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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만든 매콤한 떡볶이

우리 집 공식 요리 1호는 ‘아들이 만든 매콤한 떡볶이’입니다. 누구나 쉽게 요리할 수 있고, 재료비가 적게 들며, 무엇보다도 그 맛이 일품인 ‘담백한 생아귀 수육’을 ‘우리 집 공식 요리 2호’로 소개합니다.

“이번 주에는 설거지를 하지 않았는데요.”

매주 한번 이상 설거지하기로 한 새해 약속에 따라, 나는 부엌에서 그릇을 씻습니다. 고무장갑이 거추장스러워서 맨손으로 설거지를 하고 나면, 손바닥이 꺼칠꺼칠합니다. 마누라는 시장에 가려고 옷을 챙겨 입습니다. 나는 마누라에게 안주거리나 좀 사오라고 부탁을 합니다.

“아귀 수육 어떠세요?”

▲ 흉측하게 생긴 생아귀와 미나리
ⓒ 한성수
아귀 수육이라는 말에, 나는 설거지를 대충 마무리하고 마누라를 따라 나섭니다. 바깥 바람이 제법 쌀쌀합니다. 우리는 시장 입구의 단골 생선장수 아주머니 노점을 찾았습니다.

“아지매, 아구 있능기요?”
“있기는 있는데, 요새 아구가 마이 안 나온다. 다 팔고 요거 남았다.”

소쿠리에는 중치 아귀 4마리가 담겨 있습니다.

“우째 하능기요?”
“오천원어치라고 담았는데, 떨인게네(떨이이므로) 사천원하고 가져 가삐라.”

아주머니는 날카로운 주둥아리를, 칼로 잘라서 건넵니다. 마누라는 야채가게에서 콩나물 천원어치와 미나리 천원어치를 삽니다.

집에 와서 마누라는 아귀를 세토막으로 자르고, 부추와 미나리도 적당한 크기로 잘라 놓습니다. 그리고는 적당량의 물을 붓고 된장과 생강을 아귀와 함께 넣고 끓입니다.

“당신, 아귀 수육 삶는 거, 어디서 배웠소?”
“배우기는요, 대충 하면 되는 거지!”

마누라가 한식·일식 조리사 자격증을 가졌지만 나는 마누라의 요리 솜씨가 미덥지는 않습니다. 자격증이 있다고 찌개나 국이 이전보다 특별해진 것은 전혀 없으니까요. 그리고 시험 과목도 찌개나 나물을 무치는 것이 주요 과목이 아니고, 무슨 ‘칠절판’이 어떻고 ‘너비아니’가 어떻고 하는데, 마누라 덕에 더러 먹어 보기는 했지만 그것과 아귀수육 삶는 것과는 통 관련이 없을 듯합니다.

▲ 물에 된장을 풀고 생강과 아귀를 넣는다.
ⓒ 한성수
나는 아귀 요리를 하는 집에 가면, 주로 찜보다는 수육을 시켜서 먹습니다. 아귀찜은 양념을 너무 많이 넣어 콩나물과 마늘, 고추장 맛이 아귀 특유의 담백한 맛을 가리기 때문입니다.

끓기 시작하면 불을 끄고는 아귀를 건져냅니다. 그리고 콩나물을 찜 솥 바닥에 깔고 아귀 수육을 넣어서는 중불에 진득하게 올려 놓습니다. 김이 무럭무럭 나면 미나리와 부추를 얹어서 살짝 익힙니다. 마누라는 "부추와 미나리는 야채의 향과 색을 살리기 위해서 한 김만 쐬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 야채를 넣고 쪄낸 모습
ⓒ 한성수
이제 찜 솥에서 아귀를 꺼냅니다. 큰 접시의 바닥에 먼저 삶은 콩나물을 깔고, 그 위에 아귀 수육을 담습니다. 한쪽에는 부추와 미나리를 얹고 와사비 간장과 초고추장을 준비합니다. 아들은 한점을 먹은 후 "대가리가 크고 흉측하게 생긴 아귀지만 찐 수육은 부드럽다"고 평하는데, 썩 좋아하는 눈치는 아닙니다.

그러나 마누라와 나는 소주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아귀 수육을 쪽쪽 빨아 먹습니다. 연한 뼈는 그냥 씹어 먹는데, "오도독, 오도독" 씹히는 맛이 좋습니다. 대창도 씹을수록 고소하고 노란 곤은 부드러워서 입에서 그냥 녹습니다. 야채를 곁들여 먹는 살코기는 뒷맛이 개운합니다. 상위에는 뼈만 수북이 쌓였습니다.

▲ 완성된 아귀수육
ⓒ 한성수
60년대까지만 해도 살점이 없고 또 모습이 흉측하기도 하거니와 가시가 많아 손질하기도 어려워서 거름으로 사용하거나 그냥 버렸던 천덕꾸러기 아귀가, 수육 한접시에 보통 3~4만원을 넘는 귀한 생선이 되었습니다. 사람이나 물고기나 요리하기 나름인 모양입니다.

총 재료비는 생아귀(중간크기) 네마리 사천원, 콩나물 천원, 미나리 천원이 들었습니다. 부추 및 와사비, 간장은 집에 있던 것을 사용하였으며 콩나물과 미나리는 반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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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 있는 소시민의 세상사는 기쁨과 슬픔을 나누고 싶어서 가입을 원합니다. 또 가족간의 아프고 시리고 따뜻한 글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글공부를 정식으로 하지 않아 가능할 지 모르겠으나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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