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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수와 경칩이 지나서인지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나는 무심코 창밖을 보다가 매화에 눈길이 멈추었습니다. 나는 매화를 자세히 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창원에서 매화가 첫 꽃망울을 터트린 것은 2월 중순께입니다. 그래서인지 흐드러지게 핀 꽃들 가운데 시든 것들이 보이기도 합니다. 꿀벌들은 그런 매화 사이를 윙윙거리며 날아다닙니다.
봄바람이 살랑거리며 매화나무를 흔들자, 꿀벌들은 동시에 날아오릅니다. 그 중 부지런한 몇 마리는 이미 발에 꽃가루를 잔뜩 발라 놓았습니다. 꿀벌들을 가만히 보니 크기나 모습이 제각각입니다.
그러던 중 매화꽃 뒤에 시커먼 물체가 숨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내가 카메라를 들이대자 그 물체는 ‘붕’하며 날아올랐습니다. 그것은 바로 왕쉬파리였습니다. 똥 위에 앉아 있어야 할 놈이 하얀 매화 위에 앉아 있는 것을 보니 영 낯설고 어색합니다.
왕쉬파리는 너무 조심스러워 바람이 조금 불거나 꿀벌이 윙윙거리면, 재빨리 자리를 피합니다. 왕쉬파리가 매화에 어떤 해를 끼치는지 모르지만 그 모습을 한참 보고 있으니 어색하지 않습니다.
매화꽃 위엔 또 다른 종류의 곤충이 날개를 파르르 떨며 떠있었습니다. 그것은 꽃등에였습니다. 꽃등에와 꽃파리가 매화꽃 주위를 쉴 사이 없이 움직이는 것을 보니 그들도 꽃을 수분시키는데 나름대로의 역할이 있는 모양입니다.
꽃등에는 작고 앙증스러웠으며 이상하게도 시든 꽃을 좋아하는지 매번 시든 꽃 근처에서만 보입니다. 그러다 꿀벌무리가 윙윙거리며 다가오면 자리를 옮깁니다. 등에와 파리가 자리를 옮기며 “꽃들이 모두 너희들 것은 결코 아니야!”라고 울부짖는 것 같습니다.
며칠만 지나면 목련과 벚꽃, 개나리가 야단스럽게 피어나겠지요. 나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쏴’뚫립니다. 내가 가지고 있던 꽃에 대한 갈증도 해소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