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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임도 지나 가파른 오름
ⓒ 강석인
지난 6일 일요일 오후에는 뒷산 엄광산에 올랐습니다(저는 부산 진구 가야동에서 삽니다). 엄광산 산허리쯤에 있는 소방도로에 도착하니 등줄기에 땀이 솟아납니다. 산길은 부지런한 사람들의 발길로 잘 러셀되어 있습니다. 홀로 또는 가족 단위 삼삼오오 눈길을 걸으며 설경을 즐기고 있습니다.

가파른 오름에 무릎까지 빠지며 점점 힘들어집니다. 숨이 턱까지 가파오는데 아내는 “배낭에 노루 먹이 가져와 뿌려 줄걸”하며 노루 먹이 걱정입니다. 가끔 한밤중에 노루 울음이 들리고 언젠가 먹이 찾으려 아파트에 내려온 노루가 테니스코트에 떨어져 다리가 부러진 적이 있었습니다.

▲ 늘어진 소나무
ⓒ 강석인
소나무는 눈 무게를 이지 못해 가지가 땅에 닿도록 늘어져 있습니다. 오후가 되면서 활엽수 가지에 쌓인 눈은 녹고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두두둑! 스르륵~ 굵은 물방울이 떨어지다 갑자기 눈덩이가 나무 위에서 쏟아집니다.

▲ 저 멀리 백양산이
ⓒ 강석인
중턱에 올라 소나무 가지 사이로 맞은 편 백양산을 바라봅니다. 즐비한 아파트군 뒤로 백양산도 하얗게 변해 있습니다. 어디서 날아 왔는지 헬기가 굉음을 울리며 동서고가로와 백양산 주변을 몇 차례 선회하다 어디론가 날아가 버립니다. 고가로와 시내 중심도로는 눈이 녹아 차량 소통에는 문제가 없는 듯 보입니다.

▲ 김해평야와 낙동강
ⓒ 강석인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낙동강과 김해평야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굽이쳐 돌아가는 낙동강을 하얀 벌판이 호위를 하고 설원은 끈 없이 펼쳐집니다. 사상공단 지역 평소 시커멓고 뿌연 건물들도 온통 하얗게 변해 있습니다. 부산 산업의 중심지였는데 산업체가 강서 공단지역으로 많이 이주하여 그 역할을 상실해 갑니다.

▲ 부산 앞바다
ⓒ 강석인
정상 부근에 서니 시야가 툭 트입니다. 부산항과 광안대교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집니다. 이 산을 일본인이 고원견산으로 명명했던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구덕운동과 동의대 운동장엔 하얀 천을 깔아 놓은 듯 아직도 눈이 두껍게 쌓여 있습니다.

▲ 눈 위에 누워
ⓒ 강석인
순백의 세상에 낭만이 동했는지 아내는 벌렁 눈 위에 드러눕고 맙니다. 영화 한장면의 주인공 흉내를 내려는 것인지…. “군대 간 아들 생각 좀 해라”고 했더니 벌떡 일어나며 “우리 애 눈 치운다고 얼마나 고생 많겠나?”며 태도가 돌변합니다.

▲ 도심 속 순백
ⓒ 강석인
서산에 기우는 해가 나무 그림자를 순백의 설원에 길게 드리웁니다. 비단이 곱다 해도 무명천이 아무리 희다 해도 이렇게 희고 고울 수 있겠나…. 이번에 내린 폭설이 곧 돋아날 생명체에 밑거름되어 건강한 세상을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덧붙이는 글 | 건강한 삶을 추구하며 실천하는 동호인들의 "바다산골"(http://sum.freechal.com/badasangol)에 오시면 더 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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