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2일 국회 본회의장은 민주노동당의 토론장이었다. 그동안 소수정당의 한계로 원내에서 제대로 발언권을 얻지 못했던 민주노동당 의원 10명 중 8명이 이날 반대토론에 나서며 본회의장을 발언대로 적극 활용했다.
민주노동당이 반대토론 한 법안은 ▲증권관련집단소송법 개정안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유치지역지원 특별법 ▲양곡관리법 개정안 ▲쌀소득보전기금법 개정안 ▲한국투자공사법 등 5개 법안이다. 민주노동당은 행정수도특별법이 상정되면 이에 대해서도 반대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이 중 민주노동당이 가장 공을 들인 반대토론은 양곡관리법과 쌀소득보전기금법 개정안. 이날 본회의에서 민주노동당은 '민주농민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현직 농사꾼인 강기갑·현애자 의원뿐 아니라 권영길·최순영 의원도 농업분야 반대토론에 가세했다.
민주노동당? 민주농민당!! 농업분야 반대토론에 4명 투입
특히 강기갑 의원은 앞서 다른 의원들의 반대토론이 5분으로 엄격히 제한되자 회의 도중 자리에서 일어나 박희태 부의장에게 "5분 이상 반대토론을 하게 해달라"고 요구하며 마지막 기회인 반대토론에 조바심을 내기도 했다.
박 부의장은 "원내대표끼리 (5분으로) 합의된 것"이라고 답했지만 강 의원은 "교섭단체끼리만 합의했다"고 맞받아치면서 "이렇게 많은 법을 올려놓고 토론을 충분히 안 하면 졸속처리"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의석에서도 "8개씩 일괄상정하는 건 날치기"라는 호응이 나왔다.
강 의원의 우려와 달리 이후 사회자로 교체된 김덕규 부의장은 반대토론을 엄격히 제한하지 않았다. 반대토론에서 강 의원은 "정부가 (아직 처리도 되지 않은) 국회 비준안 통과를 전제로 쌀값을 점진적으로 떨어뜨릴 방안을 찾고 있다"며 "WTO에서도 앞으로 3년 정도 추곡수매 가격이 줄어들지 않는 발언을 했기 때문에 쌀소득 직불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를 해도 늦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제 심정 같았으면 단상과 의장석을 점거해서 봉을 잡고 몸부림을 치고 싶지만 국회에서 싸움질하지 말라는 국민들의 강력한 호소 때문에 그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자신의 심경을 호소했다.
애타는 강기갑 "심정 같았으면 점거했을텐데"
이에 앞서 노회찬 의원은 분식회계 해소를 2년 유예하는 증권관련 집단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일부 부도덕한 기업인과 정치인들의 이득만 2년간 늘어날 것"이라며 "애초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열린우리당 김부겸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1년만 유예하면 된다'고 통과시키고 나서 왜 다시 뜯어고치냐"고 비판했다.
또한 조승수 의원은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유치지역지원 특별법에 대해 "방폐장 문제를 돈 문제로 접근하려는 정책이어서 결과적으로 안전성 문제는 밀려나게 될 것"이라며 "중저준위 핵폐기물 처리에 3000억원을 지원하면 이후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는 어떤 재원으로 대처할 계획이냐"고 추궁했다.
이어 심상정 의원은 한국투자공사법에 반대하며 "정부는 한국투자공사를 설립해서 외환보유고 여유금과 연기금을 동원하고 국제투기시장에서 높은 수익을 올리겠다고 하지만 이에 앞서 외환보유고 적정수준, 수익에 대한 위험부담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심 의원은 "외국 자산운용사를 끌어들여 금융산업의 인프라를 구축하면 결과적으로 외국자본의 도우미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양곡관리법, '반대·기권' 100표 얻어... "토론 많다" 불평도
그러나 이날 민주노동당의 반대토론 전략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반응은 싸늘한 편이었다. 농업분야 반대토론이 이어지자 본회의장에는 "왜 이렇게 많냐" "밤늦게 반대토론을 한다" 등의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결국 민주노동당이 반대토론을 벌인 5개 법안들은 모두 소수의석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이날 민주노동당이 가장 집중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반대(82)와 기권(21)이 100표 넘게 나왔지만 찬성(126)표와 20여표 차이를 보인 채 가결됐다. 쌀소득보전기금법 개정안 역시 '찬성 164 반대 55명 기권 15명'으로 가결됐다.
또한 한국투자공사법안은 '찬성 242명 반대 7명 기권 3명', 증권관련집단소송법 개정안은 '찬성 201명 반대 42명 기권 11명' 등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됐고,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유치지역지원 특별법 역시 '찬성 140 반대 21 기권 9'로 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