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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대학 문화에서 '교수'란 말은 실로 장구한 세월에 걸쳐 그 문화를 지배해 온 호칭이거니와 또 폭 넓은 직위를 포함하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교수'란 호칭에 대해 우리의 대학들, 특히 '교수(?)님'들과 학생들은 얼마나 고민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과연 적당한 용어일까?
일반적으로 대학에서 '교수'라 호칭할 수 있는 직위는 크게 네 가지이다. 우선 그 네 가지 직위를 살펴보면 풀타임으로 대학에 근무하면서 연구와 교육을 담당하는 소위 정규 교수직인 전임강사, 조교수, 부교수, (정)교수가 있다.
또 그 외에도 비정규직, 다시 말해 임시직에 해당하는 계약직 교수가 있다. 초빙교수, 객원교수, 겸임교수, 강의전담교수, 연구교수, 명예교수, 대우교수, 석좌교수 등 무수한 '교수님'들이 있다. 이와 같이 교수란 호칭은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대학 밖에서는 물론이거니와 대학 안에서도 이들을 호칭하는 용어는 쉽게 '교수'라 통용되어 왔다. 특히 대학생들은 출강하는 '강사'분들에게도 '교수님'이란 호칭을 무분별하게 사용하여 왔다.
필자의 대학생활에 비추어볼 때 이러한 '교수님'이란 호칭의 사용은 두 가지 효과가 있다. 우선 상대방이 대학의 전임강사일 때를 예로 생각해 보자. '교수님'이란 호칭은 '(전임)강사님'이란 호칭보다 상대방의 권위를 인정하거나 높여주는 것처럼 들린다. 언어가 인간의 의식 자체를 규정한다는 말은 결코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교수님이란 호칭은 한 개인이 '전임강사'라는 사실을 마치 부풀리게 하거나 왜곡하게 할 소지가 다분히 많다. 어느새 '전임강사'는 '정교수'를 약칭하는 '교수'로 둔갑하곤 한다.
이 책임은 마땅히 대학을 거쳐 배출된 사회인들 그리고 현재 재학 중인 대학생들에게 있다. 현재 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필자의 경우도 결코 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학에 '교수'란 직책이 있다면 초중고교에서는 '교사'란 직책이 있다. 그러나 학교 내에서 특히 학생들은 이들을 보편적으로 '선생님'이란 부른다. 그러나 '선생님'을 가리키는 정확한 직함은 '교사'이다. 특히 공문서의 경우 흔히 '교사'라 표기된다. 이와 같이 초중고교의 경우에는 직함과 호칭이 분리되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대학의 경우에는 다르다. '전임강사'에서 '정교수'에 이르는 다양한 직함들은 오랜 동안 '교수'란 직함으로 통합 사용되어 왔다. 참 의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느 누구도 '교사님(?)'이란 호칭은 결코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교수님(?)'이란 호칭에는 너무도 자연스럽기 짝이 없다.
국어사전에서 '교수(敎授)'를 찾아보았다. 필자가 소유하고 있는 사전의 경우 그 뜻은 다음과 같다.
교수(敎授)
1. 대학에서 학술을 가르치는 사람을 통틀어 이르는 말. 대학 교수.
2. 대학에서 급수가 가장 높은 교원.
3. 조선 시대에, 사학(四學)에서 유생을 가르치던 벼슬아치.
4. [하다형 타동사](학문이나 기예를) 가르침.
우리가 호칭으로 사용하는 '교수님'에 적합한 뜻은 위 사전에 나온 뜻 중에 첫 번째와 두 번째에 해당하는 '대학에서 학술을 가르치는 사람을 통틀어 이르는 말'과 '대학에서 급수가 가장 높은 교원'에 해당한다.
필자는 대학의 '교수'를 일컫는 '교수님' 대신에 '선생님'이란 호칭을 적극 권하고 싶다. 직함과 성함을 제도적으로 정확하게 말하려 한다면 'XXX 전임강사님' 혹은 'XXX 부교수님'이라 부르는 것이 적합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호칭은 일종의 서열을 규정하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대학의 교수에게 'XXX 선생님'이란 호칭을 사용한다면 불쾌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먼저 생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 실례로 필자가 재학 중인 학과의 경우 'XXX 선생님'이란 호칭을 오랫동안 사용해왔고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그분들 역시 이러한 호칭에 전혀 불쾌해 하지 않는다.
'선생님'이란 용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남을 가르치는 사람'이라고 나와 있다. 그 밖에도 '성명이나 직명 따위의 뒤에 쓰이어 그를 높이어 일컫는 말' 등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필자의 주장은 결코 '교수'의 권위를 실추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교수님'대신 '선생님'이란 호칭을 사용한다고 해서 결코 한 사람의 직위가 낮춰지지는 않는다. 단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에 은연중에 포함된 권위의식과 그러한 말의 사용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예방하고 싶은 것이다.
'교수님'이란 호칭 대신에 '선생님'이란 호칭을 사용했을 때 어떤 변화가 올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 '교수'라 마땅히 호칭해야 할 '정교수'도 '선생님'이란 호칭을 듣고, 흔히 '시간강사'라 일컬어지는 임시직에 해당하는 분들 역시 같은 '선생님'이란 호칭을 듣게 된다.
자연스럽게 전임강사의 경우와 같이 '교수'가 아니면서 '교수'라는 호칭을 듣게 되는 폐단은 사라질 것이며 '전임강사'에서 '(정)교수'에 이르는 일종의 서열이 내포된 '교수'라는 호칭 자체가 지닌 쓸모없는 권위는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다.
이 땅의 대학 '선생님'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훌륭한 연구 업적을 쌓는 것과 동시에 훌륭한 학생을 배출하는 것이다. '교수님'이란 호칭에서 권위를 조금 덜고 '선생님'이란 호칭으로 그 분들에게 다가서 보자. 대학 선생님들과 학생들 사이에 필요한 것은 권위의식이 아닌 보다 친밀한 관계 속에서 진행되는 배움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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