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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생활하다 보면 이런 신들의 그림을 자주 보게 됩니다.
제가 찾은 곳은 동대문 근처에 있는 ‘강가저무나’ 라는 인도 식당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곳인데 서울 곳곳에 체인점을 운영하며 다른 인도식당보다 훨씬 인도와 비슷하고 음식도 인도에서 먹던 것과 거의 비슷합니다.
인도식당에서의 식사는 서양과 비슷하게 애피타이저와 간단한 스낵과 스프로 시작됩니다. 그리고 몇 가지 ‘커리’와 ‘로띠’ 또는 ‘난’ 등으로 불리는 밀가루로 만들어 화덕에 구운 담백한 빵, 밥 등을 먹은 후 차나 요구르트 등의 음료를 디저트 삼아 먹게 됩니다(이런 식사는 중산층 기준입니다. 실제로 인도배낭여행에서 만나는 많은 인도 사람들에게는 아주 호사스러운 식사입니다).
물론 인도음식을 처음 접하는 분들은 주문 받는 점원에게 추천을 부탁해도 좋습니다.
그럼 오늘의 메뉴를 소개합니다.
저는 먼저 애피타이저로 사모사를 주문했습니다. 사모사는 인도식 만두인데 만두소로 각종 향신료로 맛을 낸 삶은 감자를 넣어 튀겨 만든 스낵입니다. 인도에서는 아주 대중적으로 많이 먹는 음식이기도 합니다. 여행을 다니다보면 양동이 같은데 한 가득 담은 사모사 장수가 ‘가람 사모사’(가람은 따뜻하다는 뜻입니다)를 외치고 다닌답니다.
여기에서 맛 본 ‘사모사’는 인도에서 먹었던 것보다 훨씬 맵습니다.
한 접시에 세 개가 나오지만 양이 적은 분은 이것만 먹어도 배가 부를 것 같군요. 함께 나온 갈색 소스에 찍어서 먹으면 됩니다.
다음 음식은 마살라 도사입니다.
'마살라'는 향신료를 통칭하는 말이고 '도사' 쌀가루 반죽을 팬에 얇게 부친 전병을 말합니다.
남인도 음식이지만 인도를 대표하는 스낵으로 인도 어느 곳에서나 먹을 수 있습니다. 도사 안에는 사모사의 속과 같이 향신료로 맛을 낸 삶은 감자가 들어 있습니다. 함께 나오는 흰색과 초록색 소스는 각각 땅콩과 고수를 갈아서 만든 것으로 '처트니'라고 부릅니다. 또 하나 마살라 도사와 잘 어울리는 '쌈바'라는 소스가 함께 나옵니다. '쌈바'는 렌즈콩(lentil)과 토마토, 각종 향신료 등으로 만든 소스로 인도식 정식인 '탈리'에도 항상 빠지지 않는 소스입니다.
그런데 오늘의 마살라 도사는 주방장님이 실수하신 것 같습니다. 도사는 바삭바삭한 스낵같이 되어야 하는데 팬이 덜 달궈졌는지 기름이 많았는지 도사가 처져 버렸네요.
하지만 음식을 앞에 두고 얼굴 붉히기도 싫고 또 보기에만 좀 그렇지 맛은 좋으니 참을 만 합니다.
기다리던 오늘의 메인요리인 치킨티카 마살라가 나왔습니다.
향신료로 양념한 뼈 없는 닭고기를 커리와 토마토소스, 마살라를 넣고 걸쭉하게 만든 음식으로 인도에서도 많이 먹었던 음식입니다.
이런 종류의 요리는 빵이나 밥과 함께 먹게 되는데 북인도에선 주로 위에서 설명한 ‘로띠’나 ‘난’과 함께 먹고 남인도에서는 밥과 함께 먹습니다.
오늘 저는 난을 주문했습니다. 밀가루에 소금간만 한 뒤 반죽해 넓게 편 다음 한쪽 끝을 길게 늘어뜨려 굽는 '난'은 맛이 담백해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고 맛있습니다.
인도식 식사법의 가장 큰 특징은 손으로 먹는다는 점입니다. 비위생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인도사람들 입장에선 입속에 들어갔던 숟가락으로 여러 사람이 먹는 찌개를 떠먹는 것이 더 비위생적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요.
어느 나라 음식이건 그 나라사람들과 똑같은 방법으로 먹는 것이 그 음식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일 것입니다. 그래서 저도 나오는 음식들을 인도 사람처럼 손에 묻혀가며 먹어보렵니다.
‘난’을 적당한 크기로 떼어내서 소스를 묻히거나 건더기를 싸서 먹으면 됩니다.
인도사람들은 혀끝 뿐만 아니라 손끝으로도 맛을 느낀다는군요. 먹는 즐거움이 또 하나 늘어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모두 식사를 끝내니 서비스라며 '짜이'를 내옵니다. 주문받는 분과 잠깐 이야기를 나눴는데 인도에서 잠깐 살았다고 하니 반가웠던 모양인가 봅니다. 정(情)이라는 건 어느 나라 사람이건 갖고 있는 정서인가 봅니다.
'짜이'는 홍차에 진한 버펄로 우유와 꽤 많은 양의 설탕, 생강 썬 것 등을 넣고 만드는 인도의 대중적인 음료입니다.
인도사람들은 이것을 하루에 서너 번 정도 꼭 마십니다. 심지어 구걸을 하며 사는 거지들도 아침이면 이것을 마시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됩니다.
이곳에서 나오는 ‘짜이’는 인도의 고급 레스토랑 스타일의 ‘짜이’입니다. 인도에서는 이렇게 예쁜 잔이 아니라 더러운 물에 대충 헹궈 곳곳에 금간 작은 유리잔이나 흙으로 빚은 친환경 일회용 컵에 먹게 됩니다. 요즘은 플라스틱 컵도 많이 사용하더군요.
이 식당에서는 늘 인도영화나 뮤직비디오를 틀어줍니다. 그래서 정말 인도에 온 기분이 들게 합니다. 실제로 올 때마다 늘 한두 테이블은 인도나 네팔 출신 사람들이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늘 비슷한 메뉴로 하는 외식에 변화를 주고 싶다면 한 번쯤 인도음식을 접하시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또 인도가 그리우신 분이라면 인도음식을 먹으며 그리운 마음을 달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적어도 오늘 저는 그랬거든요.
덧붙이는 글 | 소개된 음식 말고도 감자와 컬리플라워로 만든 "알루 고비"나 요구르트에 재워서 화덕에 굽는 "탄두리 치킨", 과일과 요구르트를 함께 갈아서 만드는 "라시"를 추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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