 '들짐승의 아들'이라는 것이다(이는 북경의 한 음식점에서 일하는 정기전이라는 중국친구의 견해 임을 밝힌다).

내 중국친구의 견해로는 '서'는 徐로, '울'은 苑으로 고쳐서 '徐苑'이 좋았겠다는 것이다. 마치 꽃이 활짝 핀 정원을 천천히 걷는 듯한 느낌을 주는 말이라는 설명까지 친절하게 붙이면서 말이다.

물론 한 개인의 생각이지만 한 번쯤 국가의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에는 개인들이 상상도 못할 만큼 세밀한 조사와 검토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며 결정 후 반드시 다수의 공청을 거치는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세계적 자동차 메이커로 성장한 'KIA'의 경우 메이저 브랜드로 급성장하는데 음양으로 방해를 한 것이 다름 아닌 브랜드 자체이다. 'Kill In Accident'의 약자로 풀이 될 수 있는 이 브랜드는 자동차 브랜드로는 최악이다. 사랑하는 딸을 위해 만들었다는 메르세데스 벤츠처럼 낭만적이고 가족을 내세운 신뢰성까지 덤으로 얻는 작전은 아니더라도 이런 하자있는 브랜드로 역풍을 맞을 이유는 없다.

무수히 많은 하자 있는 결정들로 인해 나라 전체가 존망의 기로에 선 것도 몇 년 전 일이다. 작든 크든 간에 의사 결정은 어떤 과정을 거친 결과를 불러 올 것이며 그 결과에 따라 많은 사람의 행·불행이 결정 될 것이다. 지금도 많은 책임있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은 결정을 하고 있을 것이다. 얼마전 세상을 뜬 고인 전두익 선생의 말로 두서없는 글을 마무리 할까 한다.

'방안에서 밭 맬 수는 없다' 농사를 방안에서 입으로만 지을 수는 없다는 말이다. 농사는 밭고랑에서 노동의 땀과 피로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하물며 국가의 큰 일임에 두 말 해 무엇하겠는가. 잘된 선택으로 대한민국이 생존하고 있고 잘못된 선택으로 대한민국이 병들고 있다. 한 나라의 수도를 이름 짓는 일이며 특히 중국과 관련된 이름인 바에는 득이 되는 쪽으로 검토했어야 한다.

중국은 벌써 유럽인들의 이상향 샹그릴라를 전혀 상관없는 지방의 이름으로 만들어 놓고는 관광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멀쩡한 이름을 그것도 중국에서만 통용될 이름을 '들을 판다'나 '짐승의 아들'로는 만들지 말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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