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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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약속 장소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는데 전화 한통이 걸려왔습니다.
"이민정 기자님이시죠?" 저는 그 말에 당황하여 "네?"라고 놀란 소리로 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오마이뉴스>에서 걸려온 전화였습니다.
저에게 기자라는 호칭을 붙여 불러주는 곳은 오마이뉴스밖에 없습니다. 물론 기자라는 호칭이 참으로 어색하고 머슥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마음은 얼굴로도 전해져 얼굴은 금세 붉어집니다. 그리고 쳐다보는 사람 한명 없는데 괜시리 목소리도 작아지고 눈도 이리저리 굴러갑니다. 그날 따라 지하철 안은 참으로 더웠습니다.
처음 오마이뉴스를 접했을 때는 다른 신문에 비해 제가 관심 있는 분야의 기사가 많아 자주 들렀습니다. 그러다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기자로 등록은 했지만 막상 기사를 쓰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제가 오마이뉴스에 처음 기사를 쓰게 된 것은 '캐리어 사내하청 노동조합 순회투쟁'때문이었습니다. 원래 취재가 목적은 아니었는데, 하루 종일 함께 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서였습니다. 참으로 처절하게 투쟁하고 있는데 어느 신문에도 나지 않으니 말입니다.
그런 마음과 달리 기사를 쓰는 데는 시간이 엄청 걸렸습니다. 캐리어 사내하청 노동조합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투쟁 일지를 다시 읽고, 찍었던 사진들을 고르고, 육하원칙에 따라 기사를 쓰니 딱딱하기 그지 없는 글이 되어 계속 삭제하면서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기사를 쓰고 편집부로 넘기고 나니 사람들이 기사를 읽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참으로 궁금했습니다.
저의 첫 기사는 '잉걸'로 등록이 되었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읽지 않았습니다. 기사를 쓰는 박스에 있는 글들과 달리 사회면에 있는 기사는 그 느낌이 사뭇 달랐습니다. 그리고 캐리어 사내하청 노동조합에 가니, 저의 기사가 총화글 속에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여러 사람이 저의 글을 읽는다는 것을 알고 나니 저의 일천한 글솜씨가 부끄럽기까지 했습니다.
초반에 썼던 기사들을 보면 거칠기 짝이 없고, 비문들도 많았습니다. 간혹 잘못된 사실이 있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그냥 볼 수 있을 정도로 담담해졌는데, 그때는 정말 부끄럽고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심정이 어떤 것인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쓴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글 좀 잘쓰라"라고 말을 할 때는 정말 눈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습니다.
제가 기사를 쓰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김밥집에서 일을 하면서 기사를 썼던 2003년 말~2004년 초입니다. 야간에 일을 하고 나서 오전 7시 20분에 집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했던 일이 기사쓰기였습니다. 글이 술술 잘 나올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이제 어떻게 이어가지?'하며 머리를 긁을 때가 더 많았습니다.
그때 적었던 기사들 중 제법 많은 기사들이 메인 서브에 등록되었고, 조회수도 그전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였습니다. 여기저기서 오는 메일도 저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미국에 사신다는 어떤 분은 자신의 가족 사진까지 보내주셨습니다. 사람들이 '이런 맛에 글을 쓰는구나'하며 그 느낌을 알수 있었습니다.
김밥집을 그만두고 저는 밥장사를 시작했습니니다. 밥장사를 한 지는 깁밥집에서 일한 것보다 훨씬 오래되었는데 기사는 영 뜨문뜨문입니다. 그리고 생기가 없습니다. 아마도 심적인 여유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여러 사람들과 만나고 관찰하고 느낄 수 있어야 글을 쓸 수 있는데,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들이 급급해 하는 저를 봅니다.
사는 이야기에 글을 많이 썼는데, 덕분에 저의 이야기가 방송에 나가기도 했습니다. 작년 7월쯤에 연락이 와서 2001년 말에 썼던 저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방송은 12월쯤 방영이 되었습니다. 거칠었던 저의 글보다는 훨씬 따뜻하게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었지만, 제가 '왕따'처럼 보여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지는 않았습니다.
요즘도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고 나면 기사쓰기를 누릅니다.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아주 완성도 높은 평론을 하기는 힘듭니다. 그리고 오마이뉴스가 그런 전문가만을 원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간혹 '잉걸'로도 등록이 되지 않은 기사를 접하게 되면 마음이 상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전문가가 아닌 탓에 전문기자들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쓴 기사가 그냥 묻혀 버릴 때는 화가 나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오마이뉴스의 놀라운 성장의 비결 중의 하나는 시민기자라고 생각합니다. 전문기자로만 채워졌다면 오마이뉴스가 이렇게 풍성한 지면을 가질 수 있었을까요? 저는 절대 그렇지 못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일년에 단 한번이라도 사람들이 자신의 글을 읽어 주는 기쁨과 자신이 경험과 느낌을 공유하고 싶어 글을 쓰는 수많은 시민기자들의 힘이 오마이뉴스를 지금까지 이끌어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수많은 시민 기자들이 원하는 것은 자신의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는 거라 생각합니다. 자신의 썼던 의도와 느낌 그대로 말입니다.
창간 5주년을 맞아 오마이뉴스도 스스로의 발전 전망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할 거라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첫 마음입니다. 살아가면서 마음 먹은 것고 달리 주변 환경과 여건에 따라 자신이 변해가는 것을 정작 자신은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아주 먼 곳 까지 오고나서야 많이 변해 버린 자신을 깨닫게 됩니다.
저는 오마이뉴스가 항상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첫 마음을 되짚어보며 변화, 성장하길 바랍니다.
오마이뉴스의 창간 5주년을 축하합니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와 나'에 응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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