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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함박 눈
ⓒ 강석인

3월 5일 토요일 오후 부산에는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눈 구경하기 힘든 부산 사람들은 겨울이 되면 멀리 중부지방 설산을 다녀오곤 했습니다. 우수와 경칩이 지나면 대동강 물도 풀린다며 봄을 예고하는 절기에 웬 날벼락인지. 밤이 되며 눈송이가 더 커지면서 승용차와 화단 동백나무 위에 수북수북 쌓여만 갑니다. 외출을 포기 하고 차를 돌려 가던 길을 되돌아 와 차를 주차시켰습니다.

▲ 거실서 본 엄광산
ⓒ 강석인

아침에 일어나니 베란다 너머 엄광산은 설산으로 변해 있습니다. 고원견산이 엄광산으로 개명된 지도 10여 년이 되었나 봅니다. 일제 강점기 일본인이 이 산에 올라 일본을 바라보면서 고원견산(高遠見山)으로 지명을 붙였다 하여 개명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옥상서 본 엄광산
ⓒ 강석인

옥상에는 눈이 쌓여 무릎까지 빠지고 난간에도 수북이 쌓였습니다. ㄷ아파트는 엄광산 자락에 파묻혀 이국의 정취를 자아냅니다. 아파트 진입로가 좁고 가파른데다가 저렇게 눈이 많이 내렸으니 주민들은 꼼짝없이 고립되었을 것입니다.

▲ 옥상서 내려다 본 주차장
ⓒ 강석인

아래를 내려다보니 주차된 차량은 어느 차가 어느 차인지 분별할 수 없고 수북하게 쌓인 눈들로 인해 차의 윤곽만 보입니다. 관리소 직원들이 길은 터놓아 바쁜 주민들을 배려하고 있습니다. 일요일이라 다행입니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집안에서 쉬고 바쁜 용무가 있는 주민들만 등산화를 신고 외출을 합니다.

▲ 눈사람과 아이들
ⓒ 강석인

아침 식사를 마치고 아이젠, 스팻, 장갑 등 복장을 단단히 하고 눈치우려 갑니다. 아이들은 벌써 눈사람을 만들고 카메라폰 앞에서 포즈를 취합니다. 애완견도 신이 나 종종 걸음으로 주인을 따릅니다. 눈 치우는 어른과 눈 장난하는 아이들이 한데 어우러집니다.

▲ 우먼 파워
ⓒ 강석인

처음으로 아파트 주민들의 자발적인 공동 제설작업이 이루어 졌습니다. 폭설이 내린 탓이죠. 00호 김 선생님도 눈을 퍼 나르고, 00부동산 박씨도 열심히 삽질을 합니다. 아내는 우리 차 앞 눈을 치우다 말고 옆집 차 앞에 쌓인 눈만 퍼 나릅니다. 우리 차 앞만 깨끗하게 치워 놓으면 옆집에 욕먹는다고 옆집 차 앞부터 치웁니다.

▲ 아이도 한 삽
ⓒ 강석인

00호 꼬마 녀석도 화분용 삽으로 거듭니다. 꼬마 엄마는 종일 눈을 치웁니다. 주민들은 땀을 훔치다 말고 군대 시절 전방에서 눈 치우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삽이 모자라 서로 삽을 달라며 눈 치우는 일을 자원합니다. 남이 시켜 하는 일과 스스로 하는 일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알 수 있을 것 갔습니다. 군대간 아들을 생각하며 열심히 눈을 치웁니다.

▲ 백설과 동백꽃
ⓒ 강석인

화단에 동백은 힘겨워 축 처져 있습니다. 일찍 피어난 동백 꽃잎이 눈 구경 나와 추위를 타고 있습니다. 예로부터 선조들은 눈을 길조로 여겨 폭설이 내려도 마다하지 않았다 합니다. 3월에 내린 폭설만큼 올해는 행운을 듬뿍 가져와 모든 일이 잘 풀려 나가길 기원해 봅니다.

덧붙이는 글 |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바다산골"(http://sum.freechal.com/badasangol)에 오시면 더 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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