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왜 나는 시인인가>
<왜 나는 시인인가> ⓒ 현대문학
김춘수 대표 에세이 <왜 나는 시인인가> 남진우 엮음, 현대문학 간

‘시인이 된다는 것’ ‘내 속에 자리한 예수’ ‘지금 집 없는 사람은’ ‘누군가가 보고 있다’의 4부로 나누어 편집한 산문집을 읽으면서 느낀 김춘수는 한마디로 글에 대해서 폭발적인 스펙트럼과 가히 환상적인 글쓰기의 기술을 가진 대가라는 것이다. 무릇 시인은 자기 시론을 가지고 있어야 하겠지만 나나 우리 시인들 일부는 아직도 그 자기 시론의 경지에 가닿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분명 자기 시론을 곧추세우고 그 틀에서 시를 만든 영원한 장인이었던 것이다.

나는 차라리 이 한권의 산문집이 ‘김춘수평전’ 바로 그것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제1부에서는 경남 통영에서 나고 자라면서 시인이 되게 해준 고향의 자양분과 그 걸어온 궤적에 대한 아릿한 추억, 제2부에서는 예수라는 존재를 탐구하고 그의 정신 세계에 몰입해 간(제2부에서 피력하고 있는 내용의 일부는 미국 작가 댄 브라운이 지은 <다빈치 코드>의 내용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준다), 제3부에서는 서정적 산문의 글을 보여주는데 이 대목에서 그의 최고 지성인의 면모를 엿볼 수 있고, 제4부에서는 정치 칼럼이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당대의 논객으로서의 유감없는 진면목을 또한 보여준다.

한 독자가 시를 감상하고 시를 통해 그 시인의 삶과 인생역정을 어슴푸레 아는 것보다는 이런 소중한 산문집을 읽음으로써 그에게 가장 가깝게 가 닿을 수 있고 그의 시 세계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덤 같은 것을 얻는다는 것이 행복한 일이다.

<미쳐야 미친다>(푸른역사 간)라는 정민 교수가 지은 책이 있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우리 선조들의 각 분야에 걸친 장인 정신을 고스란히 이어 몸과 마음으로 실행에 옮기다 세상을 떠난 한 떨기 꽃, 이제 그 꽃은 졌지만 그 꽃은 우리들 가슴 속에 영원히 남으리라.

나는 왜 시인인가? 존재하는 것의 슬픔을 깊이 느끼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시인이다. 그중에서도 사람이란 더없는 슬픈 존재다. 사람으로 태어난 슬픔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켜야만 한다고 깊이, 깊이 느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시인이다. -본문 중에서.

김춘수 지음,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2012)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