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검사만 가능? 기득권 지키려는 것"

사회

"판검사만 가능? 기득권 지키려는 것"

헌재법 개정안 발의한 문석호 의원, 김영일 재판관 발언에 '발끈'

05.03.11 15:17l최종 업데이트 05.03.11 19:14l

김병기(minif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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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검사만이 할 수 있다? 기득권 지키겠다는 것"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발의한 문석호 의원, 김 재판관 발언 성토



▲ 문석호 의원

김영일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11일 퇴임식에서 헌재 재판관 구성 다양화를 골자로 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면서 반대입장을 밝히자 이 법의 개정안을 발의했던 문석호 열린우리당 의원은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논리'라면서 발끈하고 나섰다.

문 의원은 특히 김 재판관이 수도이전 특별법 위헌 결정을 비판했던 정치권을 향해 '헌재를 폄하한 사람들'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서 "너무 독선적이고, 국민 비판을 우습게 보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의원은 11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헌법재판관 구성을 다양화 해야 한다는 취지는 김 재판관의 비판처럼 일반인들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면서 "법조인 내지 법학교수 중에 임명하자는 취지이다, 따라서 김 재판관의 비판은 사실왜곡이다"라고 반박했다.

문 의원은 또 "법학교수 자원도 충분하고, 연간 1000여명의 변호사가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변호사 출신의 헌법재판관 임명도 문제될 것이 없다"면서 "김 재판관의 말은 과거처럼 판검사 등 현직에 있던 사람만이 재판관에 임명되어야 하겠다는 것으로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논리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문 의원은 "헌법재판소는 헌법기관이기 때문에 그 결정이 존중받아야 하지만 재판관도 인간이기 때문에 오류가 있을 수 있고, 잘못된 재판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비판받을 수 있다"면서 "헌재 결정에 대한 다른 견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독선적인 태도이며 일부 국민들의 비판을 우습게 보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문 의원은 마지막으로 "민주화가 이뤄지면서 다양한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헌법재판관에 임명되어야 한다"면서 "그래야만 시대정신을 구현하고, 민의를 반영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 김병기 기자

김영일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11일 정년퇴임을 하면서 수도이전 특별법 위헌 결정을 비판했던 여권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또 여권 일각에서 추진되고 있는 헌법재판관의 구성 변화문제와 관련해서도 '법률가만이 할 수 있다'고 쐐기를 박았다.

이날 퇴임식은 오전 11시 헌법재판소 강당에서 200여명의 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김 재판관은 "헌재가 판결이 아닌 정치적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말하는 등 헌재의 결정을 폄하하는 의견이 많지만 나는 이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포문을 열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또 연합뉴스는 "김 재판관은 '헌재 재판관들을 사회 각기 영역의 사람들로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것도 잘못된 생각이다'라며 열린우리당 문석호 의원 등이 작년 11월 발의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김 재판관은 또 "지난해 헌재가 내린 중요한 결정들을 폄하한 지각없는 행위를 한 사람들이 있다"며 "이들이 진정 나라를 위하고 헌법을 수호하며 국민 의지를 대변하는 사람들인지 대단히 의심된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연합>이 보도한 김 재판관의 퇴임식 요지를 옮겨 적으면 다음과 같다.

"법의 고유 의미를 찾고 헌법정신을 해석하는 작업은 오랜 세월 법을 해석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며 흔들림 없이 헌법정신을 찾아온 법률가만이 할 수 있으며, 법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이 대신할 수는 없다.(중략)

헌법재판관이 정치적 감각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정치적 감각은 헌법을 해석하는데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그 범위를 넘어 헌재가 결정을 내리는데까지 나가서는 안된다.(중략)

정치적 감각이 어느 정치적 행태의 뒷받침으로 작용한다면 이는 헌정질서 이완으로 이어지고 결국 헌재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국민의 기본권은 헌법의 장식물에 지나지 않게 된다.(중략)

지난해 헌재가 내린 중요한 결정들을 폄하한 지각없는 행위를 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진정 나라를 위하고 헌법을 수호하며 국민 의지를 대변하는 사람들인지 대단히 의심된다.(중략)

우리도 우리가 내린 결정에 대해 국민들에게 유연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제 무거운 짐을 벗고 물러나지만 미더운 동료 재판관들이 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