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방송위원회는 국내 최초의 공동체 라디오 시범사업자 8곳을 선정 발표했다. 이미 일본과 영국 등 외국에서는 커뮤니티 라디오 등의 형태로 정착 단계에 있는 소규모 FM 라디오방송이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실시되는 것이다.
긴 겨울가뭄 이후 오랜만에 겨울비가 내리는 15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에 있는 실업극복국민재단 '함께 일하는 사회' 지하 교육장에는 50여명의 젊은이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송덕호 미디어연대 사무처장의 강의에 눈과 귀를 모으고 있었다. 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마포FM>의 자원봉사자들로 라디오 방송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과정에 참여할 미래의 방송인들이다.
'소출력 FM라디오란 무엇인가?' '공동체 라디오는 왜 필요한 것인가?' '공동체 라디오의 특성과 그 내용은 무엇인가?' 등을 주제로 약 한 시간에 걸쳐 강의가 진행됐는데 특히 소출력 라디오와 기존 매체의 차별성과 향후 지향성에 대해 깊이 있는 내용이 다뤄졌다.
노인과 장애인 등 소외된 계층과 지역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지역 밀착형 방송, 지역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적 프로그램의 구성, 지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상호 소통의 공간으로써 방송의 역할 등 다양한 내용으로 진행된 강의가 끝나자 참석자들은 각자 앞으로 진행하게 될 자원봉사활동에 대해 그룹별로 모여 토론을 벌였다.
서울 마포공동체라디오(이사장 김종호)의 <마포FM>은 설립준비과정부터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로 진행되어 왔으며 향후 운영에도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할 계획이다.
마포공동체라디오는 마포자치연대와 21개의 지역 시민단체, 그리고 마포구청과 서강대학교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탄생된 소출력 라디오 시범사업자인 만큼 다양한 지역주민들의 참여와 자원봉사자들의 힘으로 함께 만들어가는 방송을 지향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지난해 12월 방송위원회에서 시범사업자로 선정된 이후 인터넷 카페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중이다.
<마포FM>은 앞으로 스튜디오 세팅이 마무리 되는 대로 오는 2월 말까지 시험방송을 시작하며 늦어도 3월 말경에는 정규방송을 송출할 예정으로 자원봉사들의 힘을 하나로 모으고 있다.
아직 FM주파수와 관련한 내용이 확정되지 않아서 무선국 허가 신청 등의 구체적인 내용은 지연되고 있지만 머지않아 마포구 지역민의 대표적인 소통공간으로 태어날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날 모인 자원봉사자들은 각각 편성기획, 제작, 진행, 기타 업무협력 등의 영역에서 그룹별로 팀을 만들어 오는 3월 11일까지 자체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트레이닝을 계속할 예정이다.
자원봉사자들의 구성을 보면 대학생, 주부, 직장인 등 다양하며 사는 지역도 마포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서울전역 심지어 경기도 안양에서까지 자원봉사를 위해 먼 발걸음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 <마포FM>의 미래는 밝기만 하다.
현재 <마포FM>을 위해 준비하는 중심에는 김종호 이사장을 비롯해 마포자치연대의 김동현씨 그리고 미디어연대의 송덕호 사무처장이 있으며 안양에서 소출력FM방송을 준비하고 있는 이웅장씨 등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자원봉사자들 중에는 지역의 주부들도 많은데 이날 교육에도 어린 자녀를 데리고 참가한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 귀퉁이에서 잠을 자는 어린아이와 엄마 옆에서 그룹모임에 함께 참여한 꼬마까지, 이러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야말로 < 마포FM >이 지향하는 '참여와 대안의 소리'를 보여주는 모습처럼 느껴진다.
가능하면 시험방송부터 정규프로그램으로 방송을 송출하고 싶다는 <마포FM>의 활기찬 모습은 자원봉사자들의 열정만큼이나 희망찼다.
<마포FM>에서는 인터넷 카페(
http://cafe.daum.net/radiomapo)를 통해 지속적으로 자원봉사자들의 참여희망을 접수받고 있다. 특별한 자격 조건은 없고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의 일처럼 방송을 위해 열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이면 지역이나 성별 나이에 관계없이 참여가 가능하다.
마포공동체라디오를 포함한 전국의 8개 시범사업자들은 모두 이 땅에 새로운 미디어 환경을 만들어 가는 개척자로서 분주하게 움직이며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현재 모든 것이 새로운 상태에서 디딤돌을 만들고 그 위에 올릴 소출력 라디오라고 하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방송국 모델을 만들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의 힘으로 운영되는 국내 최초의 라디오 방송국의 탄생은 이제 곧 현실이 된다.
| | "<여성시대>에 맞서는 '색깔' 기대해주세요" | | | 자원봉사자 조주리(마포구민·대학원생)씨 인터뷰 | | | | - 어떻게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됐습니까?
“라디오 방송 프로듀서를 지망하고 있는 중에 언론보도를 통해 소출력 라디오에 대해서 알게 됐고 마침 우리 마포지역에서 이러한 방송국이 생기게 되어서 참여하게 됐습니다. 여기서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서 실전 경험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으니까요. 또 소출력 라디오라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생기는 것으로 여기에 참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 자원봉사를 하게 되면 책임감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현재 하고 있는 일과 더불어서 적극 참여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지금 미술사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전문분야는 아니지만 제가 그동안 방송프로듀서가 되기 위해 준비해왔던 경험을 최대한 살리고 이곳에서의 자체교육을 통해서 충분히 자원봉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 사는 지역도 이 근처라서 매주 있는 교육 모임에 참여하는 것도 큰 문제는 아닙니다.”
- 멀티미디어 환경에서 소출력 라디오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위성과 지상파 DMB가 생기고 새로운 미디어가 하루가 다르게 나타나지만 그것들은 대부분 불특정 다수의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방송을 해요. 하지만 소출력 라디오의 경우는 그렇지 않잖아요. 우리지역 사람들만을 위한 소식, 그러니까 내 주변의 친근한 이웃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니까 재미있고 관심이 가는 만큼 나름대로의 영역을 확보하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맡은 프로그램이 <으라차차, 아줌마!>인데요 동네에서 언제나 뵐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기대가 되고 있습니다.”
- 기존 방송과 차별화되는 점은?
“사실 오전 프로그램으로는 MBC의 <양희은과 송승환의 여성시대> 등과 같이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프로그램들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들의 청취자들을 우리 방송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독특한 우리만의 색깔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러한 장치들을 연구하는 것이 우리들의 역할이기도 하구요. 아직은 준비 중이지만 톡톡 튀고 깜찍한 우리 동네만의 특성을 살린 친근한 이야기들로 꾸밀 예정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 이인우 기자 | | | | |
덧붙이는 글 | 소출력 라디오란?
소출력 라디오방송은 FM주파수(88∼108㎒) 대역에서 1W(와트) 수준의 작은 출력을 이용하여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지역밀착형 동네방송으로 기존의 라디오와는 달리 비영리로 운영된다.
방송위원회에서 2004년 12월 선정한 시범 사업자로는 수도권 지역에서 △관악공동체라디오방송: (사)하늘사랑복지회 △마포공동체라디오방송: 마포두레소비자생활협동조합 △(가칭)분당FM방송: 정나눔21 실천연대 등이,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사)금강FM방송: 인산학원(공주영상정보대학) △(재) 영주FM방송: 현암학원(동양대학교) △성서공동체라디오방송: (사)영상교육’눈’ △(사) 광주 무등FM: 광주 북구청 △(가칭)나주라디오방송: (사)한국농업경영인 나주시연합회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