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먼저 첫 번째 경험은 이렇다. 지난 해 가을, 지방에 살고 계신 어머니가 친구분과 함께 서울에 올라온 적이 있었다. 어머니의 친구분이 학교 동창분 댁에 용무가 있는데 함께 가자고 하셨다. 그 집으로 가는 길 내내 당신의 친구분이 꽤 부자라고 말씀을 하셨다.
현관문을 열고 그 집으로 들어서는 순간 '얼마나 부자일까?'라는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음을 알았다. '부자'라는 것이 지극히 주관적인 개념이겠지만 족히 100여 평을 넘는 아파트에는 고급 가전제품과 가구들로 호화롭게 꾸며져 있었다.
그러나 그 집의 곳곳을 둘러보다가 결코 그 집은 내가 꿈꾸는 부잣집, 다시 말해 '책 부잣집'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 큰 아파트에서 내가 간신히 찾은 책꽂이에는 한 눈에 대략 몇 권이나 되는지 가늠할 수 있는 만큼의 책들만 꽂혀 있을 뿐이었다.
그 책들도 대부분 '관광안내서'나 '여행객을 위한 생활영어' 등이 고작이었다. '해외 여행을 많이 다니시나보다'하고 생각하며 돌아섰지만 그 비어있는 책꽂이가 안타깝기만 했다. 그 분 소유의 외제 고급승용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 내내 그 텅 비어있는 책꽂이가 필자의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두 번째 경험은 필자가 요즘 자주 찾는 문학평론가의 연구실에서의 일이다. 그 곳의 한쪽 벽은 빼곡하게 책이 꽂혀 있다. 책꽂이라고 부르기엔 바닥부터 천장까지 너무 엄청난 양의 책이 꽂혀 있어서 '책으로 쌓은 벽'이란 표현이 나아 보일 정도였다.
함께 그 곳을 찾아간 선배에게 "이 곳에 있는 책을 돈으로 따지면 얼마나 될까?"라고 질문을 해 보았다. 우리들의 호기심은 결국 그 곳에 꽂혀 있는 많은 책들의 값을 계산하게 만들었다. 그 곳에 꽂혀있는 책들의 정가를 다 계산하려 들면 족히 며칠은 걸릴 듯 했다. 그래서 우리는 "책꽂이 한 칸에 꽂혀있는 책값들만 계산해 본 다음에 짐작이라도 해 보자"고 결론을 내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의 입은 벌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추정한 책값은 그 곳 연구실에 꽂혀있는 책들만 수 천 만원을 족히 넘어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선물로 받은 책들도 상당수였고 책을 돈으로만 환산할 수 없기에 의미 없는 짓이었을지도 모르지만 필자에게는 놀라운 액수였다. 그 상당한 양의 책들은 아직도 부러움의 대상이다.
요즘 혼자 머물고 있는 필자의 자취방에 들어설 때면 '책꽂이 좀 몇 개 들여놓다'는 생각이 자주 들곤 한다. 고향집에 두고 온 소설책들을 몽땅 옮겨오고 싶은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책꽂이를 더 들여놓기엔 방이 비좁을 것 같아서 포기하고 살아간다.
필자에게는 여러 가지 꿈이 있다. 그 중에서 '책부자'는 버릴 수 없는 꿈 중의 하나다. 큰 집과 고급 승용차를 소유하는 것도 누구나 한 번쯤은 가져볼만한 꿈이지만 그런 꿈보다 먼저 이루고 싶은 꿈이 하나 있다. 작은 집이나마 방 한 칸 내어 책이 빼곡하게 꽂혀있는 나만의 서재를 가져보는 꿈이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