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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원점수 495점. 표준점수 673점. 언어영역에서만 2개를 틀렸고, 외국어영역에서 1개를 틀렸다. 그 외 과목들은 올 백.

'어떻게 공부를 해 왔을까? 아마도 사교육비 지출도 많았겠지?'

이미혜 학생(경남 창원 중앙여고. 2005년 서울대 의대 합격)의 수능점수만으로 판단한 이 같은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 양은 혼자 공부하는 진수를 보여준 케이스다. 어려서부터 방문 교사, 학원, 과외와는 거리가 멀었다.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몸에 배인 상태였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고 스스로가 능동적으로 큰 목적을 세우고 한발 한발 착실히 다져온 것.

중학교 시절 사춘기를 겪는 과정에서도 묵묵히 지켜봐주고 자신을 믿어준 부모님의 역할도 컸다. 지금의 모습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어려서부터의 (글을 알기 이전) 습관, 생활 환경 그리고 부모님의 역할이 한 몫 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양을 지난 15일 만나보았다.

유아 때 책을 장남감으로 가지고 놀며 독서습관 싹 틔워

이 양은 글을 깨치기 전부터 책을 장난감 삼아 가지고 놀았다. 어머니가 사다놓은 전집으로 쌓기 놀이도 했고, 전집 옆면에 표기되어 있는 숫자를 보고 숫자를 깨치기도 했다. 글자도 모르면서 그림만을 보며 책장을 넘기기도 했고, 어머니가 자주 책을 읽어주기도 했다. 책에 낙서를 해도 야단맞지 않았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책을 접하게 되면서 독서습관의 싹을 틔웠다.

초등학교 시절 영어와 수학만큼은 꾸준히 했는데, 영어는 방문학습지를 꾸준히 했고, 수학은 문제집을 사다가 모르는 것은 부모님께 배우면서 한 학기 앞서 방학 때 예습하곤 했다. 사교육이라고 할 만한 것은 기초적인 수준의 피아노를 배운 정도. 이 외에는 일체 아무것도 배우지 않고 오직 책을 많이 읽었다.

유아 때부터 독서습관을 길러 창작동화, 세계명작, 과학전집류 등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이렇게 보낸 초등시절 내내 성적도 1등이었고 교내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그로인해 주위의 사랑과 관심도 많이 받았다.

부모님은 말로 야단치는 대신. 편지로 의사전달

그렇게 화려한(?) 초등시절을 보낸 후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사춘기를 겪었다. 이 양 역시 여느 학생들처럼 연예인에 열광했고,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부모님께 반항도 했다. 그때 부모님들은 심하게 야단을 치는 대신 편지를 책상에 놓아두곤 하였다. 부모님은 그저 자신을 믿어주었고, 묵묵히 지켜볼 뿐이었다.

처음에는 말로써 타일렀는데, 말이란 감정이 개입되면 언성이 높아지고, 결국 서로에게 상처만 줄 뿐이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이 편지였다. 이 양은 "만일 그때 부모님께서 심하게 야단쳤으면 반발심으로 오히려 더 어긋났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는데, 끝까지 나를 믿어주고, 지켜봐주는 모습에 오히려 죄송스런 마음으로 스스로 사춘기를 잘 넘긴 것 같다"고 말했다.

아빠는 공부 자체를 하라고 말하기보다, 스스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끔 자주 조언을 해 주었다. 그런 와중에 가끔씩 아빠로부터 학생 때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인생의 근원적인 얘기를 진지하게 들었다. 공부자체를 하라고 말하기보다 스스로가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끔 조언을 자주 해 주며, 이 양을 믿어 주었고, 인격적으로 존중해주었다.

그때부터 어렴풋이 목적 의식을 가지면서 고교 때에는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공부를 했다. 고교1학년이 시작되면서 종합 학습지를 받아보며 집에서 공부했다. 학원수업이나 과외를 하는 친구들을 보며 괜한 조바심으로 단과학원(영어, 수학 등)을 1년쯤 다녀봤는데, 수학 외에는 별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

아예 고3때는 온전히 독학으로 공부했다. 매주 집으로 배달되는 종합학습지는 계속 받아보면서 별도로 문제집을 구입해 수능에 대비했다. 그러면서 모르는 것은 의문이 풀릴 때까지 해당과목 교사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했다. 고3 내내 잠은 푹 잤다. 수능에 대한 압박감으로 잠을 줄이면서까지 공부를 해 봤는데, 뒷날 오히려 공부에 방해를 받아 잠은 푹 자되, 대신 그 외 시간에는 열심히 공부했다.

이 양은 오늘의 결과에 대해 늘 옆에서 묵묵히 지켜봐 주었던 부모님께 감사하단다. 이양의 어머니 서정희씨(43)는 "특별히 해 준 것은 없다. 그저 공부에 대해 스트레스를 주지 않았고, 아이가 자발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믿어준 것 밖에 없다"라며 "자식이란 코를 꿰뚫고 억지로 끌고 가는 소처럼 키우기보다, 어느 정도 테두리 안에서 방목시켜 놓고 엉뚱한 방향으로 가면 바로 잡아주고, 방향 제시만을 해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마창 내일신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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