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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원
ⓒ 이기원
ⓒ 이기원
그렇다고 녀석을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어 날씨가 특별하게 춥지 않으면 억지로라도 밖으로 데리고 나갑니다. 처음에는 가까운 종합운동장으로 가서 트랙을 돌았습니다. 준수는 동생 광수와 함께 걷는 걸 좋아합니다. 며칠 종합운동장에서 걷기 운동을 하던 준수는 실증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단조롭게 운동장을 도는 일이 너무 재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등산로를 찾았습니다. 급경사가 많지 않은 야트막한 산입니다. 그래도 산은 산인지라 처음 준수를 데리고 갈 때는 걱정이 되어 준수 곁에 꼭 붙어서 걸었습니다. 내리막길에서 미끄러지기도 하고 오르막길에서 균형을 제대로 잡지 못해 휘청대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쏟아지는 오줌을 참지 못해 얼굴을 붉힙니다. 그래도 주저앉지 않고 걷는 녀석이 대견하기만 합니다.

ⓒ 이기원
ⓒ 이기원
눈이 내리거나 날씨가 추울 때에는 계단을 이용해서 운동을 시킵니다. 준수와 함께 아파트 층계를 걸어다니던 게 습관이 되어 이제는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으로 올라올 때도 많습니다. 가끔은 준수가 혼자 내려갔다 올라오기도 합니다.

걷다가 문득 뛰고 싶어 힘을 쓰고 폼을 잡아보지만 아직은 어렵기만 합니다. 그래도 한걸음 두걸음 자꾸자꾸 걷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뜀박질이 가능할 거란 희망을 가지고 준수 곁에서 함께 걷겠습니다. 휠체어를 밀어내고 일어서 걷던 날의 눈부신 감격처럼 다가올 그날을 위해 꿈을 간직하고 봄을 맞을 예정입니다.

덧붙이는 글 | 제 홈페이지 http://www.giweon.com 에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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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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