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주체육계 인사들이 특정후보를 겨냥해 '오라회'(吾羅會)라는 사조직을 구성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제주체육회 회장이 정관상 제주도지사로 있어 현직 김태환 도지사의 사조직 개입 및 묵인 여부에도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제주도 체육계 인사 40여명으로 구성된 오라회는 지난 1월 25일 제주시 소재 로얄호텔에서 오라회 단합대회를 개최, 제주체육 진흥에 기여한다는 취지의 공식 출범 행사를 가졌다.
그러나 공개된 '오라회 조직 및 활동'이라는 문건에 따르면 '체육인을 중심으로 2000인 이상 지지자 규합->2006년 6월 필승 선도 역할 수행'이라고 명기돼 지방선거를 겨냥한 사조직 운영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문건을 확인한 결과 '2005년 하계수련회를 계기로 2006년 2월부터 외부 사무실을 임차해 본격적인 캠프를 운영, (2006.06) 지원활동을 본격화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어 선거용 조직 운영 배경을 뒷받침하고 있다.
제주도체육회 사무처장... "개인적으로 한 일, 회원들에게 면목없어"
오라회 초대 회장을 맡은 양 아무개(H 기업 대표이사)씨는 오라회 결성 취지에 대해 "생활체육이 많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위축된 엘리트 체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코치와 감독 등이 모인 사적 모임"이라며 "제주체육발전을 위해 전문 체육인들이 모여 연구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양씨는 이어 "이번 공개된 문건은 본 적이 없고 모임의 상임부회장을 맡고 있는 체육회 사무처장이 개인적으로 자기의 구상을 작성해 놓은 것 같다"고 선거용 조직에 대한 의혹을 일축했다.
이런 가운데 오라회 상임부회장을 맡은 제주도체육회 신석종 사무처장은 14일 오전 제주도체육회 기자실을 찾아 "이 문건은 개인 생각으로 만들었을 뿐"이라며 애써 진화에 나섰다.
신 처장은 "사실 선생님들도 사조직을 만들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모임에 참석한 후배들에게 볼 면목이 없다"고 자신에게 화살을 돌렸지만 구체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응답을 회피, 의문을 사고 있다.
또 신영근 제주도체육회 상임부회장은 "체육회 임원이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은 계모임 같은 사조직으로 알고 있다"며 "아직 파악된 것이 별로 없어 더 이상 뭐라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체육계의 정치중립적인 차원에서 더 알아볼 것"이라는 답변에 그쳤다.
창립대회 당일 김태환 도지사 '참석', 현직 단체장 개입 및 묵인 의혹 '촉각'
그런데 지난 25일 회원 25명이 참석한 창립총회에서는 김태환 제주도지사가 참석해 격려사와 건배를 제의하고 약간의 식사까지 함께 했던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또 취재과정에서 입수한 '오라회 단합대회 진행 시나리오'에 따르면 '회원들은 현직 지사의 도정방침에 적극 찬성하고 일당백의 투지로 충성하겠다'는 마치 당대회를 방불케하는 내용이 적시돼 있어 의혹이 불거질 조짐이다.
제주도지사 한 측근은 "일단 행사장에 참석한 것은 맞지만 선거 준비를 위한 자리는 아니었다"며 관련 의혹을 일축했다.
이와 관련 경찰과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는 제주도체육계 '선거용 사조직' 파문과 관련해 수사에 들어갔다.
14일 제주지방경찰청은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주도체육계의 사조직 '오라회' 결성이 공직선거법에 위반하는지를 검토하는 한편 오라회 회장으로 알려진 양 아무개 회장과 도체육회 사무처장 등을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
경찰은 또 이들 참고인을 상대로 사조직 결성과 '오라회 조직 및 활동'이란 문건에서 선거를 암시적으로 표현, 문건을 작성한 경위와 배경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관련 보도가 잇따르자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이날 관련 성명을 내고 사법당국과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에 엄정 조사를 촉구했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체육계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결성한'오라회'의 조직 목적이 선거와 관련 지지자 규합과 동원 성격의 것이라면 이는 명백한 관련법 위반으로 엄단되어야 한다"며 "지난 1월 창립 행사에 현직 자치단체장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보도는 이번 파문의 정점에 현직 자치단체장이 직접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커 심각성이 더하다"고 밝혔다.
| | 체육회 종목별 임원·감독·코치·교사·카지노업계 등 총망라 | | | 오라회 조직 및 활동 문건 내용...내년 6월 캠프운영·조직확대 명시 | | | |
| | ▲ 오라회 조직 및 활동 내용이 담긴 문건 | ⓒ양김진웅 | | '오라회 조직 및 활동'이란 문건에는 조직의 명칭과 활동목표 및 방향을 담고 있다.
제주지역내 체육계 임원과 대학교수, 중.고교 교사와 학교 코치, 헬스관장, 카지노이사, 치과의사 등 각계 분야 44명 회원 명단도 포함돼 있다.
오라회는 이 문건에서 '지방선거'란 점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진 않았지만 '2006년 6월 필승선도 역할' '2006년 2월부터 외부사무실을 임차' '본격적인 캠프 운영' '(2006년 6월) 지원활동 본격화' 등이 명시돼 있어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한 체육계 내부의 사조직이란 점을 충분히 짐작케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활동목표에서는 '체육인을 중심으로 2000명 이상의 지지자를 규합해, 2006년 6월 필승의 선도역할을 수행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또 활동방침에서는 '매월 1회 월례회를 개최, 매월 활동상황을 회원->회장->조직으로 보고한다'는 내용을 비롯해 2006년 3월 이후 주례회를 개최, 활동상황을 점검하고 독려한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아울러 '회원 각자를 정점으로 한 조직 결성(50인 이상)관리', '기수별, 출신지별, 동창 관련 지지자 규합' '회원 가족 캠프 지원 활동(전화 홍보, 내방객 접대 등)' 등의 체계적인 방침과 함께 '2005년 하계수련회를 계기로 (2006. 06) 지원활동 본격화해 2006년. 02월부터 외부 사무실을 임차해 본격적인 캠프 운영'에 대한 내용도 명시돼 있어 지방선거를 겨냥한 사조직 캠프 운영을 암시하고 있다.
회원들의 참여 종목도 축구, 탁구, 레슬링, 보디빌딩, 유도, 배드민턴, 태권도, 수영, 역도 등 거의 전 종목을 망라하고 있다.
또 대학교수와 지방자치단체 감독까지 포함되는 등 지난 지방선거때 마다 일부 체육인들이 선거에 개입해 온 전례에 비춰 정치적인 중립을 촉구하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작 명시한 44명의 회원 중 상당수는 오라회 창립 취지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도종목으로 후원을 약속한 김 모 회원(치과의사)은 "당시 행사에 참석도 하지 않았을 뿐더러 후배들의 후원을 약속해 이름만 올려놓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라고 했을 뿐"이라며 선거용 사조직 의혹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대해 문건을 작성했다는 오라회 총무 양모씨는 "창립 행사장인 로얄호텔에는 도지사님이 올지도 몰랐다"며 "호텔을 찾았길래 인사나 하고 가라고 해서 행사 후반에 참석해 인사만 나눴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행사장에 가서 총무를 제의 받았다"며 "원래 체육을 좋아하는 사람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참여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 양김진웅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