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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과 소다를 적당히 덜어내어 그릇에 담아두고, 설탕을 한 스푼 정도 국자에 담아 약한 불에 가열한다. 설탕이 적당히 녹을 때 소다를 약간 넣으니 부풀어 오른다. 이제 냄비뚜껑에 붓고는 컵의 밑바닥으로 누른다. 그런데 웬걸, 컵 밑바닥에 붙어버린다. 겨우 떼어내었을 때는 이미 식어서 부스러져 버렸다.
우리는 이제 붙는 것을 막기 위해 물기를 조금 남겨두고 다시 시도했다. 그런데 컵 밑바닥에 붙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설탕(녹인) 물이 물에 녹아서 엉망진창이다. 딸아이가 보다 못해 나서보지만 설탕(녹인) 물이 묻은 국자에 불까지 붙는다.
국자를 깨끗이 씻지 않아서 그리 되었다고 내가 나무라자 토라져서 방에 들어가 버린다. 어르고 달래어서 겨우 모셔다 놓고 다시 시도, 컵으로 누르기 전에 알루미늄 호일을 사용해 본다. 드디어 성공이다!
마누라는 이제 익숙한 솜씨로 설탕을 녹여 소다를 처음보다 약간 많이 넣는다. 그런 다음 거꾸로 놓은 냄비뚜껑에 얹으면, 아들은 알루미늄 호일을 깔고 컵으로 지그시 누른다. 그리고 '쿠키 모양틀'을 이용하여 사람 모양, 별 모양, 나무 모양, 달 모양 등 각종 문양을 찍어낸다.
마누라와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오리 떼기'에 성공하면 한 번 더 할 수 있었는데, 성공한 상품으로는 설탕을 녹여서 만든 투명한 엿노란색의 설탕과자를 주었다. 그것은 성공 횟수에 따라 '호랑이' '큰칼' '작은칼' '토끼' 등 모양과 크기가 각기 달랐는데, 첫번째에 아쉽게 실패한 경우에도 새 모양의 작은 조각을 주었다.
나는 아저씨가 오리를 꾹 눌러주기를 바랐지만 항상 겨우 흔적만 있도록 기술적으로 오리를 찍었다. 오리를 받으면 옷핀에 침을 조금씩 묻혀 뜯어내는데, 덜컥 쪼개져 버리면 그 아쉬움이라니!
요즈음도 초등학교 앞에서는 역시 '오리 떼기'를 하는 모양인데, 아이들이 스스로 찍어내고 완전히 떼어도 성공한 대가는 없다고 한다. 아이들은 그저 재미로 즐길 뿐 예전의 그 아슬아슬한 맛은 느끼지 못할 것이다.
이제 우리 가족은 각 둘씩 선택하여 조심스럽게 '오리 떼기'를 했다. 그러나 '오리 모양'은 하나뿐이고, '별 떼기' '나무 떼기'가 되어버렸다. 마누라와 나는 실패를 하고 아이들은 각각 하나씩 성공을 하였다. 성공한 상금으로 2000원씩을 주니까 아이들이 '좋아라' 한다.
그러나 '오리 떼기'를 먹으려고 입에 넣으니 달면서도 쌉싸롬한 맛은 옛날 그대로이나, 각종 맛난 음식에 길들여진 내 혀는 내가 마음속에 품고 있던 그때 그 맛을 결코 찾아내지 못한다. 아이들은 조금 입만 대다가 말고, 마누라와 나는 아까워서 먹어 보지만 곧 그만두고 말았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남은 오리를 몽땅 버렸다. 옛날 선조임금이 피난지에서 묵어를 먹어보고 그 맛이 너무 좋아 근사한 이름을 지어주었는데, 다시 궁궐에 와서 묵어를 찾아서 먹어보니 너무 맛이 없어서 "도로 '묵어'라고 하여라"고 해서 '도로묵'이 되었다던가. 환경에 따라 간사하게 변한 내 입맛에 마음이 서글퍼진다.
그러나 아이들이 저 '오리 떼기'하는 정성으로 올 한 해 동안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고, '오리 떼기'의 소중한 추억을 가족들과 나눌 수 있었던 점에 위안을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