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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31일 언론에 보도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한 청암복지재단의 비리와 인권 유린 사실은 아직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청암재단 노조와 관련 시민단체들은 경찰의 사건 조사가 미흡하고 관할 관청인 동구청과 대구시가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며 문제를 계속 제기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문제점은 무엇이며 지역 신문은 이를 어떻게 보도했는지 살펴본다.
청암복지재단에 무슨 일이 있었나?
청암재단 노동조합과 지난 9일 방송된 <추적 60분> 보도에 따르면 청암재단은 생활인(사회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의 인권을 유린해 왔으며, 지방자치단체에서 지급되는 보조금을 횡령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생활인에 대한 인권 유린 실태를 살펴보면, 청암재단은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이나 곰팡이가 핀 간식을 생활인에게 제공했으며, 여성생활인은 생리대가 없어 후원 받은 아기기저귀로 대신했다고 한다.
또 복지시설 안에서 운영되던 장갑공장에서는 10여명의 생활인들을 고용해 일을 시키면서 월급으로 5천-2만원을 지급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다. 자체 운영하는 가축농장에 생활인들을 동원해 일을 시키면서 폭행과 구타를 일삼았으며, 보일러 시설과 세면 시설이 없는 창고방(개사육장 바로 옆)에 기거토록 했다고 한다.
게다가 청암재단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되는 보조금까지 횡령했는데, 전 이사장 김 아무개의 아들과 사돈인 손아무개 목사를 생활재활교사로 허위 등록해 2-3년 동안 1억원이 넘는 보조금을 착복했다고 한다.
또 전 이사장의 개인 농장에서 일하는 인부 등을 허위로 생활재활교사로 등록해 보조금을 빼돌리기도 했고, 실제 구입액과 영수금액의 차액을 돌려받는 식으로 운영비를 횡령하기도 했다고 한다.
감독 기능이 마비된 관할 관청
대구시 동구 불로동에 사무국이 있는 청암재단은 동구청의 지원과 감독을 받고 있다. 동구청은 지난해에만도 22억원이 넘는 보조금을 이 재단에 지원했다.
하지만 동구청의 감독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지난해 11월 11일 동구청은 청암재단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 1억3천만원의 횡령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동구청은 횡령한 금액의 용도는 무엇이었는지 또 이밖에 다른 불법 사실은 없었는지 추가 조사는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책임자를 처벌하지도 않았다. 다만 횡령 금액을 환수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으려고 했다.
뒤늦게 인터넷을 통한 익명의 제보와 청암재단 노조의 문제 제기로 이런 사실이 알려지고 비리 의혹이 드러나자 동구청에서는 올해 1월 10일에서야 이 사건을 경찰에 고발하기에 이른다.
비리가 수년간 계속되었고 또 인권 유린 행위가 심각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관할 관청의 감독 기능은 거의 정지 상태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더군다나 비리 사실을 밝혀내고도 횡령 금액 환수만으로 마무리하려고 했다는 사실은 구청과 재단의 비리 유착까지 의심케 한다.
<매일신문> 핵심을 벗어난 기사로 본질 흐려
대구경북 지역신문은 청암재단 비리 사건을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힌 동구청의 1월 31일 발표를 보도하면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영남일보>는 1월 31일자 사회면에 '아들·사돈 위장취업 억대 빼돌려'라는 4단 기사로 동구청의 발표 내용을 크게 보도했다. 또한 다음날 (2월 1일) 사설 '복지시설 비리, 수사 확대해야'를 통해 "이번 사건을…복지업무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엄정하고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라고 보도했다.
그리고 2월 22일자 '복지재단 노조, 담당공무원 징계·관선이사 파견 요구'란 4단 기사를 통해 "복지재단의 횡령사실을 대구 동구청이 묵인하는 등 공무원들의 비리유착 의혹이 있다"는 청암복지재단 직원노조의 주장을 크게 보도했다.
반면 <매일신문>은 1월 31일자 대구면에 '복지 법인 비리 행정조치 미흡'이란 2단 기사로 조그맣게 보도했다. <영남일보>가 사설을 통해 이 문제를 언급한데 비해, <매일신문>은 3월 15일 현재까지 이와 관련된 사설을 싣지 않고 있다.
게다가 <매일신문> 2월 4일자 '비리 사회복지재단 국고보조금 22억 사용 요지경'이란 기사에서는 "이 재단은 지난해 22억 2천여만원의 국고보조금을 지원 받아 대부분 인건비와 운영비로 썼고… 직원 인건비와 운영비가 혜택이 돌아가야 할 시설생활자 생계비보다 10배가 넘었다"고 보도했는데 족벌 경영진과 친인척간의 비리와 인권 유린 행위가 문제의 핵심인 청암재단 사건을 마치 시설 종사자 전체의 문제인양 호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같은 기사에서 "(청암)복지재단은 사무실은 대구 동구에 있고 소속 재활원과 요양원은 1981년 경산으로 이전했지만 20년이 넘도록 동구에서 지원·감독하는 실정이다. 동구청은 지금까지 수차례 관리감독권을 경산시에 넘기도록 건의했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라고 보도했고, "업무가 이원화돼 있어 지도·관리가 힘들다"는 동구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기까지 했다.
물론 효율적인 감독을 위해서 관할 관청이 일원화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구청의 감독 기능이 문제시되고 더 나아가 구청과 비리 재단과의 유착까지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인 현 시점에서는 적절하지 못한 보도라 할 수 있다.
비리 재단을 소홀히 관리 감독한 것이 어쩔 수 없는, 불가피한 일이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고, 담당 공무원들의 책임을 감해 주는 듯한 인상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역언론만 이 문제에 대해 냉랭
지역신문은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1월 31일 이후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보도했다. 사건 초기 재단의 비리나 인권유린 사실을 알리는 데 큰 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관할 관청의 감독 부실 및 재단과의 유착 의혹 등을 보도하는 데는 미흡했다고 할 수 있다. 또 재발 방지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부분인 담당 공무원에 대한 처벌 문제도 비중 있게 다루지 못했다. 청암재단 노조나 시민단체의 주장을 단신으로 인용 보도하는 데 그쳤을 뿐이다.
현재 청암재단의 공금횡령 및 장애인 인권유린사태는 검찰조사 중이고, 현재 정부의 합동감사반도 이 문제를 집중 거론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지역언론만 청암재단 비리 관련 문제에 인색하다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안태준 기자는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언론모니터팀장입니다.
자세한 문의 : 053-423-4315/http://www.chamma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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