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보통신부 진대제 장관이 미국에서 귀국하면서 원서 두 권을 들고 와 노무현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원서 제목은 < Blue Ocean Strategy >(Harvard Business School Press). 노무현 대통령은 책에 실린 내용에 아주 만족해했고, 현재 청와대와 정통부 전 직원이 원서를 임시로 번역하여 열독 중이다.
이 책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기에, 주요 정부부처 전 직원이 읽고 있는 것일까?
프랑스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의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가 공동 저술한 이 책은 "미답의 시장 영역 창출과 경쟁에서 자유로워지는 전략(How to Create Uncontested Market Space and Make Competition Irrelevant)"이란 부제로 국가와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푸른 바다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푸른 바다’, 푸른 바다는 "아무도 이를 목표로 삼은 적이 없으며 거대한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는 미개척 시장"을 뜻한다. 이에 대비되는 개념은 ‘붉은 바다’다. 이 책에 따르면 지금까지 한국 경제는 주로 붉은 바다에서 세계 기업들과 피 터지게 싸운 셈이다.
붉은 바다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시장을 말한다. 즉 이 시장에서는 점유율 싸움에서 이겨야 하고, 기존의 라이벌 업체 그리고 새로이 부상하는 신생 업체와도 경쟁을 벌여야만 승리한다. 또한 경쟁자를 벤치마킹하여 그들보다 우월한 방식을 개발, 발전시켜야만 살아남는 고단하고 살벌한 시장이다.
'붉은 바다'의 단점은 또 있다. 이곳에서는 산업간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가 태반이다. 또한 게임의 규칙이 이미 알려져 있어 경쟁사가 늘어날수록 이익과 성장 가능성이 줄어든다. 생산하는 상품도 새로운 것이 없는 일반상품이 될 뿐이다.
현대 자동차가 세계의 유수 자동차 업체와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하여 좋은 실적을 내는 일은 좋은 일이지만, 이런 시장에서의 경쟁이 바로 '붉은 바다'에서 벌이는 전쟁이다. 현대 자동차가 얼마나 치열하게 이 전쟁에서 싸웠겠는가. LG 전자의 휘센 에어콘, 삼성 전자의 애니콜 등은 말 그대로 붉은 바다에서 싸워 이긴 역전의 용사들인 셈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들은 이제 붉은 바다는 지양하고, 푸른 바다를 찾아 나서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푸른 바다'는 우선 그 개척자가 아젠다와 이니셔티브를 갖추고 경쟁에서도 자유로우며 수익성 또한 훨씬 크다. 108개 기업을 10년 간 연구한 결과, 새로 출시된 제품의 약 14%만 새로운 '푸른 바다'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이런 14%의 제품이 기업 수입의 38%, 수익의 61%를 차지했다는 사실이 그 주장의 논거이다.
성공적으로 푸른 바다를 개척한 실제 사례를 보면 다음과 같다.
- 애플 컴퓨터는 디지털 뮤직 플레이어인 i-Pod와 디지털 뮤직 스토어인 iTune으로 디지털 뮤직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 Cirque du Soleil은 1984년 서커스와 엔터테인먼트를 혼합한 새로운 관광쇼를 도입해 전통적인 서커스단이 100년에 걸쳐서 벌어들일 것보다 더 많은 수입을 20년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달성했다.
- American Multi-Cinema는 1995년 미국에서 24개의 스크린을 갖춘 메가 플렉스를 설립했다. 고급 좌석과 보다 나은 화면, 뛰어난 음향시설을 무기로 메가 플렉스는 VCR과 홈 씨어터가 최고인 것으로 여겨지던 시대에 관객들을 다시 영화관으로 불러 모았다.
이러한 푸른 바다 전략의 중심 목표는 가치 혁신 즉, 구매자를 위해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위 푸른 바다 개척 사례는 모두 가치 혁신을 통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가치 혁신이 바로 푸른 바다 전략의 초석인 것이다.
이렇게 가치 혁신을 이뤄 개척한 모든 푸른 바다는 성공을 가져온다. 가치혁신은 기업이 고객을 위한 효용과 가격, 비용편익을 혁신과 일치시킬 때 발생한다. 가치 혁신을 달성하는 기업들은 차별화와 비용절감을 동시에 추구한다. 이는 비고객층을 고객으로 전환함으로써 시장을 크게 늘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관건은 이전에는 합당한 가격에 이용할 수 없었던 특징과 요소를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시간경과에 따라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면 비용도 더 감소할 것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기업들이 전략을 세울 때 그 모델은 군사전략이었다. 군대 작전회의를 생각해보라. 전쟁이든 전투든 이런 유형은 항상 적과 맞서 정해진 영토를 놓고 싸운다. 즉 기존의 시장을 놓고 겨루는 것이다. 이렇게 싸워서 이겨도 수익은 그다지 남지 않으며,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노력, 금전적 부담을 져야 한다.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병법의 최상위는 부전이승(不戰而勝)이다. 싸우지 않고 이기면 그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겠는가. 푸른 바다 전략은 바로 손자의 부전이승 전략과 같다. 이제 국가와 기업의 장기적인 성공은 푸른 바다를 얼마나 많이 찾아낼 수 있느냐 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 그것은 제조업, 서비스업, IT업에 상관없이 모든 산업군에 해당되는 능력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붉은 바다에서 거친 비바람을 맞으며 항해했다면 이제 사고의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과감히 푸른 바다를 찾아 항해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원제] Blue Ocean Strategy(W. Chan Kim, Renee Mauborgne/Harvard Business School Press/February 2005/$27.95)
-필자는 현재 세계경제경영서 요약정보 제공업체 (주)네오넷코리아(www.summary.co.kr)에서 발간하는 월간 "인텔리겐치아" 편집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