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 로비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대검 중수부(박상길 부장)는 지난 11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게 소환통보를 했으나, 김 회장 측에서 개인적인 이유로 소환 연기요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검 고위관계자는 14일 출근길에 "지난주 금요일(11일)에 김 회장측에 검찰에 출두토록 소환통보를 했으나, 김 회장의 개인 사정을 이유로 (소환) 일정을 늦춰달라고 요청했다"며 "이미 (김 회장에 대한) 수사를 한다고 알려진 만큼 (김 회장을) 어떻게 부르지 않을 수 있겠나"고 말했다.
대검 고위관계자는 김 회장에 대한 검찰의 소환조사가 임박했음을 강하게 시사했으며, 검찰은 오늘 중으로 김 회장 측과 재접촉해 김 회장을 이르면 오늘과 내일 중에 소환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김 회장이 출두하면 지난 2002년 대한생명 인수과정에서 정·관계 금품 로비가 있었는지 여부와 한화 컨소시엄 구성 당시 맥쿼리생명과의 이면계약에 직접 개입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또 검찰은 김 회장을 상대로 한화가 조성한 87억원의 비자금 중 8억원이 대한생명 인수를 위한 로비자금의 용도로 사용됐다는 정황을 밝히는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화 측에서는 채권 형태로 된 로비자금을 누구에게 건넸는지 등 금품 전달 경로와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 수사 관계자는 "당시 대한생명 인수는 한화의 상황을 비춰보면 사활이 걸린 사안이었던 만큼 김 회장이 어떤 방법으로든 관여하지 않았겠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앞서 구속된 김연배 부회장은 "대한생명 인수과정의 모든 것을 본인이 다 알아서 처리했다"면서 김 회장의 연루 여부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수사의 어려움도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