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으로 들어가는 비양도행 도선이 한림항에서 출발한 지 불과 20분만에 비양도의 압개포구에 닿았습니다.
골목골목마다 특이하게도 리어카가 많아서 그 사연을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더니, 비양도에는 차가 한 대도 없어서 리어카가 유일한 운송수단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바닷길에는 개인이 소유한 40여 척의 고깃배가 교통수단으로 한림까지 다녀오기도 한다고 합니다.
기록에 의하면 비양도는 1007년인 고려시대에 화산폭발로 바다 위에 불쑥 솟아올랐다고 하나, 얼마 전에 이곳 화산섬에서 4000년 전 토기가 발견되어 정확한 섬의 역사를 짐작하기는 어렵습니다.
선착장에서 오른쪽으로 섬 일주여행을 시작하면 한림초등학교 비양분교가 보이고, 그곳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습니다.
이곳을 지나 조금 걷다보면 섬 안에 특이한 넓은 연못이 있는데, 이곳은 짠 바닷물과 산에서 흐르는 냇물이 섞인 반담수로 특이한 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학술적 가치가 있어 보이는 이곳은 섬에서 섬을 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합니다.
길을 따라 또 걷기 시작해서 5분쯤 지날 무렵 갓난아기를 등에 업고 바닷가를 응시하는 여인의 형상을 한, 일명 '애기 업은 돌'이라는 기암을 발견하게 됩니다. 바닷가 한가운데 떠 있는 이 기암뿐 아니라 비양섬에는 아기 코끼리 모양의 '코끼리 바위'도 있습니다.
한여름에는 이곳에서 수영도 한다고 하는데 겨울이라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대신 겨울에만 볼 수 있는 억새의 들판을 볼 수 있습니다. 바람 따라 흔들리는 억새는 우리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비양도는 주민이 80여명 정도 되는 작은 섬으로, 섬 주변을 한 바퀴 도는 거리는 대략 3.6km입니다. 천천히 걸으며 산책하기에는 안성맞춤인 곳이었습니다. 비양도는 2001년 봄, 일주도로가 완공되어 트레킹이나 자전거 하이킹도 즐길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일주도로를 따라 비양봉의 등산로 입구, 해녀 작업장을 거쳐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데 걸린 시간은 쉬며 놀며 걸어도 2시간 남짓입니다. 아직 돌아가는 배를 타기에는 많은 시간이 남아 있었음으로 이 섬의 정상까지 오르기로 하였습니다.
제일 높은 비양봉 정상에 1천년 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3개의 분구가 남아 있다고 해서 얼른 오르고 싶었지만, 오르면서 보이는 풍광이 너무 아름다워 자꾸 발길을 멈추게 됩니다. 마음 속 온갓 잡념이 다 사라지고 마음이 풀려서 오르는 내내 상쾌한 기분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정상에 도착해서 보니, 정상 한쪽에 마련된 직경 5m짜리 무인등대가 비양봉의 멋을 더하였습니다. 다만 송이(붉은 화산재)로 된 분화구가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는 듯 많이 부서져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비양도에서는 시간이 아주 천천히 흐른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래서 여유를 가지고 쉬고 싶을 때 꼭 한 번 찾아가볼 만한 좋은 곳입니다. 주민들이 운영하는 민박과 식당이 있어 숙식도 가능하다고 하니 쉬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할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