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며칠 전 아이들의 아빠가 아주 작은 아기 고양이를 데리고 왔습니다. 아기 고양이는 너무 작아서 숨이 붙어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아이들은 고양이를 보자마자 환성을 질렀지만 저는 대뜸 소리쳤죠.
"그런 걸 왜 데리고 와? 얼른 다시 갖다 놔!"
하지만 제 말은 허공 속의 외침이 되고 말았습니다. 남편과 아이들은 새끼 고양이에 푹 빠져서 아무도 제 말을 듣지 않고 있었거든요. 혜준이와 강혁이, 남혁이 세 아이가 고양이에 푹 빠져 있는 사이 저와 남편은 고양이의 거취에 대해 진지하게 의논했습니다.
눈에 뜨인 생명을 어떻게 모른 체 하냐는 남편과, 집에 고양이가 한 마리 있는데 새끼고양이를 또 키우느냐, 눈도 못 뜨는데 살기나 하겠냐는 저는 한참 실랑이를 벌였습니다.
결국 항상 그렇듯이 제가 지고 말았지요. 남편이 고양이의 화장실과 뒤치다꺼리를 맡고 혜준이가 시간에 맞춰 우유를 먹이는 걸로 합의보고 고양이는 '아롱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집의 새 식구가 되었답니다.
남편 말에 따르면 회사에서 일을 마치고 퇴근하려고 하는데 어디선가 고양이가 서럽게 우는 소리가 들리더랍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 울음이 길어지자 어디서 나는 소린가 하고 찾아 봤다는군요. 그랬더니 창고 한 귀퉁이에서 이 녀석이 울고 있었답니다.
상황인즉 회사 창고에 터를 잡고 살고 있던 고양이가 언제 결혼(?)했는지 어느 날부터인가 창고 모퉁이에서 새끼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는군요. 회사가 주택지역과는 많이 떨어져 논 한가운데 있었기에 인근에 사는 들고양이들이 자주 들락거리곤 했답니다.
고양이들이 회사 안에 있는 쥐들을 없애는데 한몫하기에 음식물이 남으면 고양이들 먹을거리로 챙겨주곤 했는데 아마 그 고양이들 중 어떤 녀석들이 사고(?)를 친 것이 아닌가 싶다고 합니다. 사고를 친 어미고양이는 사람들 눈에도 덜 뜨이고 따뜻한 창고 한켠에 자리를 잡고 새끼를 낳은 듯했답니다.
그런데 무슨 영문인지 어미고양이가 새끼들을 다른 곳으로 옮기면서 한 녀석이 어미 품을 벗어나고 만 것이지요. 남편이 발견했을 땐 어미고양이는 새끼들과 이미 다른 곳으로 가버렸고 작은 새끼고양이 한 마리만 창고바닥에 쓰러져 코에 피를 흘리며 울고 있었다고 합니다.
남편은 새끼고양이를 그냥 두고 나오려다 차마 어린 생명을 외면할 수 없어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조그만 녀석이 "양양"거리면서 울어대는데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나요.
하지만 저는 새끼 고양이를 보면서 한숨이 푹푹 나오는 걸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고양이가 너무 작고 어려서 곧 숨이 멎어 버릴 것만 같았거든요. 아직 눈도 못 뜨고 기어 다니지도 못하는 너무 작은 생명이라 키워낼 자신이 없었습니다. 아니 키워낼 자신이 없는 것이 아니라 만에 하나 살려내지 못할 경우 아이들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겪을 슬픔을 달래줄 용기가 나지 않았다는 것이 더 맞는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내 눈에 뜨인 생명이기에 그대로 둘 수는 없어 약국으로 가 제일 작은 우유병을 샀습니다. 막내 녀석이 먹다 남겨둔 분유를 타서 먹이니, 이 녀석 먹으려고 애는 쓰는데 젖꼭지가 너무 커 입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동네 동물병원에 가니 고양이가 빨 수 있는 작은 우유병이 있더군요. 우유병을 사들고 와 분유를 타서 먹이니 다행히 잘 먹었습니다. 그리고는 혜준이의 팔을 베고 쿨쿨 잠이 들었습니다.
아롱이가 아직 눈도 못 뜨고 너무 작아 불안하긴 하지만 잘 자랄 수 있기를 바라야겠지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화순의 소식을 알리는 디지탈 화순뉴스(http://www.hwasunnews.co.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