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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애씨는 대학합격 통지서를 아들의 영정 앞에 놓고 아들 재룡이 몫까지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다짐했다.
황선애씨는 대학합격 통지서를 아들의 영정 앞에 놓고 아들 재룡이 몫까지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다짐했다. ⓒ 임성식
"하늘나라에 있는 아들의 못다 피운 학업의 꿈을 대신 이루어 공부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10여년 전 대학에 진학하자마자 암으로 숨진 아들을 대신해 초등학교 졸업장조차 없는 50대 어머니가 피나는 노력 끝에 지난해 대학 진학의 꿈을 이뤄 화제가 됐다.

지난해 9월 우송정보대학 사회복지과(야간) 수시모집에 합격하고 오는 24일 입학을 앞두고 있는 예비 대학생 황선애(52·대전시 중구 대흥동)씨를 21일 만났다.

그가 배움의 뜻을 갖게 된 계기는 10여년 전인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황씨는 악성 임파선암에 걸린 아들 이재룡(당시 19세)군을 하늘나라에 보내고 두고두고 가슴에 묻고 살아야 했다.

당시 서대전고 3학년 재학 중이던 이군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불과 한 달 앞둔 93년에 말기 암 4기 판정을 받았다. 이군은 병실에서 암과 투병하면서 대학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희망을 놓지 않았고 결국 그 해 한남대학교 경영학과에 합격하여 언론에 보도되는 등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이군은 대학생활을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이듬해 94년 11월 어머니 곁을 떠나 더욱 안타깝게 하였다. 그 이후 남편과 헤어지는 아픔까지 겪으면서 방황이 시작되었다. 방황과 우울증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그가 깨어난 건 죽은 아들이 못 다 이룬 학업을 대신 이루고자 마음먹으면서부터.

황씨는 2001년부터 생계를 위해 낮에는 식당 설거지 등 온갖 허드렛일을 하면서 부여 집에서 논산 호롱불야학까지 버스를 타고 오가며 열심이 공부하여 초·중등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또 이후 대전으로 이사 와서 성은야학에 다니며 계속 공부하여 2004년 4월 대입 검정고시와 9월 우송정보대학 사회복지학과 수시모집에 합격했다.

"하늘나라에 있는 아들 생각하면 힘든 줄 몰라"

그의 이러한 사연이 <동아일보> 등 언론매체에 보도되자 독지가 등이 조금이나마 도움을 줘 입학 등록금을 납부하여 한시름 덜게 되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생계와 학업을 병행하며 주경야독으로 학업을 할 예정이다. 그는 그 동안 식당 종업원 등을 하거나 시간이 날 때마다 집에서 호밀장을 담가 팔아 생계를 유지해왔다.

"아들 생각하면 못할 것이 없습니다. 아들은 암과 투병을 하면서 공부를 했는데…. 어떠한 시련이 있어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힘들고 지칠 때 늘 힘이 되어준 것은 임파선 말기암으로 저 세상으로 떠난 아들이다. 계속되는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은 하나둘 빠졌나갔고 몸은 점점 야위어가는 투병 중에도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학업에 대한 열의를 보였던 아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

황선애씨는 대학 합격통지서를 아들 영정 앞에 놓고 세상을 떠난 아들을 생각하며 한없는 눈물을 흘렸다.
황선애씨는 대학 합격통지서를 아들 영정 앞에 놓고 세상을 떠난 아들을 생각하며 한없는 눈물을 흘렸다.
그래서 아들이 그토록 원했던 학업의 꿈을 대신 이루어 주리라 마음을 굳게 먹고 야학에 다니면서 3년만에 초·중등 검정고시에 이어 대입 검정고시에 연달아 합격했고, 결국대학 합격통지서를 아들 영정 앞에 놓을 수 있었다.

황씨는 남편과 함께 부여에서 자동차부품 대리점을 하며 살아온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뒤늦게 남편이 노름에 빠져 가정불화가 잦았다. 더구나 아들 재룡이 임파선 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남편은 재룡의 죽음을 부인 황씨 탓으로 돌리면서 이혼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혼 후 그는 우울증과 방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이런 와중에 옆에서 커다란 힘이 되어준 것은 작은 아들 재명이었다. 하늘나라에서 지켜보고 있는 큰형을 한번 생각해보라는 재명이의 말에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또 틈틈이 시를 쓰면서 저 세상으로 보낸 아들에 대한 애틋한 모정을 달래기도 했다.

황씨는 "앞으로 암으로 병석에 누워 투병하고 있는 사람들이나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뒤늦게 대학공부를 시작하게 될 황씨의 표정은 입학식을 며칠 앞둔 여느 새내기 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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