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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방고의 숲속학교>라는 책을 소개하는 문구이면서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아프리카를 적절히 묘사한 대목이 유독 눈에 띈다. 책표지 앞면에 두른 좁은 리본에는 행복한 표정을 한 저자(아이들)의 가족 사진과 함께 몇 자의 글이 실려 있다. 짧은 구절이지만 인상적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지구의 마지막 에덴, 오카방고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경이로운 이야기

‘지구의 마지막 에덴’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쏙 들었다. 아프리카는 태초의 모습이 가장 많이 남아 있다는 곳이며 여행을 좋아하는 대부분의 사람이 가장 아름답다고 칭송하는 곳이다. 아프리카는 나의 머릿속에 항상 호기심 천국으로 그려진다. 나에게는 아프리카가 경이로운 세계 자체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를 알고 싶은 나의 욕구는 강열하다. 특히 예전부터 티비·비디오 등 각종 매체를 접하면서 나는 야생동물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야생세계는 적자생존의 법칙만이 철저히 지켜지고 있는 무서운 공간이지만 말이다. 야생동물 중 고양이과 동물을 좋아한다. 이들의 생활은 거칠긴 해도 서열에 따른 엄격한 규율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오카방고의 숲속학교>는 이와 같은 나의 욕구와 관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책이다. 이는 네 아이가 주축이 되어 야생의 현장을 생생하게 기술한 기록물이기도 하다. 내가 접했던 야생세계의 기존 사실보다 때로는 내용이 더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책을 한번 잡으면 놓을 수 없게 만드는 것 같다. 어른들이 놓칠 수 있는 부분도 섬세히 포착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오클리가 사자새끼의 숫자를 정확히 지적했던 부분이 그것에 해당한다.

저자(아이들)의 성격을 대충 이해하면 독자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소개한다. 옮긴이 홍한별이 책의 매력을 기술하면서 이들의 매력도 간단히 진술한 내용을 인용한다. 참고하기 바란다.

아이들 각각이 드러내는 인간적인 매력에도 끌리지 않을 수 없다. 큰누나 에밀리가 세계일주여행을 떠난 뒤 맏이로서 듬직하게 책임을 수행해가는 트래버스·무신경한 듯하지만 자연과 자기 삶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명민한 앵거스·감수성이 풍부하고 따뜻한 마음을 지닌 메이지·사고뭉치이자 귀염둥이 막내 오클리까지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아이들이 독특한 문체로 들려주는 이야기에 매혹당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멋있는 동물, 사자를 중심으로 한, 가족과 자연에 관한 사랑이 가득 담긴 이 책은 읽는 누구에게나 즐거움과 감동을 듬뿍 선사할 것이다. (235쪽: 옮긴이의 글)

첫번째 이야기에서 다섯번째 이야기까지가 본문의 내용이다. 다른 대륙·아프리카 숲속의 삶·사자아이들·어려움을 이겨내고·살아남기 위한 혁명 등이 각 장의 큰 제목이다. 제목은 별도의 해설이 필요 없을 정도로 쉽게 씌어져 있다. 물론 이들 다섯개의 큰 이야기 제목에는 각각 몇 개의 작은 이야기가 들어있다.

무엇보다도, 네번째 이야기인 ‘어려움을 이겨내고’에는 본서의 제목이 들어있다. 더욱 주의를 기울여 읽어야 할 장이다. 도전과 마주하기·숲속의 소녀들·오카방고의 숲속학교 등 세개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트래버스(12세)·메이지(8세)·앵거스(10세)가 차례로 기술한다.

‘오카방고의 숲속학교’는 앵거스가 기술한다. 현명하고 자상한 어머니 케이트가 자신의 아이들을 그곳에서 직접 지도한다는 내용이다. 케이트가 처음부터 아이들을 자신이 가르치려했던 것은 아니다.

오카방고는 남아프리카 보츠와나라는 나라에 있는 지명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삼각주이며 온갖 동식물이 서식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 오카방고의 숲속학교란 케이트가 자신의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만든 홈스쿨 이름이다. 비정규 숲속학교인 셈이다.

처음 두 학기 동안은 아이들을 이곳에 있는 마취와네(보츠와나어로 벌꿀 오소리라는 뜻)라는 학교에 보낸다. 마취와네는 세계 여러 국적의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이다. 끝내 케이트의 아이들은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한다. 두 가지 이유에서이다.

첫째는 종교에 관한 커다란 생각의 차이 때문이었다. 학교에서는 무신론자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둘째는 차별성 교육의 어려움 때문이었다. 학교에서는 트래버스의 난독증을 이해해 주지 않았던 것이다.

한참 책을 읽다가 보면 현실인지 비현실인지 몽롱해질 때가 있다. 이는 곧 엄마 케이트의 현명함과 추진력과도 관련 있다. 꿈을 현실로 옮겨 놓으려는 그녀의 의지는 남성인 필자도 솔직히 부러울 정도다. 결국 케이트식 학교 곧 홈스쿨에서의 국어 시간이 계기가 되어 아이들을 저자로 만들어 놓았다. 책표지 후면에서는 다음과 같이 내용을 칭찬하고 있다.

오카방고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 들려주는 자연애・가족애 등이 가득 담긴 본서의 이야기는 당신의 삶을 바꾸어놓을 수도 있는 정말 감동적인 책이다. (표지 후면)

얼마든지 가능한 이야기이다. 한권의 책이 자신의 인생을 바꿔 놓는 경우는 적지 않다. 항상 꿈으로 가슴에 담아오다가 어느날 이것을 현실로 바꿔 놓는 사람이 바로 자신의 인생을 바꾸는 주인공이다. 필자인 저도 읽으면서 머리가 스멀스멀하고 가슴이 조금씩 쿵쾅거린다. 내 생활에 활력을 주는 요소 몇 가지는 꼭 찾을 것 같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이다. 그는 <오카방고의 숲속학교> 추천의 글에서 저자(아이들)의 엄마인 케이트의 공적을 좀더 힘주어 말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아이들의 손에서 나온 책이지만 아이들의 이같은 상상력·활기·자유로운 사고·모험심 등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아이들은 어머니에게 교육을 받았다. 이는 아이들의 삶에서 가장 평범치 않은 부분일 것이다. 케이트는 대부분 아이들이 십대 때 앓고 마는 자연에 관한 경외감을 키우고 간직할 수 있게 아이들을 교육했다.

<오카방고의 숲속학교>를 읽는 독자들은 누구라도 케이트의 비정규 숲속학교가 큰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할 것이다. 아이들의 힘으로 완성한 책이 바로 증거인 셈이다. 세 아이 모두 글 솜씨가 뛰어나고 섬세하고 명석하고 논리정연하고 지적이며 창의적이다. 여러분은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의 영민한 눈으로 바라본 아프리카와 아프리카의 경이를 경험해보길 바란다. (표지 후면)


훌륭한 어머니의 교육과 성실한 아이들의 수용태도 모두가 돋보인다. 표지 후면에는 좀 더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한 ‘아마존 독자 리뷰’가 있다.

대단한 책이다. 이것에는 아이들이 직접 그린 멋진 그림도 담겨 있다. 사람을 물리게 하는 감상주의 같은 건 없다. 숲에 정착하는 과정·새 친구들·엄마의 재혼·사자이야기 등이 들어있다. 단순히 독특하고 재능 있는 가족의 이야기이거나 사자에 관련한 찬미나 사자를 보호하자는 호소문이 아니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자연과 우리와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가. 삶이란 무엇인가 등에 관련한 책이다. 이에서는 사람과 동물과의 관계뿐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관계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아이들과 부모 사이의 사랑과 사랑의 신뢰가 책 장마다 빛난다. (표지 후면)

언뜻 보기엔 전체가 사자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을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시사한다. 사랑과 신뢰가 핵심인 것 같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이들 두 가지로 모인다는 느낌이 지배적이다.

세가지 거리 이야기가 생각난다.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목에서 머리 끝까지의 30cm라고 한다. 생각을 바꾸기는 매우 어렵다는 의미다. 다음으로 먼 거리는 머리에서 가슴까지라고 한다. 변화시킨 생각을 직접 느껴보는 것도 녹록치 않다는 얘기다. 셋째로 먼 거리는 가슴에서 손까지라고 한다. 가슴으로 느꼈던 것을 손으로 실천에 옮기기이다.

겨우내 움츠리고 있으면서 딱딱해진 고정관념 한 가닥 끊어 버린다. 이어서 긴 숨 한번 내쉬며 평소 자신이 가고 싶던 곳으로 잠깐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소극적이면서 변화를 가장 싫어하던 트래버스가, 맹수가 으르렁대는 애생에서 현장을 보고하는 듬직한 형·오빠로 바뀐 것처럼 자신의 인생이 바뀔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덧붙이는 글 | <오카방고의 숲속학교>(트래버스/앵거스/메이지/오클리 지음, 홍한별 옮김, 갈라파고스, 2005). 리더스 가이드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오카방고의 숲속학교

트래버스 외 지음, 홍한별 옮김, 갈라파고스(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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