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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23일 오후 비정규직 법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회의실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2월 임시국회에서 민주노동당의 가장 두드러진 활동은 비정규직 투쟁이었다.

지난 2월 23일과 24일 민주노동당 의원과 보좌진은 모두 소속 상임위 일정을 포기하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회의실에 들어가 비정규직 관련법안 처리를 막았다. 이같은 집단행동은 민주노동당 최초의 물리력 행사였지만, 몸싸움은 물론 막말과 고성도 없었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비정규직 처리 과정에서 당사자인 노동계와의 대화가 부족했다"며 설전을 벌였고, 이틀만에 법안 처리 연기를 합의했다.

"4월에는 지금 메커니즘 안통한다"

비정규직 법안처리를 합의하면서 민주노동당은 일단 "4월 법안 심의에 반대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정했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4월 처리에 뜻을 모았다. 우선 급한 불은 껐지만, 두달 뒤 다시 한번 비정규직 법안을 둘러싼 갈등이 불가피한 셈이다.

게다가 이미 두차례 법안처리가 연기된 상황이어서 4월에는 "논의가 부족하다"는 민주노동당과 노동계의 논리도 명분이 약해진다. 이번 2월 처리 연기 과정에서도 열린우리당 환노위원들은 "지난해 한차례 법안을 연기했는데 얼마나 더 논의를 해야 충분하냐"고 반발했다.

이 때문에 민주노동당 의원과 당직자들은 2월 처리 연기의 성과보다는 앞으로 남은 숙제를 더 강조한다.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은 "일단 2월 심의가 유보된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이번 연기가) 충분한 대화를 하고 이후 문제점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가 아니고 단순히 기한을 늘리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심상정 의원단수석부대표 역시 "4월 처리에 대비해 당이 정치적인 대화에 나서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문명학 기획조정실장은 "비정규직 법안이 4월에 다시 올라오면 더이상 지금 메커니즘으로는 (투쟁을) 전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 실장은 "국가보안법처럼 명쾌한 문제라면 몰라도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민들은 의사진행을 방해하면서까지 법안처리를 막는 것을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당적 대응 부족... 투쟁을 했는지조차 모르겠다"

▲ 지난해 11월 26일 낮 비정규직 노동자 4명이 국회도서관 증축공사장 타워크레인에 올라가서 농성을 벌이는 가운데 현장을 방문한 민주노동당 최순영, 단병호, 조승수, 이영순 의원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타워 크레인을 올려다 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민주노동당 내에서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고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난 19일 중앙위원회에서는 사업평가에 "비정규직 개악안을 유보하는데 그쳤으며 투쟁기구조차 설치하지 못했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수정안이 통과됐고, 대의원대회에서 이 내용이 바뀌지 않았다.

단병호 의원은 당의 비정규직 투쟁에 대해 "대의원대회에서 나온 평가로 하면 될 것 같다"며 "비정규직 법안의 2월 처리가 충분히 예견됐는데도 전당적인 대응이 부족했고, 결국 대중적 실천이 아닌 의회 내 10명만의 저지로 상황에 대처했다"고 말했다.

김윤철 진보정치연구소 기획실장은 "주변의 비정규직 당사자들은 '투쟁을 했는지조차 모르겠다'고 한다"며 "법안 저지 전에는 도대체 뭘 했냐"며 당의 비정규직 투쟁을 비판했다. 김 실장은 "철폐운동본부 설치 외에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 프로그램이 전혀 드러나지도 않고 있고 중장기적 관점도 부재하다"며 "정규직 중심 마인드가 남아 비정규직 문제를 정치적으로 수용하는데 머뭇거리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용식 노동담당 최고위원은 "노동위원회 담당이 한 명인 것이 당의 현실이고 아직 부족하다는 비판에는 이의가 없다"면서도 "비정규직 집회에 당원을 조직하고 당의 총진군대회도 비정규직 투쟁을 엄호하는 사업방식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후 공청회, 지역집회, 민주노총과의 정례협의회 통해 확실한 저항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비정규직이 조직화되지 않다보니 현장에서의 대중적인 기획이 부족하고 호소력있는 사업도 부족하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정규직화 로드맵 제시해 '저지'에서 '대안'으로

민주노동당은 이후 비정규직 문제의 여론화를 통해 정치권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한 로드맵을 만들어 '법안 저지'가 아닌 '대안 제시'로 국면을 돌파한다는 방침이다.

심상정 수석부대표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 프로그램을 시급히 만들어서 정치적인 대화에 나서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번 비정규직 법안의 쟁점인 파견제 확대, 임금차별 문제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비정규직을 줄이면서 동일임금 동일노동을 보장할 수 있는 연도별 계획과 재원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김윤철 실장은 "비정규직을 악용하는 기업을 사회적으로 고발하면서 정부 입법안을 좁히는 방식으로 운동의 자원을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와 입장이 다른 열린우리당 의원들이나 비정규직과 이해 관계를 함께 하는 일부 의원들과 '개혁 블록'을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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